학교에서 현장체험 학습을 가야 하는 이유
얼마 전 노란 버스 사태로 체험학습에 관한 논란이 있었다.
그동안 체험학습을 갈 때 이용했던 전세버스가 불법으로 판결이 난 것이다.
전세버스 불법 논란뿐만 아니라, 체험학습을 가서 학생에게 사고가 생길 경우
담임교사 개인에게 모든 책임을 씌우는 현행 시스템은 말도 안 되는 일이다.
교사 한 명이 교외에서 흥분으로 가득 찬 서른 명에 가까운 아이들의 안전을
온전히 책임지기는 거의 불가능하다.
그래서 제발 안전하게 다녀올 수 있게 해달라고 하늘에 기도하며 운을 바랄 뿐이다.
그러니 당연히 교사들은 체험학습에 대한 부담이 클 수밖에 없다.
체험학습을 갈 것인지 말 것인지에 대한 회의가 계속되었다.
실제로 노란 버스 사태로 체험학습을 취소한 학교도 많았다.
우여곡절 끝에 내가 근무하는 학교는 체험학습을 가게 되었다.
우리 학교의 특성상 외국인 학생들이 3분의 1이 넘는다.
말이 안 통하는 외국인 학생들은 평소에 교실에서 눈치 보기 바쁘다.
선생님의 말을 잘 알아듣지 못하기 때문에 이리저리 눈치를 살피며
친구들의 행동을 관찰해서 따라 한다.
한국말을 할 줄 아는 같은 나라 친구가 통역을 해주기도 하지만
항상 도움을 받는 입장이다 보니 당연히 위축될 수밖에 없다.
하루종일 이리저리 눈치 보며 생활해야 하는 아이의 입장에서 생각해 보면
학교생활이 참 힘들 것이다.
그래서 늘 눈을 동그랗게 뜨고 긴장된 얼굴로 경직되어 있는 아이들이 많다.
그런데 체험학습 가는 날은 아이들 얼굴이 달랐다.
한국아이들은 물론이거니와, 외국인 아이들의 얼굴에도 웃음이 가득했다.
교실에서는 볼 수 없는 표정이었다.
이 아이가 이렇게 잘 웃는 아이였나?, 말이 이렇게 많은 아이였나? 생각이 들었다.
친구와 재잘재잘 제 나라말로 쉴 새 없이 떠드는 아이들 참 귀여웠다.
요즘은 가정에서 주말마다 넘치게 체험활동을 시킨다고,
굳이 학교에서 위험을 무릅쓰고 체험학습을 갈 필요가 없다는 이야기를 하기도 한다.
하지만 모든 가정이 그런 것은 아니다.
모든 아이들이 주말마다 부모님과 체험활동을 가거나 여행을 가는 것은 아니다.
그럴 수 없는 환경에 놓인 아이들이 여전히 많이 있다.
친구들과 같이 버스를 타고 교외로 나가서 체험활동을 하고,
맛있는 도시락을 나눠먹는 일은 어떤 아이들에게는 평생의 추억이 되기도 할 것이다.
아이들이 행복해하는 모습을 보면 교사들도 행복하다.
하루쯤 몸이 더 고되고 힘들더라도 아이들과 즐거운 시간을 보내는 것이 보람일 것이다.
그런데 모든 안전에 대한 책임을 교사 개인에게 다 떠넘기니
이 행복한 시간이 두려움으로 바뀔 수밖에 없는 일이다.
자신의 신변의 안전이 보장되는 않는 일터에서
그 누가 사명이니, 보람이니 하는 것을 느낄 수가 있을까?
제발 우리를 좀 지켜줬으면 좋겠다.
아이들과 더 많이 활동하고 더 많은 추억을 만들고 더 많은 애정을 쏟고 싶은 마음을
스스로 애써 거둬들이는 일을 하지 않아도 되는 일터가 되었으면 좋겠다.
체험학습 가기 전 날,
우리도 걱정과 불안과 두려움으로 잠 못 드는 것이 아니라,
아이들처럼 들뜨고 셀렌 마음으로 잠 못 들었으면 좋겠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