내가 가꾸는 가천리 드넓은 벌판에 외롭게 심어둔 매실나무에 꽃이 피었다. 산과 산 사이 좁은 골짜기, 볕도 늦게 들고 일찍 지는 이곳에도 봄이 왔다.
바쁜 하루였다. 아침에 새 차를 받아 값을 치르고, 난생처음 몰아보는 전기차를 어떻게 다루는지 속성으로 배우고, 그 차를 몰고 오다 묘목시장에 들러 밭에 심을 개암나무를 사고, 가천리 밭에 부려놓고 왔다. 돌아와서는 늦도록 윤슬 모임에서 서평을 나누며 웃고 떠들었다. 새로 만난 사물, 생명, 글, 사람. 오늘 밤도 흥분을 가라앉히고 잠들기 쉽지 않겠네.
아무래도 잠들기 전엔 매화를 생각해 보는 것이 좋겠다. 특히, 죽은 줄만 알았던 가장 작았던 줄기를 떠올려본다. 겨우내 마르지 않고 견뎌내며 줄기 맨 밑단에 작은 꽃을 피워낸. 생명이 그리 쉽게 꺼지지 않는다는 증거처럼 앙상하게 우뚝 서 나를 반기던 그 모습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