잔잔히 흘러간 새해 첫날

6일 차 : 아베이루

by RAMJI

간밤에 깊이 자지 못했다. 12시경에 불꽃놀이 소리에 깼고 추워서 새벽 5시에 또 깼다. 정신이 든 김에 지인들에게 새해인사를 보냈다. 내가 먼저 하는 새해 인사, 새로 생긴 긍정적인 습관이다. 한국에 계신 가족에게도 전화해 새해인사를 드렸다. 어제 먹고 남은 된장에 밥을 끓여 된장죽을 만들어 먹고, 나머지 가족들 계란 프라이 추가로 먹이고, 남은 달걀을 삶아서 11시 데드라인에 맞춰 급히 체크아웃했다 (그리고 첫째 학교 숙제인 읽기 책 세 권을 이곳에 놓고 왔음을 여행 마지막날 깨닫게 된다).


포르투 가는 길 중간에 어딜 들릴까 하다가 AI에게 물으니 아베이루를 가라고 해서 망설이지 않고 따랐다. 처음엔 점심을 먹으러 들린다는 생각이었는데 ‘포르투갈의 베네치아’라는 말에 이끌려 식사 대신 운하 보트 투어를 했다. 실제로 경험한 운하는 (베네치아에 못 가봤지만) 베네치아 급은 아니었다. 영어가 된다는 관광안내인이 있었지만 영어인지 포르투갈어인지 그가 하는 말을 이해하기 어려웠다. 바닷물이 차고 빠지는 정도에 따라 운하 수위를 조절해야 한다, 성직자들 옷 다림질에 쓰고 남은 달걀로 디저트 오부스 물레스를 만들었다는 말 정도가 기억이 난다. 가나에서 못 느끼는 찬 공기를 맞으며 멍 때린 데 의의를 두기로 한다. 남편과 아이들에게는 어떤 기억이 남았는지 궁금하다.


부슬부슬 내리는 비를 맞으며 운하를 다 둘러보고 포르투로 출발했다. 차에서 삶은 달걀, 바나나, 육포, 빵, 과자 같은 걸로 끼니를 대신했다. 덕분에 3시경 호텔에 일찌감치 체크인했다. 이제부터는 조식 나오는 호텔에서 묵는다! 예이! 난방이 돌아가지 않아도 따뜻하다! 예이! 배가 고파 전날 남편이 마트에서 샀던 수프를 데워먹었다. 그런데 영락없는 시래기된장국 맛이 났다. 남편이 된장을 더 풀어서 먹자고 하는데 거부했다.


1월 1일 공휴일이라 차를 공항까지 가서 반납했다. 그랬는데 마트며 식당도 닫았을 거란 생각을 못했다! 감사하게도 문을 연 곳이 있어 포장음식을 사다 먹었다. 튀긴 두부, 익힌 콩, 채소육수 면(에서 면을 빼고 밥을 말아) 꼭꼭 씹어 먹었다. 흑백요리사는 날로 흥미를 더해간다. 위염에서 회복될 날만 기다리는 나는 음식에 대한 흥미가 날로 커진다. 숙소가 복층 구조라 아이 둘을 위층 침대로 보내고 우리는 소파배드에서 잤다. 예상 못한 10년 만의 분리수면이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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