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그저 담담하고 싶다.”
한 동안 시를 쓰지 않았던 건 아니, 시를 쓰고 지우고 무수히 반복하며 곪아버린 허망함을 들키지 않으려 외면해 왔던 건 ‘잃어버린 담담함’ 때문이었다.
유년시절부터 꽤 오래 시를 쓰는 동안 담담하게 마주하는 시 속의 나를 좋아했다. 결혼을 하고, 아이를 낳고, 부모와 싸우며 내 시는 담담함을 잃었다. 마치 주인공을 잃은 자화상처럼 시도 나도 분개하고 날뛰었다.
다시 시를 쓰겠다고 다짐했을 땐 그저 다시 담담해지고자 하는 마음뿐이었다. 복잡할 것 없이 단순하고 담담하게, 분노하지 않고 차분하고 담담하게, 세상은 결코 무너져 내리지 않으니 또 담담할 수밖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