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우 유 씨 미 3(2025, 미국)
나는 좀비 영화를 꽤 좋아한다.
마니아인 편은 아니지만 좀비라는 특수한 아포칼립스 상황에서 인물들이 겪는 갈등과 극한의 상황들, 그리고 영화마다 부여하는 개성 있는 설정들이 꽤 재밌게 느껴진다.
그중에서도 특히 좋아하는 시리즈가 있는데 바로 <좀비랜드> 시리즈다.
좀비 아포칼립스에 코미디를 섞었다는 것이 당시 나에게 꽤 신선하게 다가왔으며 특유의 B급 감성이 좋았다.
그나저나 지금 왜 갑자기 <좀비랜드> 이야기를 하냐면 <나우 유 씨 미 3>의 감독 루벤 플레셔 감독의 데뷔작이기 때문이다.
<좀비랜드> 시리즈는 참 여러모로 이 감독의 장점을 잘 나타내는 영화라고 생각한다.
B급 코미디, 만화 같은 연출, 괜찮은 영상미와 은근 잘 뽑는 액션.
뮤직비디오 출신이라고 하던데 정말 뮤직비디오에서 기대할만한 것들을 잘 다룬다.
스케일은 조금 다르지만 광고 출신인 잭 스나이더와 닮았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그런지 둘의 단점 또한 비슷하다.
긴 호흡의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것.
오해는 하지 않았으면 좋겠다.
모든 뮤직비디오, 광고 출신의 감독들이 스토리텔링이 부족하다는 것이 아니다.
리들리 스콧, 데이빗 핀처 등 걸출한 감독들이 많다.
다만 이번에 말하고 싶은 건 그 장점을 잘 발휘하지 못했다는 것을 말하고 싶은 것이다.
앞서 말한 <좀비랜드>에는 루벤 플레셔 감독의 모든 장점이 녹아들어 있다.
하지만 <나우 유 씨 미 3>에는 루벤 플레셔 감독의 모든 단점이 녹아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시리즈의 팬들에게는 미안한 말이지만,
이젠 그만 만들 때가 된 것 같다는 생각을 영화를 보는 내내 했다.
첫 번째로,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이 지극히 단순하다.
사실 갈등 자체가 단순하다는 건 문제가 안된다.
다만 감독은 그 갈등을 '왜 지금껏 속편이 나오지 못했는지', '속편이 나오기까지의 인물들은 무엇을 하며 살았는지', '어째서 다시 뭉칠 수 있었는지', '왜 극은 이토록 평화롭게 마무리되었으며 속편까지 예고했는지'까지 활용한다.
그러니까, 단순한 갈등으로는 해결이 안 되는 문제들을 가볍게 소비한다는 뜻이다.
여기서 자연스럽게 두 번째 문제가 이어진다.
두 번째 문제는, 등장인물들의 인물상에 대한 이야기다.
극에서 주로 어필하고 싶어 하는 인물의 도덕성이 그야말로 개박살 나있는 것은 물론이거니와 애초에 이 인물이 매력적으로 느껴질 만한 요소가 단 하나라도 찾을 수가 없다.
정의로운 도둑이 거대한 악을 처벌하는 그야말로 <홍길동전>의 현대 서양판을 표방하는 영화에서 다른 누군가가 자신 때문에 죽었는지 살았는지, 그것에 제대로 된 책임감을 느끼는지, 애초에 이런 짓거리를 왜 한 것인지, 본인의 태생과 재능은 무엇인지 그 무엇 하나 어필하지 못한다.
애초에 빌런이 왜 빌런인지 조차 공감을 못하게 만들어놨으니 말 다했다고 본다.
간단하게 말해서, 모든 인물이 매력이 없다.
마지막 세 번째 문제는 영화 내적인 것보단 외적인 것들인데, 음향과 연출의 문제다.
세상에 마술 영화인건 알겠는데 도저히 음향이 쉬질 않는다.
집중해야 할 것은 어쨌거나 '마술'이 아니라 '영화'다.
그런데 이야기를 전개하는 내내 마술적 연출을 위한 것인지 영화 자체를 하나의 마술쇼로 만들고 싶었던 것인지 그놈의 배경음악이 멈출 생각을 안 한다.
그것도 어마어마한 볼륨으로.
자 이제 내가 제시한 첫 번째 문제부터 마지막까지 조목조목 따져보겠다.
등장하는 인물들의 갈등은 거의 모든 영화에서 작동하는 이야기의 장치이다.
그게 크던 작던 갈등이 있어야만 사건이 있고 사건이 있어야 이야기가 진행된다.
물론 그게 단순하다는 것은 문제가 아니다.
단순한 갈등에는 단순한 해결책이 있고 단순하게 해결되는 갈등은 그만큼 단순한 이야기를 낳는다.
그러니까, 갈등이 단순할수록 그 깊이도 얕아질 수밖에 없다는 것이다.
그렇기 때문에 단순한 갈등은 이야기의 진행에 크게 방해가 안 되는 흥미 위주의 진행에 쓰인다.
하지만 이 영화는 그런 단순한 갈등을 상당히 중요한 요소에 소비한다.
