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쁜 머그잔 그리고...
여행이 끝나고 두 가지 질문을 던진다. 첫 번째, 여행이 내게 남긴 것이 있나?
카이로의 GEM 기념품 가게에서 남편이 고른 머그컵 두 개가 남았다. 예쁘게 잘 만든 컵이다. 다른 컵에 마실 때보다 이 컵에 물을 마실 때 기분이 좋다. 소유냐 존재냐? 소유다. 일상 속 작은 기쁨을 오래 누릴 수 있다면 이런 소비도 괜찮다. 좋은 기분이 얼마나 가는지 지켜보기로 한다.
그리고 브런치스토리에 올린 글이 남았다. 잘난 글이든 못난 글이든 남겨놓는 편이 낫다. 나는 유달리 잘 잊어버린다. 행복한 순간은 시시각각 과거가 되고 기억하지 못하면 사라질 뿐이다.
두 번째 질문, 여행으로 새롭게 발견한 것이 있나?
나에게 감동을 준 것은 또 자연이었다. 출발 전 스스로 고대 문명을 보러 간다고 생각했고, 실제로 보았다. 하지만 나는 어떤 유적지를 가도 인간이 만든 구조물 뒤 배경으로 존재하는 자연에 더 눈이 갔다. 누런 모래의 땅, 하늘과 구름과 눈과 돌과 바다가 한 앵글 안에 잡히는 풍경, 수도원 터로 쓰인 묘한 느낌을 주는 돌산, 지중해라는 이름의 처음 보는 바다.
여행을 함께 한 사람들을 생각하지 않을 수 없다. 벌써 8-9년 전, 비슷한 시기에 아이를 낳아 키우다 직장어린이집에서 만난 회사 동료들이다. 서로를 속속들이 알지 못하지만 느슨한 육아 연대로 삶의 한 자락을 공유했다. 우연한 계기로 몇 년 만에 만나 함께 여행하게 되었다. 그사이 아이들은 훌쩍 자라 있었고, 동료들은 관리자로서 새로운 고민을 하며 타지에서 고군분투하고 있었다. 그녀들을 존경하고 응원한다. 이렇게 함께 여행하는 일이 다시없을 것을 알기에 그들과의 선물 같은 시간에 더욱 감사하다.
가나에 돌아왔다. 열기와 습기가 몸을 감싼다. 모래먼지와 대기오염으로 하늘이 뿌옇다. 볼 것이 없다고 하는 곳. 그래서 관광객이 없는 곳. 불공평하지 않은가? 대들 상대가 없는데 뾰로통해진다. 남은 시간, 허락된다면 가나 안에서 아름다움을 찾아보고 싶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