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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김다인 Nov 16. 2023

최근의 영감과 휴식

어떤 방향 키를 쥐고 갈 것인가,  살아있는 한, 절망하지 마라 

2022년 5월, 

어버이날이 지나고 일주일 후, 둘째를 출산하고 3주 후 다시 업무를 시작했다. 

어버이날 이후 작년 하반기부터 때마침 불어닥친 엔데믹과 금리인상, 경기침체의 여파로 약 1년 반 가량 무얼해도 더 할 수 있을것 같았던 짧았던 시기를 뒤로 하고 지금까지도 고군분투 중이다. 


"우리가 XX보다는 훨씬 빨리 더 성장하고, 1등이 될 거라고 믿었어요" 

얼마전, 입사한지 어느덧 3년이 된 초기 직원 중 하나가 이렇게 말했다. 어떠한 외부 투자도 없이, 우리의 힘으로 맨 땅에서 하나씩 일궈온 데에 대한 자부심을 몸소 보여주던 팀의 이야기였다.

나의 월급은 2017년, 첫 월급을 받던 때부터 지금까지 동결이다. 사실, 월급을 받게된 것만으로도(?) 어디냐 하면서 감격했던 것도 잠깐, 사업을 하고 팀이 불어나고 벌써 시간이 몇년이 지났고 내 연봉도 올려야지하고 마음먹었던 게 몇번인데 번번이 그 기회를 놓쳤다. 모든 팀의 가장 낮은 지점에 내가 있어야겠다고 생각하며 지난 시간을 보내왔지만, 어느덧 그 시간이 누적되면서 피로와 빛바램이 있었던 걸까?

유난히 혹독하고 힘들었던 올해가 어서 끝나가기를 기다리는 4분기 

뜻밖의 나에게 큰 위안이 되었던 두가지는 바로 

전시에서 만난 '위대한 항해'의 이야기, 그리고 제주에서의 휴식이었다.



얼마전, 함께 행사를 진행한 piknic에서 '회사 만들기'라는 기획 전시를 시작해서 방문하였고 첫 시작에 있던 '위대한 항해'의 이야기가 가장 기억에 남는다





#1. 위대한 실패,  ‘실패를 두려워하지 마라. 살아있는 한 절망하지 마라.’


 어니스트 섀클턴,실패했지만 가장 위대한 도전, <돌아온 28인>


남극점 최초 정복을 아문센에게 빼앗긴 어니스트 섀클턴은 남극 대륙 횡단을 목표로 대원들을 모집한다.


“위험천만한 여행에 참가할 사람 모집. 임금은 많지 않음.
혹독한 추위, 수개월 계속되는 칠흑 같은 어둠, 끊임없이 다가오는 위험,
게다가 무사 귀환이 의심스러운 여행임.
그러나 성공할 경우 명예와 인정을 받을 수 있음.”

5000명이 넘는 지원자 중에 섀클턴은 27명을 선발한다. 1914년 8월 드디어 그들을 태운 인듀어런스 호가 영국에서 출발했다. 그러나 출항 44일 만에 험난하기로 유명한 웨들 해의 부빙에 갇혀 표류하다가 탐험 시작 6개월 만에 인듀어런스 호가 침몰하고 만다.
탐험은 이렇게 끝이 났다. 그러나 여기가 끝은 아니다!


“이제 우리의 목표는 남극 횡단이 아니라 무사 귀환이다.”

 문명 세계에서 떠나온 지 497일 만에, 표류 170일 만에 

사람이 살지 않는 무인도, 배의 항로에서 한참 벗어난 곳에 도착한 팀

섀클턴은 구조를 요청하기 위하여 5명의 대원과 함께 떠나며 그 사이에 남은 대원들이 생존할 수 있도록 용기를 불어넣는다. 

남아 있는 보트 2개로 움막을 만들고 하루 11마리의 펭귄을 잡아먹으며 대장이 돌아오기만을 기다린다.

그러나 찾아오는 불안

“대장이 떠난 지 석 달이 지났다. 이곳에 와서 식량으로 펭귄 1300마리를 먹었다. 어쩌면 대장은 오지 않을지도 모른다.”  는 불안감에 휩싸이지만 서로 희망을 놓치지 않는다.


마침내 8월 30일 엘리펀트 섬으로 다가오는 한 척의 구조선

칠레 정부가 급히 보내 준 군함 위에서 쌍안경을 보며 대원들의 숫자를 세는 섀클턴.

“한 사람도 빠짐없이 무사한가?”

새클턴의 외침에 대원들이 대답한다.

 
 탐험은 참담한 실패

그러나 남극이라는 극한의 지역에서 조난 637일 동안 단 한 명의 사상자도 없었던 ‘위대한 항해’





#2. 쉼과 재충전이 필요할 때, 가족과의 2주 


10월 말까지 오랫동안 준비해온 결제, 스토어 리뉴얼을 마치고 안정화를 시켜둔 후 떠나려고 거의 5월 시즌이 지나고서부터 계속 미루어둔 시간이 결국 다가왔다. 

7월쯤이었을까, 우리 고객이자 올 초 같이 프로모션도 진행해서 알고 있던 '계절의 집'에서 보름살이를 할 분을 찾는다는 글을 보고, 4달후면 지금보다는 많이 달라져있겠지 하는 막연한 기대와 함께 덜컥 결정했던 보름살이. 

이렇게라고 하지 않으면, 매일 하루살이의 연속으로 늙고 지쳐가겠지.. 하는 마음에 예약해두었지만 정작 날짜가 다가왔을 때에 마치지 못한 일들이 너무 많아 가지 말까, 아니면 혼자만 잠시 서울 와서 일보고 회의하고 갈까 등의 고민을 가기 직전까지도 하게 했던 이번 시간


사실, 1년전부터 준비했던 연말 12월의 뉴질랜드 여행계획이 있었다. 

