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AI와 소설 쓰기
금요일 저녁, 서윤은 해가 저문 뒤 준호를 어린이집에서 데려왔다. 함께 집에 와서 서둘러 저녁을 차려 먹고 설거지까지 마쳤다. 잠시 쉬려는 찰나, 전화벨이 울렸다. 지선이었다.
"응, 지선아."
"퇴근길에 문득 생각나서 전화했어. 상담은 잘 받고 있어?"
"응, 혹시 선생님이 나에 대해 뭐라고 얘기하셨어?"
"아니. 상담사들은 직업윤리상 상담 내용을 타인에게 말하지 않아. 그냥 궁금해서 전화한 거야."
서윤은 마음 써서 전화해 준 지선이 고마웠다. "상담은 이제 두 번밖에 안 해서 잘 모르겠어. 선생님은 좋으셔."
"응, 다행이네."
“그런데 시시콜콜한 이야기들까지 쏟아내고 나면 속이 시원해질 줄 알았는데, 오히려 머릿속이 헝클어지는 느낌이야. 바쁜 하루를 보내다가 빈틈이 생기면 나도 모르게 선생님과의 대화를 떠올리게 돼.”
“네가 상담에 진심이어서 그런가 봐. 그래서 상담이 끝난 후에도 내면을 계속 들여다보는 게 아닌가 싶어.” 지선의 목소리는 다정했다.
“내가 준호 키우면서 있었던 일들을 얘기했더니, 상담 선생님이 물으셨어. 혹시 아이를 키우면서 누군가에게 평가받는다고 생각하냐고. 그 질문이 머릿속을 맴돌아.”
“그래? 선생님 말에 동의하게 돼?”
“음… 그런 면이 있었던 것 같아. 그래서 선생님 말씀을 뒤집어 생각해 봤어. 내가 누구에게도 평가받는다고 생각하지 않고 살았다면, 나는 더 행복했을까? 사실 준호가 태어났을 때 아기 이쁜 줄 모르고 힘들다는 생각만 하면서 키웠어. 사람들이 다들 그러잖아. 자식은 어릴 때, 아기일 때가 제일 예쁘다고. 두 돌 되기 전에 평생 할 효도를 다 한다고. 근데 난 그 예쁜 걸 왜 못 보고 살았을까? 속상하기도 하고, 준호한테 미안하기도 하고, 그래.”
"그랬구나. 너 준호 낳고 한동안 연락하기도 힘들었던 게 생각나. 돌잔치 때 갔을 때 네 얼굴이 어찌나 핼쑥하던지, 많이 힘들었나 보다 싶었어, 이제 와서 하는 말이지만."
"생각해 보면 몸보다 마음이 힘들었어. 출산과 육아는 내 의지를 벗어나는 일이었어. 임신중독증은 왜 걸린 건지 지금도 궁금해. 준호를 육아책에서 말하는 대로 키우려고 했는데 현실은 달랐어. 친정엄마나 시어머니와 부딪히기만 하고."
“근데, 어떻게 생각하면 진짜 감사한 일이다?”
“뭐가?”
"네가 겪었던 임신중독증 말이야. 그냥 두면 산모와 아이 모두 목숨을 잃을 수 있는 위험한 병이잖아. 만약 네가 콩고에서 태어났다면 정기적인 산전검진을 받을 수나 있었을까? 아마 불가능했을 거야. 아니, 한국이라도 몇십 년 전이었다면 위험한 상황까지 갔을 수도 있었어. 그런 면에서 보면 너와 준호가 모두 건강하게 지내고 있다는 건 정말 감사한 일이야."
"헐, 그건 정신승리 아니야? 너 우리 남편처럼 말한다." 서윤은 웃음기를 섞어서 말했지만 마음속에서는 미묘한 감정이 잠시 고개를 드는 것을 느꼈다.
"그래? 하하하하."
"아이고, 준호가 엄마 찾네. 지선아, 조만간 우리 집에 놀러 와. 밥 먹고 편하게 수다 떨자. 너 사는 얘기도 좀 들어야겠어."
"알았어. 남편 주말 근무하는 날 미리 알려주면 맞춰서 갈게."
"그래, 알았어. 전화해 줘서 고마워."
시계를 보니 밤 9시가 넘었다. 준호를 씻길 시간이었다. 욕실의 따뜻한 수증기 속에서 서윤은 아이의 머리카락에 샴푸 거품을 내었다. 노란 고무 오리 네 마리가 물 위를 둥둥 떠다녔고, 준호는 오리들을 반듯하게 줄 세우려 애쓰고 있었다.
“엄마, 이 오리는 대장오리야!”
“그래? 그럼 나머지 세 마리는?”
“동생들이지. 그래서 줄 서야 해.”
집중해서 오리를 배열하는 준호의 진지한 눈빛에 서윤은 미소를 지었다. 그리고 생각했다. 지선의 말대로 지금 준호와 자신의 모습에 감사하면 될 일일까? 머리로는 이해가 되는 것도 같은데 마음으로는 와닿지 않았다.
이어서 며칠 전 상담에서 선생님이 던진 질문이 떠올랐다. 서윤이 남편을 두고 ‘대책 없이 낙관적’이라고 힐난하듯 말하자, 선생님은 무심히 물었다. 구체적으로 어떤 상황에서 남편이 그런지, 그렇게 생각하면 어떤 문제가 있을 것 같은지. 서윤은 막상 뚜렷한 예시를 들지 못했다. 심정적으로는 남편에게 손해가 있었을 것 같은데 떠오르는 기억이 없었다. 찝찝한 기분을 지워내듯 서윤은 아이의 몸에서 물기를 꼼꼼히 닦아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