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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감자 Nov 17. 2022

리더도 한낱 사람인 것을

한 차례의 인턴

두 군데의 회사

세 교육 기관과의 밀접하고도 깊숙한 관계 맺음

네 번째 교회


모든 곳에는 리더라는 사람이 있었다.

그들의 눈에는 총기가 있고, 

목소리는 압도적인 파장으로,

분별없이 믿고 따르고 싶은 아름다운 희망과 약속의 언어들을 실어 내보냈다.


지금보다 마음이 어려 삶에 대한 창창한 가능성과 열정으로 가득했을 시절에는

내 삶을 다 바쳐 리더 입에서 흘러나온 청사진에 단역이라도 되고 싶어했다.

돌이켜보면 비단 대표 뿐만이 인생의 각 단계마다 만나 관계 맺은 모든 사람들에게 그러했다.


하지만 사람의 말 뒤에 숨은 의도를 전부 알아차릴 수는 없다.

발화자 당사자 또한 스스로 그러하다는 믿음 위에서 의심 없이 전하는 경우도 있겠고,

리더라는 자리가 요구하는 미덕이기도 하거니와 

리더가 될 만한 사람들은 기실 반쯤은 미치지 않고서야 그 자리를 유지할 수 없어, 

대개 확신에 가득찬 말을 식사 하듯 하시더라.

'사람 쓰는 일'을 하는 자리에서 설득의 요령 조차 없으면 어찌하겠냐만,

'사람'을 어떻게 완전히 믿을 수 있겠나.

까고보니 빛 좋은 개살구였던 경우가 훨씬 많았던 게 현실이다.


주변 또래들에 비해 경험치가 높은 편인 나는 이제서야, 사람을 좀 볼 수 있게 되었다.

애당초 잠금 장치 따위 없던 순백의 마음 문에 검시관이 생긴 것인데

사람을 가린다, 라기 보다는 사람은 결국 다 고만고만하다, 라는 진실을 뒤늦게 깨달은 셈이다.


이는 나 스스로에 대한 확신도 거두게 만드는 겸손으로 이어졌다.

그 누구에게도 나를 맡길 수 없다면, 나도 타인에게 그러하리라.

함부로 단언하지 않으리라, 다짐한다.

지키지 못할 약속과 헛된 희망으로 타인의 마음에 불필요한 길을 내지 않겠다.


브랜딩이며 마케팅에 대해 생각한다.

본질인 컨텐츠와 마케팅 사이의 중요도가 엎치락 뒤치락 하는 세상.

'진심은 통한다'는 말이 어리석게 들리다가도 결국은 진심이 다 하는 이치.

마케팅에 현혹돼 뚜껑을 열어 컨텐츠를 확인했을 때 밀려드는 당혹감 그리고 배신감.

수많은 (빛 좋은 개살구) 마케팅 경험이 사람들을 피로하게 만들었다.

진심 마저도 마케팅화 되고있는 현실이라지만, 결국 마케팅 이전에 컨텐츠가 있음은 자명하다.


사람도 마찬가지 아닐까.

현란한 언어와 숫자와 물질로 증명하려는 노력보다

투박하고 서툴어도 작지만 확실한 것을, 보다 진실에 가까운 것을 전하는 사람이 되고 싶고 그런 사람을 알아보고 싶다.


어느 조직이든 리더는 빛을 낸다.

그 빛에 온갖 벌레들이 꼬인다.

나는 심지어 열정적이 벌레였고, 날개도 여러번 태워먹었다.

이제는 불나방처럼 뛰어들지 않으리라.

인위적으로 '빛을 내는' 리더보다 은은하고 편안하게 '자연광을 발하는' 리더,

앞으로 내 인생에 리더라는 사람이 나타난다면 '그럼 일광욕만 좀 하다 갈게요', 하는 태도로 머물어야지.

내가 리더가 된다면 그늘을 만들어주는 대신 부채 하나 쥐어주는 리더가 되어야지.


어느 누구의 말에도 놀아나지 않고 평정 할 수 있는 나의 방법, 

이 추상적인 다짐을 실천할 재간은 기도 앞으로 나가는 것 뿐.

그간 나를 홀린, 아니 엄밀히 따지자면 내가 내 마음을 손수 쥐어준 모든 타인들에게서 나를 되찾아 공고히 하는 시간이 나를 진실한, 확실한 사람으로 만들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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