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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Nov 05. 2023

뭣이 중헌디?

그깟 키가 뭣이 중헌디

예전에 한 여대생이 <미녀들의 수다>라는 프로그램에 나와서 했던 말 중에 아주 화제가 된 발언이 있다.


“키 작은 남자는 루저. 최소 180cm은 되어야 한다.”


이 말은 사회적으로 큰 파장을 일으켰고 발언의 주인공은 순식간에 인터넷에서 매장을 당하고 신상도 다 털렸다.


아주 민감했던 발언이었기 때문이다. 키가 180cm에 해당하지 않는 수많은 남자들을 모두 한 순간에 패배자로 만든 꼴이니.


후에 여대생은 ‘대본이었다, 시키는 대로 말했다’라고 해명하며 억울함을 호소했지만 이미 엎질러진 물은 어떻게 수습할 수가 없었다.


저 말은 해당하는 남성들에게도 기분이 나빴겠지만 일부 여성들에게도 불쾌감을 제공해 주었다. 나 또한 마찬가지로 불쾌했다. 나는 남자도 아닌데 왜 저런 말이 기분이 나빴을까?


생각해 보니 나는 ‘키’라는 것에 절대적인 숫자값을 매겨놓고 그 미만은 남자로도 상종하지 않는다는 마인드가 매우 어이없었던 것 같다.


그냥 차라리 “키 큰 사람이 이상형이에요.” 혹은 “키가 크면 남자답게 느껴져서 키 크고 덩치 있는 사람이 좋아요.” 또는 “제가 키가 크기 때문에 상대방이 저보다는 __cm 컸으면 좋겠어요.”


등등 충분히 키 큰 남자를 좋아하는 이유에 대해 돌려 말할 수 있는 멘트들이 많은데도 ‘루저’라는 공격적인 워딩과 ‘키 180 이상’이라는 맹목적인 절댓값을 부여하는 행위 자체에 화가 났던 것이다.


만약 반대로 한 남성이 “저는 몸무게 45kg 이상인 여자는 안 만나요, 돼지 같아서요.”라고 말한다면 지금쯤 대한민국 여성들은 대량으로 현수막을 제작하고 피켓을 흔들며 서울 시내가 난리 났을 것이다.




실제로 내 주변에도 남자 키 180cm가 아니면 안 만난다는 지인들이 종종 있다. 그것도 키가 그렇게 크지 않은 친구들이 말이다. 정말 미안하지만 솔직하게 말하면 ‘남자 = 큰 키’라고 가치를 매겨두는 친구들을 보면 그들은 이성을 액세서리 취급하고 있다는 생각밖에 들지 않는다.


내 남자친구가 키가 크면, 키가 주는 우월감 때문에 그 옆에 있는 여자친구인 자신이 빛나기 때문이다. 겉모습으로 가장 먼저 식별되는 ‘키’가 주는 압도적 피지컬이 액세서리가 되어 타인에게 보여주기 식의 자랑거리 요소로 딱 적격이기 때문이다.


나는 말은 못 하지만 속으로 생각한다. ‘남자가 키만 크면 무엇하니. 키 크고 허튼짓하는 놈들도 많이 있는데. 키보다는 마음이 커야지.’


저 말을 너무나도 내뱉고 싶지만 관계에 스크래치 내고 싶지 않은 나는 입술을 꽉 깨물며 나의 세 치 혀를 꾹 삼키고 만다.




그러니, 아리따운 여성분들이여! 그대들의 입술까지도 아름답고 싶으려면 “키 180은 넘어야 한다”는 어리석은 발언보다는 타인이 다치지 않는 선에서 좀 더 순화하고 지혜롭게 대답할 수 있는 멘트가 뭐가 있을지 깊이 연구해 보고 말해보는 건 어떨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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