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중 뭘 먹을까
이번 여행도 즐거웠지만, 돌아보니 우리 가족 저마다 건강 상의 소소한 문제를 겪었습니다.
남편은 3kg이 쪘습니다. 여행 중 탄수화물과 당을 평소보다 많이 먹은 탓입니다. 저도 만성 피부질환을 갖고 있는데 여행 중 증상을 자주 겪었어요. 막내는 집에 돌아오고 다음날부터 지독한 열감기를 앓았습니다. 하지만 무엇보다 대처가 어려웠던 건 첫째 아이에게 찾아온 두드러기였습니다.
아테네에서 첫째 아이의 열과 기침으로 의사의 진료를 받았던 일은 이미 지난 글로 썼는데요. 여행 막바지인 1월 3일 낮, 아이의 몸에 두드러기가 찾아왔고 몇 시간 내 온몸으로 번졌습니다. 아이는 그날 밤새 몸을 긁느라 잠을 이루지 못했습니다. 다음날 가나로 돌아오는 비행기에서도 마찬가지였습니다. 음식만 먹으면 더 심해지는 것 같았습니다. 그동안 어떤 음식에도 알레르기를 보인 적이 없었는데. 당황스러웠죠.
밀가루와 정크푸드 때문?
2주 전 여행을 시작할 때 (크리스마스나 새해 공휴일에 식당이 모조리 문을 닫을까 봐) 25인치 캐리어에 라면을 넉넉히 실었습니다. 공휴일에도 문을 여는 식당은 있었지만, 결과적으로 주 2~3일 저녁은 숙소에서 (다른 배달음식과 함께) 라면을 먹게 되더군요. 아침에는 빵을, 낮에는 그리스 식당이나 이탈리안 식당에서 밀가루 음식을 양껏 먹었지요. 두드러기가 났던 당일 먹은 음식이 특히 마음에 걸립니다. 아이는 아침 7시 핫초코를 마셨고 두 시간 후 공항에서 버거킹 햄버거를 먹었습니다. 평소라면 아침부터 굳이 찾지 않을 음식이죠.
피로 때문일 수도?
아이는 여행 기간 평소보다 늦게 자고 일찍 일어나는 날이 많았습니다. 외로운 타지 생활 중에 오랜만에 말 통하는 친구를 만나 흥분되었던 걸까요. 추운 날씨에 활동량도 많았는데 잠을 푹 자지 못해 면역력이 떨어져서 두드러기가 난 것일 수도 있습니다.
처방받은 약의 부작용?
아테네에서 치료제로 처방받은 낯선 약도 마음에 걸렸습니다. Aerolin과 Flixotide 약품 정보를 찾아보니 부작용 중 하나로 피부 이상, 발진이 있더군요. 하지만 6일 뒤에야 증상이 나타났다는 점에서 가능성은 낮아 보였습니다.
귀국하는 즉시 병원으로 직행할 생각이었습니다. 얼마나 괴로웠는지 아이는 (그동안 필사적으로 거부했던) 주사를 맞을 각오까지 했습니다. 그런데 출국장을 나오면서 보니 가려움이 조금은 덜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마음을 바꾸어 집으로 향했습니다. 급히 식사를 준비해 잡곡밥에 배추된장국, 달걀말이에 생배추를 곁들여 먹었습니다. 두드러기는 아직 남아있었지만, 전날만큼 활성화되지는 않았어요. 다행히도 그날밤 아이는 잠을 푹 잤습니다. 다음 날 아침 우유를 마시고 얼굴에 두드러기가 다시 보인다 싶었지만, 점심으로 돼지고기 수육과 채소볶음을 만들어 먹은 이후에는 완전히 사라졌습니다.
두드러기의 정확한 원인은 (병원을 갔더라도) 알 수 없습니다. 감기와 수면부족으로 면역력이 떨어졌는데, 먹었던 음식 중 뭔지 모를 성분이 알 수 없는 문제를 일으켰던 거라고 추측할 뿐입니다. 증상이 한참 심할 때 먹일 음식이 라면이나 기내식뿐이었는데 귀국 후 집밥을 먹으면서 두드러기가 사라지니 마음이 말할 수 없이 편해졌습니다. 뭘 먹이든 어차피 없어질 두드러기였는지도 모르지만요.
이 일로 여행 중에 어떻게 먹으면 좋을지가 저의 큰 관심사가 되었네요. 다음 여행에는 라면을 굳이 챙기지 않겠습니다. 아침에는 빵을 먹더라도 채소와 과일을 사다 곁들여 먹어야겠습니다. 저녁은 가능하면 숙소에서 요리를 해서 먹어야겠습니다. 사서 먹더라도 메뉴를 신경 써서 고르고요. 사실 지난 7월 알프스 여행에서는 외식을 거의 안했거든요. 그때는 온 가족이 건강히 여행을 마쳤…던 건 아니고 제가 감기에 걸렸었네요, 요리가 부담이었나.ㅎㅎㅎ 다음번 여행의 최우선 목표는 이겁니다. 아무도 아프지 않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