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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범인 Dec 05. 2016

너무나 가벼운 그들의 형벌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범죄자가 그에 합당한 처벌을 받는 사회가 바로 정의로운 사회입니다. 하지만 우리 사회에서 종종 흉악범들이 죄질에 상응하는 강경한 형벌을 받지 못하는 것은 상식적으로 이해가 되지 않을 때가 있습니다.


도대체 왜 그들은 정당한 죗값을 치르지 않는가?


우리나라의 대표적인 '그들'에 대해 먼저 알아보겠습니다.


조두순 사건


2008년 12월, 조두순(당시 56세) 사건이 일어납니다. 8세 여아를 강간, 성폭행한 후 57시간 만에 검거된 조두순은 당시 피해자에게 극심한 신체적, 정신적 손상을 입혔음에도 불구하고 징역 12년, 전자발찌 7년, 신상공개 5년의 형벌을 받았습니다. 이는 가해자가 술에 만취해있어 심신 미약 상태였으며 고령의 나이도 고려해야 한다는 주장을 받아들인 판결이었는데요. 


이후에 현재 국회의원이신 표창원 의원이 해당 판사를 만나 이 낮은 형량에 대해 질문을 했을 때, 해당 판사님은 원망이 본인에게 쏟아지는 것에 억울해했다고 합니다. '심신 미약'에 따른 규정은 강행규정이기 때문에 판사의 판단과 관계없이 심신 미약으로 판명이 되면 감형을 해야 한다는 것이었죠. 문제는 검찰 측에서 이에 대한 입증이 불가함을 주장하지 않았고, 판결 이후 더 이상 항소도 하지 않은데 있었다고 전했습니다. (방송 '강적들' 조두순에게 '12년형' 선고했던 판사와 만났던 표창원). 


오히려 가해자인 조두순은 심지어 이러한 형벌이 너무 가혹하다며 항소까지 했었는데요. 검찰 측에서는 별다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사건이 모든 형량이 결정된 이후 알려져 더욱 안타까움을 더했습니다.


현재 법제적, 사회적으로 여전히 특별한 대책이 마련되지 않은 상황이고, 조두순은 오는 2020년 12월, 피해자인 나영(가명)이가 20세인 그 시점에 사회로 나오게 됩니다.


밀양 집단 강간사건


2004년, 울산에서 거주하던 피해자(당시 중학교 3학년)는 아버지의 폭력에 시달리다가 인터넷 채팅으로 밀양의 고등학생들을 만납니다. 이후 1년간 총 44명의 고등학생들이 회당 7~10명씩 피해자를 강간, 성폭행함과 동시에 동영상을 촬영해 유포를 협박하는 등 돌이킬 수 없는 범죄를 저지릅니다. 이 사실을 피해자 이모가 알게 되고 경찰에 신고가 접수되면서 범죄의 온상이 드러나게 되는데요. 이 사건 자체도 문제였지만, 더 컸던 문제는 이 처리 과정입니다.


피해자의 추가 정신적인 피해를 피하기 위해 피해자 측에서 애초에 비공개 수사를 요구했지만, 수사와 처리 과정에서 피해자의 보호 없이 모두 언론에 공개되게 됩니다. 또한 가해자들 중 일부는 돈을 건네며 합의를 요구하기도 했고, 소년원에 가게 된 가해자들의 경우 본인들의 형벌 감경을 위해 피해자에게 탄원서를 요구하기도 했죠. 


이들은 모두 미성년자였고, 덕분에 형사사법체계 내에서 성인과 동등한 처벌받지 않았습니다. 소년원의 기록이 남을 뿐 실질적인 형사처벌의 기록이 성인과 대등하게 남지 않죠. 현재는 모두 풀려나 대학생활을 하거나 사회생활을 하고 있다고 합니다. 


관련기사: 가해자들에겐 솜방망이 처벌 언론 보도로 2·3차 피해


고려대 의대생 성추행 사건


2011년 5월, 고려대학교 의대 MT에서 남학생 3명이 술에 취한 여학생을 집단 성추행함과 동시에 이를 사진 및 동영상으로 촬영하는 사건이 일어납니다. 하지만 이러한 내용을 피해자가 학교 측에 이를 알렸으나 고려대학교 측은 징계를 미루는 등 적극적인 조치를 취하지 않았고, 후에 이 사건과 고려대학교의 조치가 논쟁의 대상이 되면서 2011년 9월 5일 출교처분을 내렸습니다. 


이후 9월 30일 가해자 중 1명에게는 2년 6개월, 2명에게는 1년 6개월의 징역이 선고되면서 사건이 마무리지어지는 듯했습니다. 하지만 이조차도 피해자의 정신적 피해에 걸맞지 않은 낮은 형벌로 논란이 일고 있는 가운데, 가해자 중의 한 명과 그의 부모가  피해자를 비하하는 설문조사를 하는 등 판결에 유리한 자료를 만들어내려는 시도로 명예훼손 혐의로 고소되기도 했죠.


또한 이후에 가해자 중 한 명이 다시 성균관대 의대에 진학하면서 의료인의 윤리적 기준에 대한 논쟁이 벌어지기도 했지만 별 다른 조치는 없는 것으로 보입니다. 


