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몰아세우지 않기로

뭐가 됐든 나는 나야

by RamRam

미디어의 영향력이 날로 커져만 가고 있을 때 언젠가부터 나는 부푼 꿈만 꾸고 있었던 것 같다. 어렸을 적 장래희망란에 그저 교사, 의사를 번갈아 쓰며 내가 진짜 바라는 게 뭔지도 모른 채 자라왔다. 하지만 장래희망은 그저 희망의 글자로만 남아있을 뿐 그 희망에 아직 나아가진 못했다. 내 노력 여하에 달린 문제라는 걸 그땐 몰랐다.


매번 집안분위기가 안 좋은 날이 여럿 있으면서 부모님을 원망하기도 했다. 그래서인지 내사춘기는 자유를 찾아 갈망하는 한 마리의 짐승처럼 날뛰었기에 맞기도 참 많이 맞았을뿐더러 도무지 적응하기 힘든 학습분위기는 나를 더욱 옥죄였다.


대학교도 MT목적이 아닌가 싶을 정도로 학교행사만 참여하는 느낌으로 1학년을 다니다가 알바부터 사무직까지 이것저것 될 수 있는 대로 다방면으로 일을 시작하게 됐다. 어려서부터 돈욕심보다는 내가 원하는 무언가를 찾기 위한 욕심이 컸고 지금도 ing이다.


생각해 보면 이런저런 일들을 경험하고 그만두고를 반복하면서 주위에서 조언이나 격려를 가장한 질책을 많이 받았던 것 같은데 그것도 어린 나이였기에 가능했던 것 같다. 아깝고 의미 없어 보이는 시간들처럼 보일지라도 나한테는 굉장한 원동력과 자양분이 됐고 그 질책들을 돌아보며 내가 지켜야 할 것과 바꿔야 할 것들을 정리할 수 있었기에 더 이상의 질책이 아닌 어떠한 양분으로 남아있다.


사람은 누구나 각자의 길이 있다고 생각한다. 그리고 그 길의 방향성도 제각기 다르다. 이 넓은 세상에도 온전히 같은 사람 한 명 없는데 어떻게 같은 길, 같은 방향으로만 고집할 수 있을까. 하지만 그 길을 찾는 건 노력이 필요하다.


세상에 공짜는 없다는 말 따라 내가 가야 할 길도 나 스스로 갈고닦고 준비해야 흙탕물이든 얼음길이든 척척척 나아갈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척척척이 될지 저벅저벅이 될지 터덜터덜이될지는 모르지만 그 과정을 오롯이 느끼고 세상을 마주하면 반드시 또 다른 차원의 문을 열고 마주 보는 나를 반길 수 있지 않을까.


멘탈이 아무리 강하다는 사람도 속으로는 수없이 흔들리고 포기하고 싶은 순간도 많다. 하지만 진정 강하다는 건 그럼에도 불구하고 마음을 먹고 발을 떼고 작은 걸음을 나아가는 힘을 내는 것이다. 정답만을 찾아가느라 불안했던 시간도, 길을 잃었다고 느꼈던 시간들도 모두 내 삶의 일부라는 것.


돌아가고, 멈추고, 헤맸던 시간들이 없었다면 지금의 나도 없었겠지. 헤맨 만큼 내 땅이라는 말처럼 지금은 그 땅이 더욱 커져 차분히 돌아보고 더 많은 걸 포용할 수 있는 나를 만난 것 같다.


태어난 김에 시작한 여행길. 모두가 아픔 없이 걱정 없이 웃으면서 살아가는 여정이 가득하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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