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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Oct 29. 2023

일상으로의 초대

우리 집으로 놀러 오세요

일요일은 내가 짜파게티 요리사가 되어야 하는 날이지만 오늘은 특별히 밖에 나가 빵과 음료를 테이크아웃하고 집에서 소소한 만찬을 즐겼다. 접시에 빵을 플레이팅하고 유리잔에 음료를 옮겨가며 식탁보까지 깔아 분주하게 예쁜 사진을 찍어본다.


늘 그렇듯 예쁜 것에는 수고스러움이 뒤따른다.




아무도 보지 않지만 그래서 아무도 보지 않기에 더 무신경해질 수 있는 것들에 대해서 각별히 신경 쓰기로 마음먹었다. 문을 열 때마다 신발이 가득했던 현관문 입구부터 정리하고, 화장실 배수구에 낀 물때와 머리카락들을 제거했다. 이제 더 이상 점프하지 않고 집에 들어와도 되며, 샤워할 때마다 물은 바닥에 고이지 않는다. 벼락치기와 귀차니즘의 끝판왕인 나는 늘 이렇게 모든 것을 몰아서 처리하는 게 흠이다.


사람이 서식하는 건지 물건이 서식하는 건지도 모를 만큼 맥시멀리스트인 나는 책상에 놓여 있는 짐들이 버거워져 사소한 작업도 카페에 가서 처리하였고, 정리되지 않은 집에서는 겨우 잠만 잘 정도로 비좁게 생활했다. 내 마음까지 어지럽히는 이 지저분한 것들을 정리하고 나니 자잘하게 느꼈던 짜증과 불편도 해소되었고, 집에 머물러 있는 시간이 다시 좋아졌다.



이제 집에 놀러 오기로 했던 지인들과의 약속도 다시 재개하려고 한다. 일상이 행복해야 일상의 조각들이 모여있는 인생 전체가 행복해지니 나의 지저분한 일상도 이제는 청산하고 좀 더 윤택한 삶으로 만들어야겠다. 그래서 주변 사람들을 더 많이 나의 일상으로 초대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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