탐정, 그 매력적인 직업
팟캐스트 '범인은 이안에 있다'
*사진 출처: 【公式】『名探偵ピカチュウ ～新コンビ誕生～』 紹介映像
냉철한 통찰력과 뛰어난 두뇌, 논리적인 추리로 범인을 잡는 '탐정'이라는 직업은 이야기로, 소설로, 드라마와 영화로 우리에게 익숙한 직업이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현실에서는 어떨까요? 탐정이라는 직업이 실재할까요? 우리가 보아왔던 것들처럼 멋지고 매력적인 직업일까요?
탐정(探偵) [명사] : 드러나지 않은 사정을 몰래 살펴 알아냄. 또는 그런 일을 하는 사람.
사립탐정 (私立探偵) [명사] : 의뢰자의 요청에 따라 사건, 사고, 정보 등을 조사하는 민간 조사원.
일본의 탐정
코난과 김전일의 나라 일본. 일본에는 '탐정'이라는 직업이 실제로 존재합니다.
2006년 공인 탐정제도가 시행된 이래, 2014년 기준 약 5,700여 개의 업체가 존재한다고 합니다. 이 중 법인으로 등록되어 있는 경우는 약 1,500개소, 개인으로 등록된 경우는 2,700여 개소라고 하네요. 예상과는 다르게 등록 절차는 크게 어렵지 않으며, 이 중 매년 500개 정도의 업체가 폐업을 하고 있고, 탐정 중 5%가 여성으로 분포되어 있습니다.
일본에서의 탐정이라는 직업은 1892년 '상업 흥신소(수요자의 의뢰에 따라 상공업자 등의 영업상태·인물·경력·평판 등에 관한 조사를 하는 신용조사 전문기관 / 출처: 두산백과)'로 시작되었습니다. 이후 1900년대에는 상업을 비롯한 다양한 의뢰 업무를 포함하는 '제국 흥신소'가 출범하였고, 이후 1920년부터 본격적인 일본의 조사원, 탐정의 직업이 시작되었습니다.
일본 탐정의 주요 업무는 대략적으로 불륜 60%, 행방불명 20%, 인물의 뒷조사 20%로 나타난다고 합니다. 보수는 20-30만 엔(약 200-300만 원)+추가 수당으로, 위험도나 어려움의 정도에 따라 무제한으로 늘어날 수 있습니다. 현재 일본에 약 1만 명 정도의 탐정이 활동하고 있으며, 공식 탐정이 아닌데도 탐정 활동을 하고 있는 경우는 약 5만 명에 가깝다고 합니다.
이들은 우리의 예상과 다르게 민간인과 다를 바 없으며, 범죄 수사나 사건 처리를 하는 경우는 거의 없다고 합니다.
미국의 탐정
미국은 연방법(Federal law)으로 탐정의 직업이 인정되며, 주(State) 별로 관리하고 있습니다. 전국적으로 약 6만여 명의 사립탐정(Private Investigator: PI)이 존재하며, 미국에서 탐정의 자격을 얻기 위해서는 자격요건이 갖춰져야 하고 면허시험을 통과해야 합니다.
먼저 다음과 같은 조건을 만족시켜야 합니다:
- 범죄경력이 없음
- 성격이상 이력이 없음
- 정신병 이력 없음
- 알코올/약물 중독 없음
- 재산을 허비하지 않음 (도박 등)
- 경찰 등 관련 경력 필수 (실무 경험 없을 경우 실무 실기 시험 필수)
이후 면허시험에서는 다음과 같은 과목들에 대한 시험을 치릅니다:
연방법, 주법, 형법, 민법, 탐정법, 무기휴대 및 사용관리법, 사건 처리, 범죄 수사기법, 범죄심리학, 상황판 단대처 능력, 보고서 작성, 상담, 법적 증언, 증거수집 및 보존, 정보수집능력, 고객관리업무능력
위 각각의 과목에서 객관식 100문항 중 70점 이상을 취득해야만 합격이 되며, 합격률은 매년 20-30%라고 합니다.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인탐정'이 되면 사무실을 차리거나 '일반 탐정'을 고용하여 업무를 지시할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이러한 과정을 통해 공인탐정이 된다고 하더라도 공식적인 경찰과의 공조는 없으며, 주로 경찰이 다루지 못하는 업무(예: 실종자 조사, 증인 신뢰도 파악, 배경 조사, 증거 확보 등)를 주로 다룬다고 합니다.
이외 국가의 탐정
영국에서는 대부분의 탐정들이 보험 조사, 교통사고, 산재 조사 등을 주 업무로 하며, 이는 국가적으로 인정이 되고 있습니다. 프랑스도 마찬가지로 국가가 인정하는 탐정이 존재하지만 대부분의 업무는 결혼과 이혼, 양육비, 결혼 상대자 신원 조사 등의 업무를 주로 한다고 합니다.
