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실한 관광객의 하루

7일 차 : 포르투 시내 구경

by RAMJI

무료로 쓰는 코파일럿도 유용하다. 제안해 준 일정을 대부분 수용해서 하루를 보냈다.

Trindade 출발 → Bolhão 시장 → 상 벤투 역(São Bento) → 동 루이스 1세 다리 → Wow Porto → World of Discoveries → Trindade 복귀


Bolhão 시장은 깔끔했고, 완성도 높은 그림, 코르크 제품, 바칼라우 등을 팔아서 아이들이 아니었다면 찬찬히 둘러보며 쇼핑할 수 있었을 것 같다(남편은 시장에서 팔던 레몬이 곁들여진 생굴이 가장 먹고 싶었다고 한다).


벤투역의 벽화는 비교적 최근인 1900년대에 그린 거란 걸 나중에 알았는데, 그걸 감안해도 근사했다. 걷기 싫다고 징징거리던 둘째도 잠시 멈추고 벽화를 감상했을 정도이니(물론 그 벽화가 전투 장면을 담고 있긴 했다).


동 루이스 1세 다리를 건너는 것도 즐거웠다. 흐린 날씨였지만 다리에서 바라보는 탁 트인 풍경이 아름다웠다. 그러고 보면 이번 여행 내내 시야를 가리는 것 없는 곳에서 풍경을 내려다볼 때, 그리고 그때 얼굴에 닿는 바람과 찬 공기를 느낄 때 어김없이 만족감과 행복을 느꼈네.


둘째가 여전히 걷기 싫어했음에도 (때맞춰 구입한 포켓몬 카드의 힘으로) 낡은 시가지의 운치를 느끼며 계단을 따라 걸어내려 갔다. 용케도 Wow Porto에 당도했다. 예약해 둔 World of Discoveries 관람까지 시간이 비어서 동선을 고려해서 이곳에 온 건데, 우리 부부가 알코올에 관심이 없는 관계로 초콜릿 체험관만 관람했다. 가나에서 카카오 농장을 방문한 적이 있어 잊고 있던 기억을 되살릴 수 있었다. 입장할 때 인원수대로 코인 네 개를 줬는데, 아이들의 관심사는 그 코인을 어디에서 쓰는 것인가 이것뿐이었다. 관람을 마치고 마지막에 뽑기 기계에 그 코인을 넣고 (인형 뽑기 하듯) 초콜릿을 뽑았다. 또 여행한다면 이곳은 굳이 안 갈 것 같다.


마지막 목적지인 World of Discoveries 근처에서 점심 먹을 식당을 찾았다. 괜찮아 보이는 곳은 빈자리가 없어서, 현지인들이 주로 가는 듯한 (구글 평점이 낮은) 식당에 자리를 잡고 프랑세지나, 해물밥, 슈퍼복 맥주 한 병을 시켰다. 해물밥에 가공식품인 게맛살이 들어있어서 역시 관광객을 대상으로 하는 식당은 아니구나 싶었다. 그래도 맛이 나쁘지 않았고 양이 많았다. 얼마인지 모르고 주문한 건데 계산서를 받으니 20유로 대의 싼 가격이어서 놀랐다.

프랑세지나와 수퍼복 맥주


마침내 World of Discoveries에 입장했다. 코파일럿이 아이들이 좋아할 거라고 했는데 정말 그랬다. 15세기 당시 탐험선 내부를 재현해 놓은 공간, 특히 우리에 갇혀있는 코뿔소와 대포 모형 같은 것을 흥미로워했다. 실제로 배를 타고 물 위를 다니며 아프리카, 인도, 중국, 일본, 브라질까지 직접 탐험하는 공간 세팅이 가장 좋았다. 이슬람 세계와의 마찰로 대서양을 통한 새로운 무역 항로를 모색하게 된 상황을 설명할 때 우리가 탄 배가 대포 공격을 받는 설정이 있었는데, 쾅 소리와 함께 배 앞머리 근처에서 물이 튀자 아이들이 몇 초간 얼음상태가 되었다. 뒤에서 보는데 어찌나 웃음이 나던지. 지난 며칠간의 용맹한 군사작전 놀이가 무색했달까. 밀림의 가짜 동물 모형에 열광하는 둘째를 보며 아프리카 사파리를 한 번은 보러 가야겠다는 생각도 들었다.


우버로 숙소 근처에 내려 냉동홍합을 사서 집에 돌아왔다. 남은 채소와 집에서 가져온 미역으로 남편이 된장국을 끓여주었다. 정말 맛있게 먹었다. 다만 아이들은 먹기 싫다고 해서 라면을 끓여 밥에 말아 먹였다. 오늘도 이어지는 흑백요리사 시청… 파인다이닝 셰프의 요리는 도대체 무슨 맛일까. 알 도리가 없다. 우리도 캐비어를 사 먹어보자고 했더니 남편이 얼만지나 아느냐며 손사래 치며 사양한다. 그래도 하늘에서 뚝 떨어지면 맛볼 것 아닌가? 나와 마찬가지로 서민적인, 아니 서민인 남편의 모습에 어쩐지 짠하다. 여행이 막바지에 들어 아쉽다. 아이 둘은 오늘도 위층에서 자기로 했다. 하지만 둘째는 엄마가 재워주길 원한다고 하여 같이 올라가 토닥여주며 하루를 끝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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