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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Dec 06. 2022

내 생애 첫 사업

나의 첫번째 캔들 사업



내 생애 첫 번째 사업은 망했다.


학창 시절 모교 근처에 대학교가 있었는데 그 대학 정문 앞 근처에서 부모님이 식당을 하셨다. 

학교 수업이 일찍 끝나면 식당으로 가서 설거지와 홀서빙 등을 도왔다. 

특히 대학교 시험기간이면 주말에도 식당에 나가서 두 팔을 걷어 부치고 3시간 정도 정신없이 가게 일을 도왔다. 


엄마가 용돈을 주시기도 했지만, 도울 사람이 나밖에 없었기 때문이기도 했다. 

내 남동생은 용돈 준다고 아무리 꼬셔도 본인이 하기 싫으면 끝까지 안 했다. 

장녀라서 그런 걸까. 마음이 약해서 그런 걸까. 하기 싫어도 억지로 도왔다. 

고등학교 졸업할 때 까지도 그 식당 운영은 유지되었고, 난 시간이 될 때마다 엄마가 부탁할 때마다 식당일을 도왔다.


바쁘면 너무 힘들고, 한가로우면 장사가 안 돼서 고민하고, 식당일에 매진하느라 다른 여유 같은 건 꿈꿀 수 없었다. 

먹고 사느라 바쁜 부모님에게 투정할 수도 없는 나이였다. 

이런 걸 보며 나는 절대 사업은 하지 않겠노라 다짐했다. 




그런 내가 사업을 하게 될 줄이야. 

그것도 MBTI 극 I성향으로 내성적이고 소극적인 내가. 

사업이라고 말하기에도 창피한 수준이지만 사업자등록증이 내손에 있으니 엄연한 사업자이다. 


내가 사업을 시작하게 된 이유는 간단하다. 

아이를 어린이집에 보내고 나니 시간적 여유가 생겼고, 심심함을 못 참던 내가 인터넷을 뒤지다가 캔들이라는 것을 배우게 된 것이다. 


온라인으로 배운 작품을 만들어서 자격증 신청비와 함께 택배로 보내면 합격증이 우편으로 날아온다. 

그때 자격증을 받았을 땐 정말 기뻤는데 지금 생각해보면, 내가 진짜 잘해서 합격했다기보다 정해진 기준에 잘 맞춰 만들면 그냥 대부분 다 자격증을 주는 듯했다. 

수업료보다 재료비가 더 비싼 강의였지만 집에서 배울 수 있다는 점이 좋았고 그렇게 도전하게 됐다. 


왜 재료는 한 개씩 팔지 않고 묶음으로만 파는 것인지. 

종류별로 사서 만들다 보면 남는 재료가 꽤 됐다. 

만들어서 지인 나눠주다가 재료비 충당하기가 버거워지기 시작할 때쯤 사업자를 내게 됐다. 

만들어서 팔려면 인증도 받아야 하고 현금 영수증도 해줘야 하고 사업자 없이 물건을 파는 것은 불법이기도 해서 이래저래 사업자등록을 내야 했고 그렇게 첫 사업을 시작하게 됐다.




동네 친구가 꽃집을 했는데 그 친구의 도움으로 가게에 캔들을 전시해서 팔았고, 지역 카페에 올려서 한 두 개씩 팔기도 했다. 

그러다 남편의 지인이 답례품을 주문했다. 처음으로 대량생산을 하게 된 것이다. 

두근거리는 마음으로 일주일간 계획을 세워서 일정에 맞춰 캔들을 생산하기 시작했다.

 

그런데 어느 날 갑자기 목 주위에 빨갛게 두드러기가 났다. 

약을 발라가며 가려움을 참고 겨우겨우 만드는데 이제는 코가 말썽이다.

훌쩍훌쩍. 콧물이 나오고 코가 가렵다. 왜 이러지? 

주문 건을 완성한 후 향을 맡지 않고 좀 쉬었더니 좀 괜찮아졌다. 

캔들 만들면서 넣었던 향료가 문제였던 걸까. 

한두 개 만들 땐 몰랐는데 한꺼번에 많은 양을 만들다 보니 진한 향료가 알레르기의 원인이었다.

알레르기 비염은 원래 있었지만 인공향으로 인한 알레르기가 있을 거라고는 꿈에도 생각하지 못했다. 

이런, 망했다. 

처음으로 시작한 내 첫 사업인데 알레르기가 내 앞길을 막는구나. 


결국 난 이 캔들 사업으로 코가 아주 예민하다는 사실을 알았고, 향에 알레르기가 있다는 사실을 알았으며, 특히 인위적인 향을 이용한 사업은 하면 안 된다는 사실을 알았다.

이렇게 나의 첫 사업은 실패다. 

사업은 아무나 하는 게 아니라고 하더니 역시 난 아무나였던가. 

무언가 도전을 할 땐 나의 여건과 조건을 먼저 잘 따져가며 해야 한다는 교훈을 얻게 된 기회였다. 

그리고 난 또 생각했다. 

앞으로 내 사전에 사업은 절대 없다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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