그렇지만, 그 여행을 준비한 이후부터, 서연이가 아팠고 올해까지 총 20번의 열성경련을 하면서 어디에 가든 응급상황을 대기하며 아이의 경련을 노심초사하는 우리에게 지금 해외 여행을 2주간 떠나는 것은
과한 욕심이다는 결론하에 어쩌면 보상 차원으로 결정한 것이기도 다. 


이렇게 2주간의 시간을 휴식해본 것은 

- 2016년 초 (전 직장을 그만두고, 새롭게 일을 시작하기 전의 한달간 남미 여행) 

-2018년 여름 (서진이를 낳고, 함께 한 2주간의 유럽여행) 

그리고 이번이 처음이다 


그 사이에 우리 가족은 둘>셋>넷으로 증식(?)했고 

나는 사십을 바라보는 나이가 되어버렸고, 

회사는 생각했던 모습과 시기와는 조금 다르지만, 그 시간동안 달라진 사람들과 모습으로 아직, 살아있는 중이었다. 


이번의 휴식은 몇가지 기억할 만한 것들이 있었다. 

#1. 아이들과의 가족과 함께 한 밀도 있는 시간 


약 50여끼를 연속 함께 먹고, 380여시간을 함께 있는 것은 사실 가족이 함께 살면서 쉽지 않은 시간이다. 아직 서진이가 본격적인 학교생활을 하지 않고, 남편이 일을 잠시 쉬고 있는 지금이라서 가능한 걸까? 그래서일까, 그 사이에 나는 아이의 표정변화, 하는 말, 컨디션에 대하여 조금 더 주의깊게 볼 수 있게 되었으며 아이가 생각보다 웃음이 많고, 다양한 소리를 내고, 서진이는 주의력이 깊고 감정이 풍부하지만 칭찬받고 싶어하는 아이라는 걸 더 깊게 알게 되었다. 

아무것도 하지 않고 손에 돌을 쥐어주며 15-20분동안 돌만 던지는 아이를 바라보기도 하고,

햇빛을 쬐며 마당에서 귤을 따고 책을 함께 읽고 하는 그 아무것도 하지 않는 시간

핸드폰을 보지 않고, 물속을 유유히 헤엄치는 아기 돌돔을 하염없이 들여다보는 가을의 오후가

 이다지도 마음을 풍요롭고 행복감을 느끼게 해주는 지는 평소에 잘 몰랐다. 


어떠한 생각도 하지 않고 아무것도 하지 않는 바라봄의 시간


#2. 떨어져있어서 더 생기는 감사한 마음과 회복탄력성 


올 한해동안 나름 소중하게 생각하는 사람들을 3명을 떠나보냈고, 그 자리를 모두가 아메바처럼 증식하여 메꾸면서 정말 모두가 최대치로 일을 하는 한 해를 보내왔지만 그 폭풍같은 시간 속에서는 막상 고마워할 마음도 틈도 없었는데, 조금 떨어져서 보니 이런 사람들이 있어서 참 감사하고 행운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며칠 전, 좋은 사람들을 모아서 한 자리에 있게 해줘서 고맙다는 이야기를 듣게 되었다. 회사(會士)가 결국 사람들이 모여있는 곳인데, 내 마음을 훅 치며 이다지도 뭉클하게 만든 멘트가 최근에 또 있었을까? 나는 그 말에 걸맞는 좋은 사람이고 더 함께 성장하고 싶은 동료일까 하는 회고와 함께 지금의 나의 휴식으로 인한 공백과 자리를 묵묵하게 지키고 있을 고마운 동료들 덕분에 아직은 더 고난이 예상되지만 그 폭풍의 한 가운데로 다시 돌아갈 힘이 조금은 다시 생긴 것 같다 


#3. 해, 바람, 온도.. 계절의 변화에 대한 음미, 그리고 감사 


시간과 하늘의 변화, 눈이 쌓인 한라산 

올 하반기 회사의 모토를 '매일 피어나는 기분좋은 생활'로 바꾸었다. 매일 꽃으로 느끼는 계절의 변화, 오늘의 소중함을 많은 사람들이 느낄 수 있으면 하는 바람을 담았는데. 이곳에서의 시간동안 비가 오는 날도, 햇빛이 쨍쨍한 날도 어느 하루 계절의 변화를 허투루 보낸 날이 없었다. 더운 날은 해가 쬐어서, 빨래가 잘 마르고 볕으로 매일 익어가는 귤의 색깔을 볼 수 있어 좋았고,  비가 오는 추운 날은 문득, 계절의 변화를 느끼고 콧구멍이 뚫리는 시원한 상쾌함을 느낄 있어 좋았다. 휴양림에 가던 날, 갑작스런 추위로 백록담에 올해 첫눈이 내리는 것을 보고 그 다음날 눈부신 설산이 되어 눈앞에 나타난 한라산에 감사했고 다시 찾아온 따뜻한 날씨에 마지막 가을을 만끽할 수 있어 좋았다. 


이런 오늘 하루, 이 계절의 변화에 충실할 수 있어서 나는 오늘도 내일도 그리고 앞으로 다시 돌아올 이 계절을 기다리며 또 살아낼 힘이 생긴 것 같다. 





시간은 결국 지나간다. 

계속된 고갈로 여유도, 감사할 마음과 체력모두 바닥이 났던 나에게

앞으로 남은 2023년, 그리고 새롭게 시작할 2024년에도 살아있는 한 절망하지 말고 
팀을 살피고 함께 하는 사람들에게 마음을 전하고 

우리가 하는 일을 다시 되새기며 

준비할 수 있게 되었던 영감의 시간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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