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매거진 독후잡담

서로 달라도, 서로 달라서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

by RAMJI

타국에서 주부로 지내면서 내가 갖는 인간관계는 좁고도 얕다. 하지만 그 안에 다양성이 있는데, 둘째 아이 어린이집 학부모들과의 관계가 그렇다. 다양한 국적과 배경을 가진, 모국어로 시원스레 의사소통할 수 없는 사람들 사이에서 호의가 오가는 것에 감사를 느낀다. 이번 설 연휴, 40도 태양빛 아래에서 평일의 일상을 보내는 내게, 벨기에 사람인 샌드린이 “Happy Lunar New Year!”라는 인사 메시지를 보내왔을 때 그랬다. 본인과는 아무 관련이 없는 날인데 나를 떠올리고 연락을 한 것에서 잔잔한 기쁨과 고마움의 감정을 느꼈다.


얼마 전 둘째 아이 생일날, 반 친구들과 함께 축하하라고 바나나 머핀을 잔뜩 구워준 살만의 호의에 또 한 번 그랬다. 우연히 둘째 아이의 생일과 살만의 생일이 같다는 것을 알게 된 후의 일이었다. 파키스탄 사람인 살만과 그녀의 가족은 한국에 1년 정도 머물렀던 적이 있어 한국에 갖고 있는 호감이 남달랐다. 부산, 거제와 같은 지명도 정확히 알고 있었다. 정작 나는 파키스탄에 대해 아는 것이 없었다.

“파키스탄 사람들은 인도 사람들과 자신이 어떻게 다르다고 생각하나요?”

내 질문에 살만은 파키스탄인은 이슬람교를 믿고, 인도인들은 힌두교를 믿는다고 답해주었다.


무슬림 여성과 대화를 나눈 것은 처음이다. 내 머릿속 무슬림 여성은 히잡이나 부르카를 쓴 고분고분하고 순종적인 여성, 아니면 살해 위협을 불사하고 본인의 권리를 주장하는 여성 운동가의 극단적인 두 이미지 밖에 없었다. 살만은 히잡을 쓰지 않았다. 시원시원하고 적극적인 성격으로 어린이집에서는 학부모 대표를 맡고 있다. 같은 반 친구들을 집 마당으로 초대해 플레이데이트도 자주 연다. 반면 본인의 두 딸이 외국에서 자라 보수적인 파키스탄 전통을 배척하지 않을까 염려하는 모습을 보이기도 한다. 내 머릿속 스테레오 타입이 아닌 보통의 진짜 이슬람 여성의 모습을 알게 되어 기쁘다.


바나나 머핀을 보내준 것이 너무 고마워 나는 그녀의 생일날 작은 선물을 보냈다. 그녀는 감사 인사 끝에 InshaAllah라는 메시지를 보냈다. 자신의 종교적 정체성을 드러내는 것을 보고 서로 조금 더 가까워졌다는 생각과 함께 그 의미를 알고 싶다는 궁금증이 들었다. <이슬람교를 위한 변명>이란 책에서 관심 가는 부분을 골라 읽었다.

이슬람교는 사우디아라비아 땅에서 무함마드가 하나님의 말씀을 직접 들은 바를 믿고 따르는 종교다. 무함마드가 이 종교를 창시했을 때 우리나라에서는 담징이 벽화를 그리고 있었다고.

이슬람교도에게 무함마드는 예언자이다. 그들에게는 예수님도 예언자이다.

이슬람교도의 하나님은 유대교와 그리스도교의 하나님과 같다(유대교나 그리스도교의 입장과는 별개로).

그리스도교와 대비했을 때 유대교와 이슬람교는 법, 율법을 중시하는 특징이 있다.

무함마드 사후 ‘칼리파’가 종교적 지도자 역할을 했는데 그중 (따르던 무리에게 살해된) 알리를 따르는 사람들이 ‘시아파’이다.

인샬라는 ‘만약 신이 원하신다면’ 이란 뜻이라고 한다. 모든 것을 신이 결정한다는 것이다. 아마도 신의 뜻에 대한 완전한 수용을 의미하는 것이 아닌가 싶다.


새롭다. 앞으로 사람들을 알면 알수록 더 그럴 것이다. 둘째 아이 어린이집에는 무슬림도 있지만 이스라엘인도 있다. 인도인이 있으니 그 가족은 아마 힌두교도일 것이고, 분명 기독교인도 있을 것이다. 다들 서로의 아이들 생일파티에 스스럼 없이 가고, 선의를 갖고 호의를 베풀며 지낸다. 다양한 사람들이 서로의 차이점에도 불구하고 서로에게 친절할 수 있는 이 환경, 뉴스에서는 접한 적 없는 평화로운 모습, 쓰고보니 몹시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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