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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muse Feb 11. 2024

만학도의 꿈

세상은 넓고 경험할 것은 많다

악기를 배우니 따분하던 클래식이 반가워지고

운동을 시작하니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져 갔다.




평소 하고 싶은 것들이 많아 메모장에 차곡히 쌓아놨던 나의 버킷리스트들은 어느새 진열장에 방치해 둔 장식품처럼 먼지가 가득히 쌓여갔다. 그 메모장에는 내가 하고 싶은 일들이 잔뜩 쌓여 포화상태가 되었고, 같은 내용들이 중복되어 적혀있기도 했다. 취미가 없고 여행을 좋아하지 않는 몇몇 지인들은 내가 깨작깨작 무언가를 하는 걸 바라보며 이해를 못 하는 표정으로 '넌 하고 싶은 것도 참 많아'라고 말하다가 결국 마지막에는 '그래 뭐 사람마다 다른 거니까' 하며 애써 자신의 멘트를 포장했다. 하지만 나는 그들의 반응에도 굴하지 않았다. 머릿속이 복잡하고 하찮은 아이디어들이 다분한 나에게는 그 무형의 것들을 세상 밖으로 꺼내 유형의 것으로 창조해내고 싶었다. 마치 해리포터를 탄생시킨 J. K. 롤링처럼.





2023년 내 인생을 결산했을 때 내가 제일 잘한 것은 운동(수영)을 시작한 것과 글쓰기(브런치) 습관을 가진 것이었다. 머릿속으로만 ‘해야지~’ 했던 것들을 실현하고 나니 나에게도 결실이 주어졌고 낮았던 자존감도 한껏 올라갔다. 운동은 매우 정직한 존재이다. 아무리 노력해도 의도와는 다르게 내 마음을 곡해할 수도 있는 인간관계와는 달리, 운동은 내가 한 만큼의 결과가 딱 주어지기 때문이다. 수영을 통해서 나는 기초체력이 올라갔고, 몸과 마음이 함께 건강해지는 효과를 보았다. 이것을 계기로 나는 또 하나를 배우기로 마음먹었다.


2024년 연초부터 백수가 되었지만 "오히려 좋아"라는 마법의 단어처럼, 그것은 오히려 내가 하고 싶었던 것들을 시작할 수 있는 좋은 발판이 되었다. 1월부터 바로 동네 구민체육센터에서 운영하는 피아노 수업을 등록한 것이었다. '바다가 보이는 마을'이라는 지브리 ost를 너무나도 좋아해 벨소리와 컬러링으로 모두 설정해 놓은 저 곡을 언젠가는 꼭 치는 것이 나의 버킷리스트였다. 그렇게 나의 버킷리스트를 향해 행동으로 개시하고 나니, 쉬고 있는 삶도 점점 유익해지는 기분이 들었다. 이름 모를 클래식도 이제는 제목과 작곡가까지 알게 되니 예술적 소양은 덤으로 쌓이는 것이었다.


언어를 배우면 낯선 외국인과의 대화도 즐거워지고, 역사를 배우면 이방나라의 여행도 훨씬 재밌어지겠지. 식견을 넓히면 인생이 더 풍요로워진다. 배움의 탄력을 얻은 나는 배우고자 하는 욕심이 한도 끝도 없이 확장된다. 방구석에 누워 숏폼만 구경하는 히키코모리 삶은 절대 우리 인생에 도움이 되지 않는다. 세상은 넓고 경험할 것은 많으니 문 밖으로 나가 인생을 견문하는 만학도가 되어보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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