작중 인물들은 무엇인가 엄청난 갈등을 겪었고, 그래서 예전처럼 하나의 팀으로 활동하지 못했고, 그래서 다음 세대의 인물들이 필요했고, 그래서 우연한 계기로 다시 뭉쳤으며 마지막엔 정말 극의 뒤편으로 퇴장한다.
이게 올바르게 된 세대교체이며 전작을 존중한 속편의 클리셰라면, 이번 영화는 그러지 못한다.
그들은 별 이유도 없이 다투었고, 시시콜콜한 이유로 분열됐으며, 다음 세대 인물은 전혀 기존 인물들을 넘지 못했지만, 그들의 필요에 의해 기존 인물들이 한 자리에 모이고, 마지막엔 퇴장했는지 어쨌는지도 모르게 끝이 난다.
그럼 결국 관객은 '기승전결'의 '기승' 까지만 이해하고 '전결'은 이해하지 못하는 상황이 나온다.
왜냐면 납득할만한 논리적 구조가 전혀 만들어지지 않기 때문이다.
무엇 때문에 발생한 사건인지는 알겠는데 도대체가 왜 해결됐는지 이해가 안 간다는 것이다.
그래서 그 간극을 채우는 것이 바로 등장인물들의 행동이 된다.
어쨌든 이야기를 구성하는 것은 작중의 인물들이기 때문에 결국은 그들이 모든 갈등을 해소해 버리면 이야기는 끝이 난다.
인물들이 갈등을 해소하는 방법에는 두 가지 방법이 있는데,
첫 번째, 인물이 원하는 모든 것이 그대로 해결되었거나 그에 상응하는 보상을 받았을 경우.
두 번째, 그냥 어영부영 만족스러운 느낌을 관객에게 전해줄 경우.
안타깝게도 이번 영화는 두 번째 경우에 속한다.
원작은 그래도 첫 번째 경우에 속했다.
그러니까, 주인공이나 그에 상응하는 인물들이 모두 원하는 것들이나 그에 준하는 것들을 얻았다.
포 호스맨들은 인기와 부와 명예를 얻었으며, 딜런은 복수를 절대 악으로 그려진 인물에게 선사했다.
속편부터 시작해 이번 작은... 그저 무엇인가 만족스러운 엔딩을 위한 재료들을 소비하는 느낌을 지울 수 없다.
그리고 그 재료는, 어쩔 수 없이 영화의 등장인물들이 된다.
어쨌든 이번 주제는 3편이기 때문에 2편의 단점을 제외하고서라도 이 영화의 인물들에게 느껴지는 제대로 된 매력이 없다.
작중에서 일명 '다음 세대'로 선택된 인물들이 하는 행동은
1. 전작 주인공들을 향한 사기
2. 작품 주요 빌런 대한 공갈 협박
3. 전작 주요 인물에 대한 과실치사
4. 위 세 가지를 해놓고 작중 거대 흑막 '디 아이'에게 인정받기
이다.
애초에 '마술 사기단'이 출발이었지만 지켜야 할 선이 있음에도 이 인물들은 그것들을 지키지 않는다.
이야기의 진행은 그럴듯하게 포장했기 때문에 자연스럽게 느껴질지 모르지만, 반전이랍시고 넣어놓은 이 인물들의 실제 행동과 작중에서 그려지는 그 대응들을 가만히 생각해 보면 뭔가 작위적이며 뭔가 선을 넘었다는 느낌과 동시에 결국 이럴 거면 이 정도의 스케일까지 일을 키우지 않아도 되지 않았나 하는 생각이 든다.
장황하게 말이 길었지만, 결국은 전작의 모든 인물을 포함, 빌런과 그 주변인물, 본인들의 행보를 방해하는 모두를 바보 등신으로 만들어놓고 다음 세대들을 세기의 천재로 만들려는 부적절한 노력이 있었다는 말이다.
마지막으로 음향.
난 영화를 즐기고 싶은 거지 내 귀에 때려 박는 작위적이며 과도한 음향을 느끼고 싶은 게 아니다.
이것 하나 때문에 모든 연출이 더욱 구리고 더욱 과하며 더욱 쓸데없이 느껴진다.
그들이 실패했던 것들을 음악적인 연출로 덮으려는 의도가 보이기에 더더욱 그렇게 느껴진다.
원작을 즐겨봤고 그 시리즈가 이어진다는 것을 흥행이나 평가와는 상관없이 좋아했다.
그래서 더욱 실망을 했던 작품으로 남을 것 같다.
나름 여러 가지 생각을 했지만 결국 영화를 잘 만드는 것과 시리즈를 잘 만드는 것은 다르다는 것이 결론이다.
단편 하나로써 관객들이 바라는 것과 시리즈로써 바라는 것은 다르니까.
그리고 그런 부분에서 오는 감독의 역량은 화려한 연출이 아니라 심도 있는 스토리텔링이라고 생각한다.
어쨌거나 저쨌거나 이번 작품은 새로운 세대를 내세우는 단편으로써도 전작의 이야기를 존중하며 이어나가는 시리즈로써도 철저하게 실패했다고 본다.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