연말여행의 이유 : 해피엔딩

by RAMJI

1년 전 여행에서 경이로운 그리스의 자연환경에 압도되어 과욕을 부렸다. 2025년 한 해 무슨 일이 있어도 행복하겠다고 결심했던 것. 스스로에게 새해 결심을 지키라고 강요를 하며 1년을 보낸 꼴이 되었다. 마음은 물결 따라 유유히 흘러 다니는 건데 말이다. 연말 몇 주간 아프면서 몸도 마음도 지쳤다.


여행을 다녀왔다. 구겨지고 쪼그라든 마음에 온기 있는 햇살과 선선한 바람을 쐬이고, 먼지를 탈탈 털어내고 반듯하게 말려서 가나로 돌아왔다. 행복은 커녕 버티는 것만이 답인 때가 있었음을 뒤늦게 인정한다. 작년의 결심을 지키지 못했지만, 연말 또 한 번 다녀온 여행 덕분에 한해 끝자락에 또 행복했다. 우리는 끝이 좋으면 전체적으로 다 좋았다고 기억하는 경향이 있다. 우리가 해피엔딩에 집착하는 이유이며, 연말여행의 이점이다.


죽만 먹다가 포르투갈에서 소화가 잘되면서도 맛있는 요리를 먹었더니 먹는 기쁨이 무엇인지 알게 됐다. 돌아와서 일주일 동안 문어밥을 두 번, 바칼라우로 브라스와 구이를 한 번씩 해 먹었다. 남은 바칼라우로 볶음밥을 만들어 도시락을 싸주면 남편은 물론이고 까다로운 첫째도 맛있게 먹어주어 기쁘다.


아이들에게 여행에서 무엇이 가장 좋았는지 물어보니 첫째는 놀이터에서 함께 한 얼음땡 놀이, 둘째는 지진체험관을 꼽았다. 그리고 에그타르트를 계속 찾는다. 나더러 만들어달라는데 난감하다. 얘들아, 엄마가 아직 베이킹은 좀 그래. 첫째는 엄마가 안 만들어줄 것 같으니까 어른이 되면 신혼여행을 포르투갈로 가서 에그타르트를 다시 맛보겠다고 한다.


이제 한국에 돌아가면 시간을 내기 어려울 것이다. 그전에 무리가 되더라도 여행을 한 번 더 하기로 마음을 먹는다. 다음은 아프리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