도예를 배워봐요
이직 계획을 구체화 하면서, 도예를 시작했다.
다들 무슨 도예? 웬? 갑자기? 였는데 사실 나에겐 갑자기는 아니었다.
예전부터 관심이 있었고,
한달 수강료가 보통 20만원정도인 것도 알고 있었지만,
나는 그마저도 나에게 투자하는거에 망설이던 사람이었다.
원래 시작하기 전까지 정말 많은 고민을 하는 타입이라.
꾸준히 주1회, 회사를 다니니 주말에 꼬박꼬박 갈 수 있을지,
어찌보면 커리어에는 큰 도움이 안되는 일인데 한달에 내가 시간과 돈과 체력을 꾸준히 투자할 수 있을지 등
그러나 환경이 힘들어질 수록, 나에게 투자하고 나를 살펴줘야겠다는 생각이 강해졌다.
그래서 알아보고 바로 등록하겠다고 예약을 잡았다.
아 물론 내가 배우는 걸 좋아하는 걸 주변사람들은 모두 알기때문에,
또 뭘 배우는 군, 하면서도 왜 도예인지 궁금해했다.
그래서 말해줬다. 도예를 선택한 이유.
첫째로, 난 흔히 말하는 '바보기'를 잘 못견디는 사람이다.
정말 내가 너무 못해서, 와 이건 심각한데...이런 걸 못견디는 사람.
근데 어떤걸 새로 배우고 시작하면 당연히 못하는 시기가 있어야하는데 말이지.
그래서 처음 시작하더라도 내가 너무 못하지 않을 것을 하고 싶었다.
둘째로, 그렇다고 내가 경험한 것, 혼자할 수 있는 것의 베리에이션 안에 들어가 있는 건 안 끌렸다.
예를들어, 베이킹.
난 홈베이킹도 꽤나 해왔기때문에, 굳이 학원까지 다니면서 배우고 싶지 않았고
무엇보다 홈베이킹을 통해 나오는 결과물들을....어떻게 해야할지 고민이 됐다.
대학원 다니던 때에도, 베이킹을 종종해가져갔는데, 정말 동기,후배들 아니었으면 그것들 다 어떻게 해.
또 다른 예로는, 그림.
정통 회화를 배워본 적은 없지만 어쨌든 학부에서 디자인을 전공했기 때문에, 난 그림을 그리고 대학에 들어갔다.
그러나 나는 그림으로 대학을 들어갔다고 하기에는, 그림을 잘그리는 것 같진 않다.
입시미술 그림은 훈련과 반복 노력으로 커버가 가능했지만,
정말 그림을 잘그리는 친구들을 보며 나는 뭘까 싶었던 적이 많았다.
아마 비전공자가 나보다 잘 그리면 우울해질 것만 같았다.
이런 등등의 이유로 피아노도 제외되었고 (피아노는 혼자서 연습실을 예약해서 종종 치러간다)
마지막으로, '감각'에 집중하고 싶었다.
하면서 다른생각할 수 있는 거 말고, 내 촉각, 시각, 미각, 후각 등등 감각에 집중해야만 하는 활동.
도예 (정확히는 물레)가 그러했다.
정신놓으면....중심잃기 쉽상.
그래서 알아보던 중, 집 근처는 이미 정원 초과라 어렵다고 하셔서,
집에서 버스를 타고 50분 걸리는...꽤나 먼 공방을 알아보고 오게 되었다.
수강 문의를 했을 때, 정규반은 작품 완성보다는 기초부터 배우는데 괜찮냐고 하셨는데
정말 너무 좋았다. 지금의 나는 무언가를 생산해내는 것보다, 감각에 집중하고 몸을 익혀가고 싶어서.
지금 벌써 6회차를 하고 있는데, 대.만.족 중
보통 하면서 좀 쉬어가며 하시는 것 같은데 난 정말 3시간동안 앉아서 물레만 계속 찬다...
가끔은 땀도 뻘뻘흘려가면서....
썩 못하는 것도 아니지만, 그렇다고 너무 잘해서 미쳤어 나는! 이런것도 아닌 상태.
적당히 재밌고, 3시간 동안 감각에 집중하다보면 아무 생각도 안난다.
이렇게 스스로를 케어하는 방법을 찾아가는 듯 싶다.
그리고 도예를 배우기로 결심하며, 내가 막연히 도예를 선택했던 것에서 벗어나
'왜'에 대한 스스로 질문을 던져보며,
내가 지금 필요한 것과 그 기준을 탐구하는 방법을 익히게 되었다.
인생사 새옹지마라고 지난했던 일들이 마냥 힘듦만을 남기지는 않았나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