친구가 아이들 도시락에 사랑과 응원의 메시지를 써서 보낸다는 이야기를 듣고 나도 따라 한지 열흘 정도 지났다. 매일 아침, 마스킹테이프에 짧은 메시지와 하트를 그려 아이들의 간식 도시락에 붙여 보낸다.
그동안 첫째 아이 간식 도시락에 이런 메시지들을 담았다.
"우리 oo가 최고야"
"oo가 자랑스러워"
"oo는 소중해"
(주말만 기다리는 그에게) "벌써 목요일! 아싸"
(체육대회날) "oo에게 에너지를!"
며칠 지나서 드디어 반응이 왔다. 첫째는 물었다. "엄마, 요즘 도시락에 왜 자꾸 글을 써?"
나는 "oo가 엄마 메시지 읽고 더 좋은 하루 보내라고"라고 답했는데 대꾸가 없다. 알고 있었듯 그는 확신의 T.
사흘 전부터는 글을 못 읽는 둘째에게도 하트를 그려 보냈는데 어제저녁 둘째가 불쑥 물었다.
"엄마, 도시락에 왜 하트를 그려?"
"사랑하니까."
"엄마, 하트 그리지 마."
예상 못한 반응에 이유를 물으니 여자 같아서 싫단다. 분홍색이 여자친구들이 좋아하는 색이라 싫다더니 하트도 여자친구들에게만 지분이 있나 보다.
첫째에게 “너도 싫어?” 물으니 "하트는 빼고 글자만 써줘"라고 한다.
둘째는 덧붙였다. "하트 대신 로봇 얼굴을 그려줘."
오늘 아침, 도시락 다섯 개 싸느라 바쁜 그 와중에 마스킹 테이프에 네임펜으로 로봇 얼굴을 그렸다가 맘에 안 들어서 구겨버렸다. 그냥 보내기 아쉬워 스마일 표시를 새로 그려 보냈는게 이것도 거절당하려나?
예상밖의 반응에 웃고, 그래도 응원 메시지는 계속 받고 싶다는 첫째의 말에 힘을 낸다. 로봇 얼굴 그리기 연습을 좀 해야 할까 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