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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Aug 15. 2024

흐르는 강물처럼

삶은 정처 하지 않고 계속해서 흐른다

물결에 동그라미를 그려보았다. 출렁이는 물살에 금세 그 무늬는 사라졌다. 멈추지 않고 끊임없이 흘러가는 강물 표면에 무언가를 새긴다는 것은 무의미한 일이었다. 이것은 마치 인생과도 같았다. 인생이 강물이라면 우리는 그 물결 위에 떠도는 어떤 것들.


한 사람이 태어나서 죽기까지에는 수많은 장소를 거쳐가고 다양한 사람들을 만난다. 이 동력이 가동되는 삶 속에서 만남과 헤어짐이 부지기수인 것은 어쩌면 당연한 일. 친구들과 소원해지고, 부모에게서 독립하며, 나중에 우리 모두는 노인이 되어 세상을 떠난다.


하지만 우리는 간혹 유한한 삶을 살면서 영원을 맹세하는 실수를 범한다. 친구나 연인의 이름을 모래사장에 적어 놓고 영원한 관계를 다짐하지만 힘이 없는 글자는 야속하게도 거친 파도에 휩쓸려가고 만다.


영원히 살 수 없는 우리가 영원한 마음을 바란다는 것은 모순이지만 그것은 가능하다고 호기롭게 말할 수 있는 존재가 내 주변에 있었으면 좋겠다. 그게 어떠한 형태가 됐든 간에. 그렇다면 이 세상을 좀 더 용기 있게 살 수 있을지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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