크레타
니코스 카잔차키스의 묘를 방문하기 위해 다시 헤라클리온을 찾았다. 그리스 정교회가 받아들이지 않았다는 그의 시신은 그의 고향인 크레타로 돌아왔다. 묘는 지중해가 보이는 언덕 위 양지바른 곳에 정성스럽게, 하지만 과하지 않게 조성되었다. 작가에 대한 크레타 사람들의 애정과 존경이 느껴졌다.
일행 한 명은 묘비에 새겨진 그리스 문자의 아름다움에 탄성을 내뱉었다. 불교적 세계관이 보이는 글귀의 내용 또한 반복해서 읽어보게 하는 힘을 갖고 있었다. 사진을 찍어 이 글귀를 각별하게 여기는 여동생에게 보내주었다.
I hope nothing.
I fear nothing.
I am free.
나머지 시간은 어떻게 지나갔던가. 자연사 박물관을 찾았고, 시내 이탈리안 식당에서 늦은 점심을 먹었다. 퀴노아 샐러드가 맛있어 미식가 첫째 아이가 계속 입을 벌리는 진귀한 일이 있었다. 일행 중 볼리비아 거주 경험자에 따르면 퀴노아를 이렇게 적당히 톡톡 터지게 익히기가 어렵단다. 첫째가 잘 먹으니 나는 그 기술을 연마해야겠구나.
놀이터에서 놀고 싶다는 둘째를 위해 해변에 있는 작은 놀이터를 찾아 해질 무렵까지 놀았다. 첫째는 친구와 우정을 나누느라 바쁜 와중에도 짬을 내 엄마와 미끄럼틀 둘레를 돌며 술래잡기 놀이를 했다(우리는 이 놀이를 ‘찰거머리 괴물 놀이’라 부른다). 내가 지쳐서 놀이는 얼마 못 가 끝났다. 나는 어릴 때로 돌아간 것처럼 그네를 힘껏 탔다. 둘째의 그네와 나란히 움직이게 된 순간 아이가 까르르 웃었다. 서로 눈이 마주치고 둘이 다시 한번 웃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