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람지 Oct 27. 2024

1년 된 남자친구랑 길 걷다 똥 싸다 (4)

집 도착은 끝이 아닌 또 다른 시작



한 여자분이 엘리베이터를 기다리고 있었고,

나는 그 여자분과 최대한 떨어져서 40초가량을 기다렸다.

다른 사람이 제발 들어오지 않기를 빌면서.



다행히 40초 정도 후 그 여자분은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라갔고,

나는 다음 엘리베이터를 잡았다.

엘리베이터에 타자마자 닫기 버튼을 정말 있는 힘껏 누른 덕분인지

혼자 엘리베이터를 타고 올 수 있었다.

(왜 계단을 타지 않았는가에 대해서는 여러 가지 이유가 있지만

우리 집이 꽤 고층이기 때문인 점도 있고,

계단에서 누군가를 마주치면 정말 쪽팔리기도 하고,

집이 있는 층까지 계단에 냄새를 풍겨야 하기 때문이다.)



정말 하늘의 도움으로 무사히 집에 들어가려던 찰나.

집에 남자친구가 기다리고 있다는 것을 깨달았다.

집 앞에 도착해서도 한 1분 정도는 어떻게 해야 하지 생각에

선뜻 집 문을 열지 못했다.





아무리 생각해도 별 수가 없어서 그냥 최대한 집에 들어가자마자 화장실로 직행하기로 마음먹었다.

(다행히 현관 바로 옆에 화장실이 있었다)

전편에서 말했던 덩어리들의 잔해가 신발에도 묻어서 신발도 같이 빨아야 했기에

나는 집 문을 열고 남자친구가 반응할 새도 없이

그냥 신발까지 신고 바로 화장실로 들어갔고,

샤워 부스에서 모든 것을 벗고 샤워기로 물을 틀어 밟기 시작했다.



몸에 남아있던 남은 덩어리들, 옷과 신발에 남아있던 덩어리들이 개수구로 모이며

개수구가 배설물 찌꺼기로 막히기 시작했다.

사실 나는 똥을 만져본 적이 있고, 지체할 시간이 없었기 때문에 

그냥 개수구의 똥들을 손으로 퍼서 변기로 옮기고 변기를 내렸다.



그 후 (나를 포함해서) 모든 것들을  최대한 샴푸, 바디워시로 박박 닦고,

나와서 바로 세탁기를 돌렸다.

씻고 나와서 마주한 남자친구는 몸은 괜찮냐고 물어봤고,

나는 이제 괜찮다고 애써 웃은 뒤

일단은 아무 일도 없는 듯 지냈다.



그날 밤 잠자리에 들기 전까지는 말이다.

작가의 이전글 1년 된 남자친구랑 길 걷다 똥 싸다 (3)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