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션 AI와 소설 쓰기
제 이야기 속 인물인 서윤이 고민으로 잠을 못 이루고 있습니다. 제가 쓰는 이야기인데도 이런 상황이 올 줄 몰랐어요. 혼자만의 세상 속에서 곤경에 빠진 서윤을 바라보고 있노라니 저도 며칠째 마음이 무거웠습니다. 그래서 오늘은 기분 전환 삼아 뒷이야기를 써보려고 합니다.
작년에 저는 김익한 교수님의 강의를 듣고 글쓰기를 시작했습니다. 브런치스토리도 그때 시작하게 되었죠. 하지만 창작에는 뜻이 없었습니다. 그저 제가 보고, 듣고, 읽고, 생각한 것들을 기록하고 싶었을 뿐입니다. 작년 말에는 한강 작가님의 '작별하지 않는다'를 필사했는데요, 마치고 나서 이런 결론을 내렸죠. "아름다운 글이구나. 하지만 나와는 다른 세상 사람의 글이야. 나는 일기, 여행기록, 독서기록이나 쓰자."
더이코노미스트 최근 호(2.15.)의 'Ascension, for some'이란 기사에 따르면, AI는 숙련된 노동자보다 경험이 부족한 근로자의 생산성을 크게 향상시킨다는 연구결과가 있다고 합니다.
스탠퍼드대와 MIT가 2023년에 수행한 연구에서는, 고객지원 업무 분야에서 AI가 초보직원의 생산성을 34% 끌어올린 반면 숙련된 직원은 AI의 혜택을 거의 보지 못했다고 합니다. 이미 알고 있는 것을 AI가 조금 더 강화해 주는 수준에 그쳤기 때문이죠.
글쓰기도 마찬가지입니다. MIT의 또 다른 연구결과에 따르면, 글쓰기 실력이 부족한 사람들이 보도자료나 보고서 작성을 위해 챗 GPT를 활용했을 때 작업 품질이 크게 향상되었다고 합니다.
한 마디로 AI는 초보자에게 가장 큰 도움이 된다는 건데요. 정말 그런 것 같아요. 왜냐하면 제가 AI 덕분에 새로운 글을 써보게 되었거든요. 그 이야기를 좀 해보려고 합니다.
보름 전, 즉흥적으로 노션 AI 한 달치 유료 결제를 했습니다. 10달러를 투자한 만큼 한 달 동안 최대한 활용해 보자는 생각이 들었죠. AI에게 몇 가지 질문을 던지다가 소설 쓰기 프로젝트를 시작하게 됐습니다.
노션 한구석에는 제가 쓴 글이 하나 있었습니다. 살면서 누구에게나 찾아올 수 있는 깨달음이 저에게도 왔고, 그것을 글로 담았죠. 혹시 이 글이 누군가에게 도움이 될 수 있지 않을까 하는 생각이 스쳐 지나간 적도 있었습니다. 하지만 일기나 마찬가지인 글을 내놓을 순 없었지요. AI가 도움이 되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써놓았던 글을 열어 노션에게 물었습니다.
"소설을 어떻게 쓰는 거야? 단계별로 알려줘."
AI는 이런 답을 줬어요.
1. 기획 단계: 주제 선정, 플롯 구상, 등장인물 설정, 시간과 공간 배경 결정
2. 자료 수집: 소재에 대한 리서치, 참고 문헌 조사, 현장 답사 등
3. 구조화: 전체 구조 잡기, 챕터 구성, 주요 사건 배치
4. 초고 쓰기: 전체적인 흐름에 따라 이야기를 처음부터 끝까지 써 내려가기
5. 다듬기: 문장 다듬기, 전개의 논리성 확인, 캐릭터의 일관성 점검
6. 퇴고: 맞춤법 검토, 문장 교정, 전체적인 완성도 높이기
7. 피드백: 다른 사람들의 의견 수렴, 객관적 시각 확보
8. 최종 수정: 받은 피드백을 바탕으로 최종 수정 작업
해야 할 일이 많네요. 기획 단계를 보니 다른 건 몰라도 등장인물 설정은 할 수 있을 것 같더라고요. 그래서 AI에게 다시 물었습니다.
"이 글로 소설을 만들 거야. 등장인물을 설정해 줘."
그랬더니 AI가 또 술술 답을 내놓았어요.
1. 주인공
이서윤 (40세)
- 섬세하고 예민한 성격
- 직장을 다니다가 그만두고 대학원을 다니고 있음.
- 완벽주의적 성향으로 자신과 타인에게 높은 기준을 요구
- 내면의 성장을 갈망하는 지적인 여성
2. 가족 구성원
강민우 (42세, 남편)
- IT 기업 임원
- 이성적이고 안정적인 성격
- 아내의 감정 기복을 이해하려 노력하는 지지자
이준호 (12세, 첫째 아들)
- 엄마를 닮아 섬세하고 책임감 강한 성격
- 어린 나이에도 불구하고 깊은 통찰력 소유
이하늘 (9세, 둘째 아들)
- 아빠를 닮아 밝고 활달한 성격
- 가족들에게 웃음을 선사하는 분위기 메이커
3. 주변 인물
이창호 (67세, 서윤의 아버지)
- 과거 음주 문제로 가족과 갈등이 있었음
- 은퇴 후 술을 끊고 평온한 노년을 보내는 중
- 손주들에게 다정한 할아버지로 변모
김미란 (40세, 절친한 친구)
- 서윤의 대학 동창이자 심리상담사
- 객관적인 조언자이자 정신적 지지자
- 서윤의 내면 성장을 돕는 멘토 역할
박정희 (65세, 서윤의 어머니)
- 전통적 가치관을 지닌 엄격한 성격
- 딸에 대한 높은 기대와 간섭으로 갈등 유발
- 손주들에 대한 깊은 애정의 소유자
등장인물들의 모든 배경은 순수하게 AI가 지어낸 건데 그럴듯하더라고요. 저는 아이 이름 지을 때 며칠을 끙끙 머리 싸매고 고민했는데, AI가 몇 초 만에 이름을 다 지어주니 이것도 마음에 들었어요. 그런데 자세히 보면 말이 안 되는 부분이 있어요. 주인공의 아들들이 아빠 성이 아니라 엄마 성을 따르고 있잖아요.ㅋㅋㅋ 그리고 저는 주인공의 친구 김미란의 직업이 흥미로웠어요. 심리상담사라니. 그래서 심리상담센터를 주된 배경으로 글을 써보기로 마음먹었습니다. (그런데 친구의 이름은 어쩐지 마음에 안 들어서 지선으로 바꾸었습니다.)
툭 던진 질문에 AI가 내놓은 답변을 보고 마음이 이끄는대로, 이렇게 픽션을 써보게 되었네요. 다음 글에서는 실제 글쓰기 과정에서 AI가 어떤 도움이 되었는지를 써서 가지고 올게요. 읽어주셔서 감사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