슈퍼박테리아 소동

포도상구균이 잘못했네

by RAMJI

첫째가 요즘 지식을 뽐내는데 재미를 붙였다. 불을 끄고 누웠을 때 별안간 “그거 알아? 포도상구균은 어떤 항생제로도 잡을 수 없는 슈퍼박테리아야.” 한마디를 던지더니 1분도 되지 않아 잠이 들어버렸다.

이윽고 둘째가 내게 착 몸을 붙이더니 걱정스러운 목소리로 묻는다.

“엄마, 내가 슈퍼박테리아에 걸리면 어떻게 할 거야?”

“엄마는 그런 생각은 하기 싫은데?”

“엄마, 내가 슈퍼박테리아에 걸리면 어떻게 할 거야?”

음. 같은 질문을 또 하네? 답이 정해져 있나?

“엄마는 네가 빨리 나을 수 있게 도와줄 거야. “

“어떤 항생제로도 잡을 수 없다는데?”

혀가 짧은 관계로 ‘항생제’를 말할 때 발음이 정확하지 않다. 존재의 귀여움에 미소를 짓는 동시에, 형 말에 겁을 먹었구나 싶어서 안심시켜 주기로 마음을 먹고 답변에 조금 더 성의를 담았다.

“엄마랑 아빠가 슈퍼박테리아 절대로 안 걸리도록 꼭 지켜줄 테니까 걱정하지 마.” 이렇게 말하며 엉덩이를 토닥여주었다. 그런데 이걸로도 부족한지 질문이 이어진다.

“엄마, 포도를 잘못 사면?”

“포도?”

이제야 이해했다. 일주일에 세 번은 도시락에 넣어주는 포도, 그 포도에 포도상구균이 있을까 봐 걱정한 거구나!

“포도에는 포도상구균이 없어. 그 둘은 완전히 다른 거야. 그러니까 걱정하지 마.”

둘째는 그제야 안심하고 잠들었다.

생각하니 나름 합리적인 걱정이 아닌가?

안약을 알약이라고 말하고

무궁화꽃이 피었습니다를 고구마꽃이 피었습니다라 말하는 둘째 덕분에 오늘도 웃었다.

원인을 제공하고 이미 깊은 잠에 든 첫째도 웃기고 말이다.

내게 웃음을 줘서 고마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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