퇴사와 이직
일년 반을 다녔던 회사를 그만두었다.
여러 이유가 있었지만, 그 무엇보다 나를 지키기기 위해서였다.
팀 상황의 변화로 내가 많은 일을, 많은 축을 담당하고 있었다.
나만의 생각이 아닌 상사들과 팀원들 그리고 유관부서 동료들에게 들은 말들이었다.
해내는 건 할 수 있었다.
업무적인 건, 어려워도 헤쳐나갈 수 있었다.
그러나 견디기 어려웠던건 계속 좀먹어가던 부담감이었다.
차라리 업무적인 부담감이었으면 나았으려나.
늘 생각만하고 있던 이직을 실체화하며
감사하게도 여러곳에서 오퍼가 들어왔다.
만 1년 갓 넘긴, 2년차 마케터에게.
면접을 보며 그간의 업무 역량을 인정받았지만, 기쁘면서도 슬펐다.
아, 나랑 잠시만 이야기해보아도 나를 이렇게 인정해주고 함께 일하길 바라는데
지금의 회사는 나를 어떻게 생각하는걸까.
고민이 안되었던 건 아니었다.
이직할 회사의 문제라기보단, 내 마음의 문제였다.
그리고 무엇보다 우리 팀원들이 눈에 밟혔다.
어찌보면 내가 자처한 문제일 수도 있으나, 모든 팀원들이 나에게 기대고 있는 상황에서...내가 떠나도 될까?
팀에 혹은 회사에 무슨일이 생겼을 때, 동시에 6개의 카톡방이 울린적이 한두번이 아니었다.
누군가는 미련하게 그걸 왜 네가 다 해결하냐 할 수 도 있지만,
지금 내가 해결하지않으면, 후에 내가 더 고생하며 해결해야하는 일들이었다.
내 일이 아님에도 불구하고.
오랜 고민 끝에 (당연히도 잠도 많이 설쳤다), 퇴사 선언을 했고,
면담만 몇 번을 한지 모르겠다.
마음이 너무 굳세었기에 같은 대답만 반복하고 지쳐갔고, 울기도 했다.
정말 안울고 말 잘했는데, 팀원들 얘기를 하는 순간 감정이 북받혀 울컥했다.
네가 그렇게 가면 너네 팀원들은 어떻게 해?
누구보다도 팀원 걱정 많이했다. 그래서 떠나기로 했다.
내가 정말 애정하는 팀원이 마이너한 실수를 했을 때,
평소라면 그런 부분도 채역달라고 좋게 말하고 넘겼을 일들에
울컥 울컥 화가 나기 시작했다. 왜? 왜 이것도?
혹자는 화가나는게 당연하다고 했지만, 나는 아니었다.
날서게 말하지 않아도 이해하고 수정하는 팀원이었고, 나도 그걸 잘 알고 있었다.
무엇보다 정말 마이너한 실수로 화를 내는 사람이 되고 싶지 않았다.
반복적이라면 얘기가 다르겠지만, 그게 아닌데.
그리고, 무엇보다 방아쇠를 당기게한 마지막은 언니의 말이었다.
주말에도 무기력해져 지쳐가 고민만하던 도예를 시작하기로 마음먹고 언니에게 얘기하자,
언니는 정말 좋아했다.
무기력함에서 벗어나려고 주말마다 책을 들고 카페에도 가고 노력했었는데,
언니는 주말에도 내가 우울에 묻혀있는 것같아 마음이 아팠다고 했다.
아. 아. 안된다.
내가 우울에서 나를 꺼내오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내가 우울에서 나를 벗어나게해주려고 얼마나 노력했는데.
내가, 언니가, 가족들이, 친구들이 그런 나를 얼마나 응원해줬는데.
다시 들어갈 순 없어.
회사 마다 다르겠지만, 나는 퇴사 면담을 하며 이런 얘기를 비교적 자유롭게 할 수 있는 회사였고
면담해주시던 임원과 팀장님은 마음이 너무 아프다고, 속이 상한다고 했다.
물론 떠나온 회사였고, 퇴사 면담을 하며 상처를 안받은것도,
그리고 퇴사를 마음먹기까지, 어쩌면 어려운 상황에 나를 방치해두고,
내가 도와달라고 여러차례 이야기했지만 반영되지 않았던 그 상황 속에서
상처를 받지 않았다면 거짓말이었겠지만.
그래도 퇴사 날, 사직 처리가 완료되었다.
팀원들은 점심회식을 하며 나를 보내줬고
함께 일했던 분들께 인사드리러 갔을때는 많은 위로를 받았다.
무엇보다, 마지막날 인수인계의 최종_최종_진짜최종_진진진짜최종 버전을 쓰고
인사다니고 정리하고 다니느라 정신없었던 내앞에 놓인 케이크.
나 몰래 맞춰온 케이크였다 'rami is free' 고맙습니다 모두.
덕분에 나도 팀원들 주려고 써왔던 편지를 나눠줄 수 있었다.
모두의 행복을 빌며,
자주 연락하자며,
동료로서 마지막 인사를 고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