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라는 대나무 숲에서
어느덧 브런치에 올리는 스물한 번째 글이다. 계정을 만들고 거의 하루도 빠짐없이 글을 기고한 듯하다. 물론 매일매일 글을 적었던 것은 아니고, 기존에 내 블로그에 적어놨던 글들을 옮겨온 작업이 더 많았다. 오랫동안 품고 있었던 나의 생각들을 이 브런치라는 플랫폼 안에 집어넣으니 나만의 단편집이 하나 생긴 듯한 느낌이다. 둥둥 떠다녔던 생각들을 집약시켜 놓은 이 사유의 공간에서 나는 쉼을 얻고, 놀이터에 놀러 온 아이마냥 마음을 힐링하러 자주 오게 된다.
나는 소설을 쓰는 것도 아니고 어떤 특정 분야에 전문가도 아니어서 전문지식을 쓰는 것도 아닌데, 왜 이리 할 말이 많은 걸까? 글감이나 소재거리가 떨어질 만큼 글을 다 썼다 하면 또다시 무궁한 생각들이 피어오른다. 어쩌면 나는 생각을 정리할 수 있는 습작의 공간, 혹은 “임금님 귀는 당나귀 귀”라고 소리칠 수 있는 대나무 숲이 필요했던 걸지도 모르겠다.
타인의 글을 구경하다 보면 나와 비슷한 생각을 가진 사람들을 접할 때 혼자만의 내적친분이 상승한다. ‘저 사람도 평상시에는 저런 생각을 내비칠 공간이 없어서 혼자 품고 있다가 표출할 수 있는 대나무 숲 같은 공간이 필요했던 것은 아닐까?’, ‘사회에서 마주했더라면 절대 몰랐을 테지만 이곳에서 만났기 때문에 그들의 온전한 가치관을 관찰할 수 있었던 것이 아닐까?’ 하는 잡생각을 해보게 된다.
나는 책을 좋아하는 사람을 좋아한다. 책을 가까이하는 사람은 기본적으로 소양이 갖춰져 있기 때문이다. 그래서 이 공간에 모여있는 사람들이 좋다. 억척스럽고 바삐 돌아가는 세상 속에서 잠시나마 마음의 쉼을 얻을 수 있도록 해주는 이 세계도 좋다. 아침에 브런치를 먹으면 속이 든든해지듯, 나에게도 허기진 마음에 양식을 제공해 주는 이 브런치에게 감사하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