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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양파감자 Dec 30. 2022

사서 고생한다는 '사서'

공공 도서관 자원봉사 (3)

/ 고작 두 번 나갔을 뿐이지만, 학원이나 취미 생활과 달리 역할과 약속으로 맺어진 곳으로 규칙적인 출근을 하는 게 오랜만이어서 귀찮음을 느낄 뻔 했다. 어제는 개인 일정으로 도서관에 나가지 않았다. 그런데 바로 그 휴식에 아쉬움도 담겨 있었다. 도서관에서 하는 일이 결코 고되지 않다는 점에서 오히려 신경쓸 게 많은 개인 일과가 더 귀찮게 여겨졌으니까. 두 번만에 벌써 편안을 누리고 있었구나. 그래서 오늘 출근하는 사실이 은근 기다려지기도 했다. 냉큼 가서 보고 싶은 책이 있었기 때문이기도 하고. 

/ 이번 주를 마지막으로 그만두는 분에게서는 말년 병장의 체취가 느껴진다. 지각은 물론이거니와 봉사자들끼리 각자 일을 배분한 후에는 맡은 자리로 가지 않고 도서관 밖으로 나간다거나 휴게실에서 서성거리며 핸드폰을 보고 챙겨온 코코아를 드신다. 가끔 그 분이 맡은 층에 갈 일이 있어서 흘끔 보면 정리해야 할 책이 한 무더기 쌓여있고 정작 그 분은 보이지 않는다. 오늘도 마찬가지로 가시는 뒷 모습 보지도 못하고 나홀로 뒤늦은 퇴근을 했는데, 몸은 무사히 빠져나갔으나 일은 그대-로 두고, 가버리셨다. 오늘이 마지막이라고 하셨으니 잘 가십시오. 다른 이의 삶에 함부로 관여할 수 없지만 부디 일상에 작은 감사와 윤택한 태도들이 채워져 반짝이는 하루 하루를 보내시면 좋겠다.

/ 오늘은 3층을 맡았다. 동아리실이 자리를 차지하고 있어 서가의 규모는 가장 작은 곳. 따라서 할 일이 적고 비교적 여유롭다. 어제부터 도서관에 서둘러 나오고 싶게 만든 그 책이 마침 3층에 있었다. '사서'의 일에 관련된 책이었다. 서가가 주제별로 정리된 까닭에 한 권의 책을 찾으면 관련된 도서들이 나란히 꽂혀있다. 나는 다섯 권을 뽑아가지고 자리에 앉아 읽기 시작했다. 지인에게서 건너 들은 토막난 평가 보다 훨씬 자세하고 날 것의 생업의 현장 그대로를 볼 수 있어서 마음이 겸허해졌다. 사서를 설명할 때 빠지지 않는 표현은 단연 '박봉'이었다. 어떤 책은 표지 소제목부터 <초봉 160, 6시 퇴근하는 그들의 모든 것>이었다. 사서라는 직업이 사회적으로 지니고 있는 편견과 한계, 어려움들을 조목조목 듣고 나니 현실적으로 판단할 시선을 갖게 되었다. 예상보다 더 최악을 각오해야 할지도 모른다는 점과 무조건 낙관하지 말 것, 나의 가치관을 또렷히 세울 것 등이 과제로 뒤따랐다. 이제 안면을 튼 사서분들께 직접 자문을 구하는 일이 남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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