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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라미 May 06. 2021

꾸준한 새로움에 대해서

 10대 때 못다 한 방황을 20대에 들어와 아주 우아한 방식으로 찾을 수 있도록 만들어준 책이 바로 헤르만 헤세의 '데미안'이다. 솔직히 그저 재미있다고만 말하기는 어려운 책이었다. 그럼에도 책 속의 몇몇 구절은 잘 갈린 촉의 화살처럼 날아와, 10대 때 미처 짜지 못한 내 마음속 염증을 콕하고 터뜨려주었다. 좌절되었던 행동의 근육에 작은 생명을 불어넣어주었달까. 물론 그 작은 자극이 단번에 모든 것을 바꿔놓지는 않았지만, 그래도 진흙탕에 우연히 떨어진 민들레 씨 정도의 존재감은 있었다.


 책에서는 내 속 안에서 솟아 나오려 하는 것을 두려워하지 말라고 했다. 이게 무슨 의미인지 찰나의 순간에 느낌은 오는데 그새 그 느낌이 연기처럼 사라졌다. 그래서일까 본능적으로 남의 이야기에 먼저 눈길이 갔다. 내 속 안은 모르겠으니 남 속에선 뭐가 솟아 나오나 보고 싶었다. 대학교에 정착을 하고부터는 꾸준히 영화를 보며 그 욕구를 채웠다. 군대에 가서는 영화를 마음 편히 볼 수 없어 책을 읽었다. 그렇게 꾸준히 보고 읽고 하다 보니 조금씩 간질간질하게 뭔가 잡히는 것 같았다. 너무 간질간질하니까 긁고 싶기도 했다. 그래서 휴학을 하고 1년 간의 세계여행을 떠났다. 첫 번째 내 행동.


 꾸준히 간지러운 곳을 긁으며 여행을 하다 보니 때로는 시원하기도 하고 때로는 피도 났다. 그렇게 다닌 여행으로 남은 것에 대해 함축적으로 말하자면 뭐, 다시 난 새 살 정도였달까? 별 것 아니지만 그래도 얻은 게 있다면 그 살이 '내' 살이라는 것을 알았다는 것. 쉽게 말하자면 이제 이 살에 근육도 붙이든 팩을 붙이든 뭘 해도 스스로 케어해야 한다는 것을 알았다. 작은 의무가 지어졌달까. 비실거리던 내 화분에 새싹이 하나 뾱하고 나온 것이다. 간지러움의 결과는 생명을 키울 책임이었다.


 뭘 해줘야 새싹이 잘 큰담. 더 막연해졌다. 그래서 일단 시도해보기로 했다. 너무 크게 시도했다가 뿌리째 죽을 수도 있으니까 천천히 꾸준하게. 그러다 보면 알아도 뭘 알겠지. 그렇게 시작한 매주마다의 작은 새로운 도전. 이 일상을 꾸려온지도 벌써 3년이 가까워지고 있다. 그리고 첫 30대. 이제 겨우 정말 성인이 된 것 같지만 아직도 혼란스럽기는 마찬가지다. 그래도 마음속 새싹은 꾸준히 새롭게 자라고 있기에 영 불행한 감은 많이 사라졌다. 꺾일까 쓰러질까 잘 클까 불안한 마음은 있지만 말이다.


 제목은 '꾸준한 새로움에 대해'인데 그에 대한 내용이 너무 없다고? 그래서 앞으로 '꾸준히 새롭게' 만들어온 나의 흔적들을 적어보려고 한다. 매주 하나씩 진행되고 있는 일상 속 작은 도전! 커밍쑨.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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