관련기사: 고대 성추행 의대생, 허위 설문 작성하다 명예훼손으로 또 기소 고려대 의대 성추행 사건 가해자→성균관대 의대생으로 '신분세탁'…“성균관대 학생회 소집”



우리는 이러한 형벌들이 너무 '가볍다'생각할 수 있겠지만, 실질적으로 우리나라에서 성폭행범에게 사법체계가 내릴 수 있는 최고형은 12~18년형이라고 합니다 (관련기사: 신안 성폭행범 12∼18년 징역형에 법조계 “그나마 가장 높은 형량” 평가). 애초에 우리가 가진 형사법 자체가 일반적으로 생각하거나 피해자의 입장에서 강경하고 정당한 형량을 범죄자에게 판결할 수 없다는 것이죠. 미국과 같이 친딸을 수차례 강간한 범죄자에게 1,503년을 판결할 수 없는 구조라는 것입니다 (관련기사: ‘친딸 성폭행’ 징역 1500년… 우리도 가능할까).

그렇다면 우리나라만 이렇게 낮은 형량을 가진 것일까요? 


세계의 성범죄 처벌


세계의 성범죄 처벌 형태와 방법은 각양각색입니다. 


미국: 무기징역 (주마다 다름)

중국: 사형, 물리적거세

인도: 무기징역-사형

영국: 무기징역

독일/체코: 물리적 거세

러시아: 3-20년

아프가니스탄: 총살, 교수형

사우디아라비아: 참형(칼로 목을 벰)

이란/이집트: 교수형

이스라엘: 16년-무기징역

노르웨이/네덜란드: 4-15년

프랑스: 15년-무기징역

북한: 총살


출처: This Is What They Do To Rapists In Different Countries Around The World


물론 나라마다 강간범들이 얼마나, 어떻게 검거되느냐는 다르겠지만, 형벌적인 면만을 확인했을 때에는 우리나라는 위에 열거한 나라들 중에서도 매우 낮은 형벌을 가지고 있음을 알 수 있습니다. 그나마 가장 유사한 국가로는 유럽의 노르웨이나 네덜란드를 들 수 있겠습니다. 


이외에도 우리나라의 성범죄자와 관련된 형벌에는 전자발찌, 신상공개, 화학적 거세 등이 있으며, 이 또한 형벌의 일부로 판단되고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법제적 제도들은 비용과 효용 성적인 면에서 국민에게 큰 부담이고, 이것이 과연 '형벌'이라고 볼 수 있는가 하는 논쟁이 이루어지고 있습니다.


세계의 살인죄 처벌


성범죄와 더불어 '되돌이킬 수 없는' 범죄라 할 수 있는 범죄로는 '살인'을 들 수 있습니다. 우리나라의 살인죄는 기본적으로 5년 이상이고 '일반적 동기'의 경우 기본 9~13년의 형을 받습니다. 가장 높은 형량의 경우 무기징역입니다 (참고: 대검찰청 대변인실 블로그). 살인죄도 마찬가지로 우리나라의 형벌의 형량이 낮은 걸까요?


먼저 미국은 주마다 다르지만 대부분 무기징역이며 가석방이 없는 경우가 많습니다. 주마다 사형이 있는 경우도 있고, 텍사스 같은 경우 대부분 살인에는 사형으로 형량이 결론되는 경우가 대부분입니다. 여타 살인의 경우도 기본 20년 정도의 형벌을 받습니다. 미국은 또한 여론이 판결에 많은 영향을 미치기도 합니다 (참고: List of punishments for murder in the United States). 


다른 나라의 경우 대부분 무기징역(종신형) 혹은 사형을 처벌로 내리고 있으며, 최소 형량은 5년부터 20년까지 다양합니다. 하지만 유럽의 대부분 국가가 무기징역보다는 30년 이하의 징역을 처벌로 살인죄를 처벌하고 있습니다. 이 중에도 최소 형량은 5년에서 12년으로 다양하게 채택하고 있고요.


이와 같이 우리나라는 살인죄에 대한 처벌의 경우 구조적으로는 '무기징역'까지 범죄자에게 형량을 가하는 것이 가능합니다. 하지만 다양한 이유로 감형이 이루어지면서 형량이 낮아지는 경우가 더욱 많죠. 특히 심신 미약과 같은 강행규정 등에 따른 다양성 때문에 실제로 무기징역 형량이 내려지는 경우는 많지 않습니다.



지금까지 성범죄와 살인범죄에 대한 형벌을 알아보았는데요. 이에 따르면 우리나라의 형법 구조상, 강간이나 성폭력, 성추행은 18년 이상의 형벌이 내려질 수 없으며, 이마저도 감형이 되는 경우가 많았습니다. 또한 살인의 경우 기본적으로 9~13년 징역이면 일반 목적의 살인의 죗값을 치르는 것으로 나타났습니다. 


이렇게 구조적으로 강경할 수 없는 형량이 우리나라에 자리 잡게 된 이유는 무엇일까요? 우리가 가진 이 형벌의 구조가 과연 피해자가 '가해자는 정당한 죗값을 치렀다'라고 생각할 만큼 만족스러울까요?


다음 글에서 합리적 형벌에 대해 논해봅니다.



연계 콘텐츠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에피소드: 우리를 분노하게 만드는 [가벼운 형벌 1화] (안드로이드/PC: 팟빵 아이폰: 팟캐스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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