남편의 취미가 어느 순간부터 내 취미가 되었다. 어항이 세 개가 되는 동안에도 전혀 관심이 없었다. 새로 온 거북이만 신기하고 귀여워서 몇 번 쳐다볼 뿐이었다. 방학 동안 물고기와 거북이에게 밥을 주던 아이들은 3월이 되어 개학을 하고 나니 일어나자마자 정신없이 준비하고 학교에 간다. 홀로 남겨진 조용한 집안에서 결국 마음이 쓰여 어항 앞으로 다가간다. 물고기와 거북이도 나에게 다가온다. 이렇게 작은 생명체도 먹이 주는 주인을 알아보는 모양이다. 몰려드는 물고기를 외면할 만큼 모질지 못한 나는, 아이들이 없는 오전시간에 셋째 아이를 돌보듯 어항에 밥을 넣어준다. 작은 녀석들은 1mm도 안 되는 작은 알갱이조차 삼키질 못한다. 결국 뚜껑에 밥을 갈아서 더 작게 가루를 만들어 넣어준다. 그 작디작은 입으로 오물오물 먹이를 삼키는 모습을 보니 꼭 어린아이 같다.
3월 20일경 알풀구피와 브리샤르디가 새끼를 낳고 난 이후부터 애정은 더 쏟아졌다. 콩알의 반의 반 보다도 더 작은 그 새끼물고기들을 보니 내 뱃속에 있던 아이들이 막 태어났을 때가 생각난다. 힘을 주라는데 어디에 힘을 줘야 할지 몰라 그냥 막 힘을 줬었다. 대변이 마구 나오는 것 같았던 정말 생각만 해도 끔찍하고 힘들었던 순간이 지나자마자 퉁퉁 불어 터진 모습을 한 작은 아이가 내 품에 안겼다. 처음 본 아이를 보자마자 계속 “어떻게 해.”를 외쳤던 나, 지금 생각해 보니 왜 그랬었나 싶다. 눈도 못 뜨는 작고 연약한 아이를 앞으로 어떻게 키워야 할지 몰라서 그런 말이 나왔나 싶기도 하다. 첫째 아이를 낳고도 며칠 동안은 아이를 안지 못했으니까 말이다.
작은 새끼 물고기들을 보며 내 아이 돌보듯 매일 세 번씩 꼬박꼬박 밥을 줬다. 남편은 하루에 한 번만 밥을 주면 된다고 하지만, 새끼는 원래 많이 못 먹어서 자주 줘야 한다며 내 생각을 단호하게 말했다. 이게 사실인지 아닌지는 모른다. 아이를 키워본 엄마의 입장에서 그렇게 생각이 들었기에 그냥 내 생각대로 했다. 새끼물고기들은 눈에 띄게 잘 자랐다. 너무 작아 검은 눈 두 개밖에 보이지 않던 새끼 물고기들은 일주일이 지나자 잘 먹은 새끼들부터 꼬리지느러미가 보이기 시작한다. 이주일이 지나자 등지느러미가 커진 게 눈에 보인다. 삼 주일이 지나자 배지느러미가 선명하게 보인다. 땡글땡글한 눈도 제법 보인다. 꼭 작은 멸치 같던 새끼 물고기들은 어미 브리샤르디와 똑같이 닮아 있었다. 자세히 보니 새끼들도 조금씩 다르게 생겼다. 유독 눈이 큰 새끼물고기도 있고, 색이 더 진한 물고기도 있다. 아무래도 색의 진하기로 암수구분을 할 수 있는 것 같기도 하다. 잘 먹은 새끼물고기와 잘 못 먹은 새끼물고기의 크기는 확연히 차이가 난다. 다행히 브리샤르디 새끼들은 한 마리도 죽지 않고 건강하게 잘 크고 있다. 하지만 안타깝게도 병든 알풀구피에게서 태어난 새끼는 3마리만이 살아남았다. 매일 세 번씩 밥을 갈아 주었지만 이미 병에 걸려 태어난 새끼들이었는지 하룻밤 자고 나면 꼭 한 마리씩은 죽어있었다. 다행히도 남은 알풀새끼들은 꼬리도 정상이고 다른 물고기들과 헤엄치며 건강하게 잘 지내고 있다.
새끼들 때문에 하루 세 번 밥을 주는 것인데, 밥을 줄 때마다 위에 있는 거북이도 나를 보며 마구 헤엄쳐온다. 급한 마음에 짧은 다리로 헤엄도 제대로 못 치고 막 달려드는 모습이 너무나 귀엽다. 앉아서 어항에 밥을 주고 있으면 내가 있는 아래쪽으로 내려오고 싶은 것인지 자꾸 바닥에 있는 모래에 머리를 박고 내려오려고 안간힘을 쓴다. 이렇게 귀여운 강아지 같은 ‘개북이’를 무시할 수가 있으랴. 결국 거북이도 하루 세 번 밥을 주게 됐다. 물고들처럼 그냥 던져주면 또 먹지 않는다. 처음부터 핀셋으로 먹이를 집어서 입에 넣어줬더니 그런가 보다. 하나하나 밥을 주는 재미도 쏠쏠하다. 남편은 거북이도 밥을 하루에 한 번만 주면 되는데 너무 많이 준다고 핀잔 아닌 핀잔을 준다. 하지만 저렇게 나만 보면 달려들며 밥을 달라고 하는데 어떻게 안 줄 수 있단 말인가.
거북이와 함께 사는 시클리드 중 욕심 많고 힘이 센 한 마리는 매번 거북이 밥을 뺏어먹더니 결국 돼지물고기가 되었다. 볼 때마다 우습다. 그 큰 거북이밥을 우걱우걱 씹는 모습이 놀랍기도 하고 재미있기도 해서 이제는 물고기밥을 주지 않고 거북이 밥을 준다. 작은 시클리드도 빨리 크라고 거북이밥을 던져주면 결국 욕심 많은 돼지시클리드가 다 먹어 해치운다. 어쩔 수 없는 적자생존의 어항 속 세상이다. 성체물고기든 새끼물고기든 힘이 센 물고기만 더 잘 먹고 더 클 수밖에 없다. 작은 물고기가 좀 불쌍하고 안타깝긴 하지만 내가 도와주는 것도 한계가 있다. 약한 물고기에게 직접 먹이를 주고 싶지만 물고기들은 거북이와 달라서 개별적으로 챙겨주기가 힘들다.
물고기를 키우며 어항 속 세상을 제3자가 되어 지켜보고 있다. 내가 사는 세상과 별반 다를 것이 없어 보인다. 매일 헤엄치며 먹고 싸고 자는 것을 반복한다. 그 안에서 친구와 놀기도 하고, 구애활동을 하여 새끼가 탄생하기도 한다. 한참 뚫어지게 쳐다보다 보면 나도 모르게 어항 속에 갇혀있는 물고기와 거북이가 불쌍하게 느껴질 때도 있다. 그렇다고 해서 더 넓은 세상으로 가라고 그냥 아무 데나 풀어줄 수도 없는 노릇이다. 어쩌면 우리 집에 온 어항 속 물고기들은 하루 세 번 밥을 챙겨주는 주인을 만나 배부르고 행복할지도 모르겠다. 거북이와 물고기들이 행복하길 바라며, 셋째 아이를 키우듯 오늘도 밥을 챙겨준다. 나도 모르게 남편처럼 물생활에 빠져들고 있는 모양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