4일 차: 벨렝 지진 체험관
일단 길을 나섰다. 2층 버스를 탈까, 크리스마스 마켓에 갈까 하는 중에, 첫째가 입국할 때 공항 광고판에서 봤던 지진 체험관에 꼭 가보고 싶다고 한다. 거기 벨렝인데? 가고 싶으면 또 가야지 뭐.
리스보아 카드 마지막 혜택으로 벨랭 가는 버스를 타고 체험관에 도착해서 표를 끊었다. 체험시간까지 여유가 있어 바로 앞 작은 놀이터에서 넷이 얼음 땡 놀이를 했다. 남편과 내 나이를 합하면 거의 백 살인데… 충격적으로 재미있었다! 그러나 나는 급격한 체력소진으로 술래가 세 번쯤 바뀌었을 땐 더 이상 뛸 수가 없었다. 아이들이 너무 재미있어하는 걸 보니 다시 젊은 엄마가 되기 위해 노오력하겠다는 결심을 하게 되었다. 파이팅이다.
시간이 되어 들어간 체험관, 아이들이 정말 흥미로워했다. 1755년 리스본 대지진을 경험할 수 있게 구성되었다. 지진이란 자연현상을 과학으로 설명해 주는 공간, 타임머신을 타고 과거로 떠나는 공간, 1755년 11월 1일 당시 리스본의 모습, 성당 안에서 지진을 실제로 경험한다는 설정, 이후 재건을 어떻게 했는지 중요한 문서를 관람객이 찾아내도록 하는 설정까지, 잘 계획되고 구성된 공간이었다. 세상이 무너져도 삶은 계속되었다. 지진상황을 파악하느라 포르투갈에서 표준화된 설문지가 세계 최초로 도입되었다 한다. 도시를 재건하느라 도시계획도 최초로 실시되었다 한다. 그리고 이 재난이 관광상품화되었다. 솔직히 공항에서 광고판을 봤을 땐 살짝 거북함을 느꼈는데 그럴 일만이 아니었다. 이미 300년이 지난 일이니 그로 인해 상처를 받는 사람은 없을 것이다.
끝나고 나오니 기진맥진해서 식당으로 갔다. 오늘은 파스테이스 지 바칼라우를 시켰는데 배가 고프기도 했지만 맛있어서 첫째는 내 것까지 먹어버렸다. 오늘도 해물밥을 먹었는데, 왜 먹어도 질리지 않지? 어제저녁도 오늘 점심도 식당 서버는 방글라데시 청년들이다. 이들은 무슨 꿈을 안고 멀리 포르투갈까지 왔을까?
놀이터 얼음땡과 지진체험관에서 계속 서 있었던 여파로 휴식이 필요했는데, 쉬고 싶은 건 남편도 아이들도 마찬가지였는지 만장일치로 숙소에 복귀했다. 첫째는 수학문제를 풀고 둘째는 한글 바바버벼보뵤부뷰브비를 익혔다. 점심 과식의 여파로 저녁은 남편이 사다준 브로콜리 수프로 가볍게 먹었다. 위야, 잘 부탁해. 남자들은 피자를 먹었다. 오늘도 흑백요리사를 시청하고, 여행비 지출내역을 정리하고, 매일의 일정에서 키워드들을 기록해 둔다. 내일 숙소 체크아웃해야 하니 옷 짐도 정리해 두고 빨래는 부지런히 전기히터에 말리며 하루를 마무리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