OECD 국가 중 우리나라만을 제외하고는 모두 공인 탐정이 존재한다고 하는데요, 그렇다면 우리나라는 정말 '탐정'이라는 직업이 존재하지 않는 걸까요?
우리나라의 탐정
우리나라에서 '탐정'이나 '정보원'등 비슷한 명칭을 사용하여 영업할 시, 3년 이하의 징역이나 3천만 원 이하의 벌금을 물게 되어있습니다. 대부분 현재 활동 중인 탐정과 유사한 직업으로 '민간조사원'의 명칭으로 활동하거나, '흥신소', '심부름센터', '컨설팅', '해결사' 등의 이름으로 주로 비합법적인 업무를 비용을 받고 행해주는 경우가 많습니다. 이러한 다양한 이름의 '흥신소'의 개념은 1960년대에 일본에서부터 들어왔지만, 이후 합법적인 형태로 적용되지 못하고 있습니다.
우리나라는 1999년부터 국회에서 지속적으로 '탐정'혹은 '민간조사원'을 국가 인정 직업으로 법안을 통과시키려는 움직임이 있었지만, 2010년부터 '신직업 육성'계획에만 매년 포함되어 발표되고 법안은 지속적으로 상정되나 폐기화되고 있습니다.
이로써 현재 우리나라에 '탐정'은 공식적으로 존재하지 않으며, 대신 대표적으로 '심부름센터'로 불리는 곳들이 이러한 '탐정'이 할법한 업무를 대신하고 있습니다.
2013년 경찰청 자료에 따르면 국내에 대략 1,574개의 심부름센터가 존재한다고 밝혔지만, 등록되지 않거나 다른 상호로 등록이 된 경우가 많아 이조차 명확치 않습니다. 심부름센터에서는 왕따 해결, 스토커 해결 및 자료수집 등의 일부 긍정적인 결과를 얻는 경우도 있지만, 진행상황을 통보하지 않거나 사생활을 침해하는 등의 불법적인 행동도 서슴지 않아 문제가 되고 있습니다.
그렇다고 우리나라에 '탐정'이라는 직업이 아예 없는 것으로 보기는 어렵습니다. 국가적으로 인정을 해주지 않은 상태이지만, '한국탐정협회'라는 곳도 존재하고 자격증도 발급하며 수업도 진행되고 있습니다. 서강대학교 경찰행정계열에서는 탐정을 세부 전공으로 선택할 수도 있고요.
여러 단체에서도 이 직업을 국가 인정 직업으로 마련하려는 노력이 지속적으로 계속되고 있는 듯 보입니다.
탐정, 우리나라에도 필요할까?
탐정이라는 직업이 공인화되게 되면, 다음과 같은 장점들을 가질 수 있습니다:
1. 기존 흥신소나 심부름센터에서 하고 있는 불법적인 활동을 없앨 수 있다.
2. 경찰이 하는 업무 이외의 분야에서 도움이 될 수 있다 (스토킹 해결, 실종자 수색 등).
3. 일반인들도 안심하고 이용할 수 있다.
하지만, 여전히 예상 가능한 다양한 문제점들이 존재하는 것도 사실입니다:
1. 탐정의 기준은 어떻게 정할 것인가? 인성이나 청렴도를 측정하기 어렵다.
2. 비용의 문제: 재정상황에 따라 더욱 좋고 빠른 서비스를 받을 수 있지만, 반대의 경우 서비스를 전혀 받을 수 없을 수도 있다.
3. 남용의 우려: 무분별한 사용
4. 합법적인 사생활 침해가 될 수 있다.
'탐정'이라는 직업이 합법화되는 데에 있어 일반적인 시장경제논리로 일자리를 창출하는데만 목적을 두어서는 안 된다고 여겨집니다. 해당 개인은 '정의'를 이루기 위한 직업 중의 하나로 소명의식이 투철해야 하고, 국가는 탐정(민간조사원)이 할 수 있는 업무의 범위를 정확하게 명시하고, 자격요건을 엄격하게 하면서, 경찰업무의 연장선에 있는(그러나 경찰력을 지속적으로 소모할 수 없는) 스토킹 등의 범죄 해결이나 실종자 수색의 경우는 개인에 대한 국가적인 재정 지원도 해야 합니다. 또한 무분별한 가격 책정도 정비되어야 할 것이고, 불법적인 활동에 연루되지 않도록 해야 하며, 2개 이상의 관련 감독기관(경찰청과 검찰청)을 두는 것이 가장 이상적으로 보입니다.
국내의 경우 '탐정'이라는 이름으로 수사를 목적으로만 할 것이 아니라, 형사사법체계에서 종합적으로 도움을 줄 수 있는 서비스의 형태로 발전하는 것도 긍정적인 방향이 아닐까 제안해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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