너머의 것을 보기 위한 그림 그리기
어휴 말이 안 통해.. 고개를 흔들 때가 있으신가요?
저도 그럴 때가 많습니다.
오히려 안 그럴 때가 적은 것 같습니다.
하지만 저는 그게
제가 다른 사람들이 보지 못하는 것을
보고 듣고 느끼기 때문이라는 것을 너무 나중에 알았습니다.
왜 통하지 않지, 왜 저 사람은 나의 말을 이해 못 하지?
이런 질문에 대한 답을 위해
스스로에게 화살을 돌리고 있지는 않나요?
만약 속에서 이런 질문이 계속된다면
본인이 '예술가'는 아닌지 의심해 봐야 합니다.
최근 최민식 선생님의 연기철학이 담긴 클립영상을 보면서
예술가들은 장르를 불문하고
참 외로운 길을 가는구나 느꼈습니다.
철저하게 남들이 하지 않는 것을 붙잡고
끈질기게 해결하고 표현하고 꽃 피우는 과정이
누군가의 눈엔 그저 멋져 보이겠지만
삶에 있어서도 행복한 일일까요?
스스로 만족함을 위함이 아니면
예술은 왜 하는 걸까요?
그 미친 짓은 왜 하고
그림은 왜 그려서 그렇지 않아도 복잡한 세상에
더 많은 물음표를 달아놓는 것일까요?
어찌 보면 그것은 의지를 가지고 하는 일이라기보단
당연한 일입니다.
예술가의 길을 걷게 된 친구들에게 물어보면 그들은
마치 이것을 운명처럼 받아들입니다.
그것은 보이기 때문입니다.
다시 한번 말하지만 보기 때문이 아니고 보이기 때문입니다.
그리고 보통 그 사람들은
표면의 현상 너머 보이는 것을 말하지 않고는 못 배깁니다.
마치 오로라를 처음 본 사람이 자신이
오로라를 보았다고 동네방네 소문을 내듯 말이죠.
"내가 오로라를 보았다!!!!"
왜 그러는 것일까요?
다른 사람들은 보지 못한 무언가를
자신이 보았다 생각했기 때문이죠.
이처럼 본능인지,
자랑인지, 두려움과 경외인지 모를 이 외침은
여러 장르로 표현됩니다.
연기, 노래, 그림, 춤, 시, 개그 등등
그 의미가 무엇인지는 몰라도
그들은 사람들이 보지 못한 무언가를 보고, 느끼고,
경험하고, 생각했을 겁니다.
그래서 감상자들은 와! 하고 감탄하게 되는 것이지요.
결국 예술은 예술가에게
고통과 외로움만 주는 것은 아닙니다.
예술과 예술가, 그 둘은
새로운 무언가를 목격한 철저한 첫 번째 목격자와
그 목격의 대상이기에
더욱 특별하고 애틋하게 서로를 지지합니다.
예술은 예술가를 빛나게 해 주고
예술가는 예술을 빛나게 합니다.
저도 뭔가를 보기는 하지만
아직 자신 있게 보았다고 소리칠 정도는 아닌가 봅니다.
그래도 다행인 것은 스스로 이상한 사람이 아니라
예술가라는 것을 발견했다는 점입니다.
가끔 브라질에 살고 있는 친구에게
외로움을 토로하며
"나는 이곳에서 이상한 사람인 것 같아
너무 외로워"라고 하면
친구는 웃으며 얘기해 줍니다.
"너는 예술가잖아, 당연하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