수상한 김과장 <최종화>

#오피스미스테리#김과장#직장인라이프#고된회사생활

by 란어웨이

두 분은 회사 근처 베이커리에 들어갔고, 김 과장 손에는 큰 케이크가 들려 있었다. 마치 누가 건드리면 금방이라도 눈물을 쏟을 사람처럼 눈시울이 불거져 있었다. 한 이사는 김 과장의 어깨를 두드리며 택시를 잡아주었다.보통 이런 장면은 MZ 세대인 나에게도 어색한, 남녀가 뒤바뀐 광경처럼 낯설었다. 물끄러미 그 모습을 보고 있는 나에게, “어머, 제니 씨 이제 퇴근하는 거야? 여기서 뭐 해 근데? 배고프면 빵이라도 좀 사줄까?” 평소의 나라면 “아닙니다, 말씀만이라도 감사합니다”라고 말하며 돌아섰겠지만, 그날은 그냥 한 이사님이 사주는 빵이 먹고 싶었다. “네, 이사님… 커피도 사주시면 안 될까요?” 한 이사는 그런 나를 사랑스러운 딸을 바라보듯이 보며 말했다. “그래요, 우리 빵하고 따뜻한 커피 한잔 마셔요. 잘됐네, 나 지금 운전해서 집에 가면 한참 막힐 시간이고, 제니 씨도 지금 가면 지옥철 맛봐야 하니, 오늘은 우리끼리 커피챗하고 여유롭게 퇴근합시다.” 아직 커피를 마시지도 않았는데, 나는 벌써 마음이 따뜻해지는 것 같았다. 저 멀리서 따뜻한 라떼와 먹음직스러운 초코케이크, 생딸기케이크가 담긴 챙반을 들고 오는 모습마저도 한 이사에게는 카리스마가 넘쳐났다. “제니 씨는 미국에서 학교다녔다고 했죠? 한국에서 회사 다니는건 어때요? 처음 하는 직장생활인데 힘들지는 않아요?” 한 이사님은 카리스마가 넘치지만, 뭔가 포근하고 따뜻한 느낌을 준다. 나는 아직 힘든 건지 잘 모르겠다고 말하며 열심히 적응하고 있다고 대답했다. 그러면서도 내가 알고 싶은 본론으로 대화를 어떻게든 빨리 돌리고 싶었다. “저기…이사님, 김 과장님 말인데요... 저는 사실 소문 같은건 신경 쓰지 않는데, 며칠 전에 이상한 걸 봤어요. 그래서 누군가에 털어놓고 싶었어요. 제가 이상한 걸까요?” 한 이사는 마치 내가 무슨 이야기를 할지 이미 알고 있다는 듯, 말없이 미소만 지었다. 그러더니 침묵속에서 커피를 몇 모금 마신 후, 입을 열었다. “제니씨, 세상에는 우리가 알 수 없는 일들도, 이해할 수 없는 일들도 가끔 벌어지고, 그게 우리 주변에서 일어나기도 해요. 그런데 막상 그 안을 들여다보면, 결국 다 사람 사는게 거기서 거기라는 생각이 들기도 하지.” 이렇게 장황하게 말문을 연 한 이사는 왠일인지 나에게 그동안 김 과장에게 일어났던 일을 자세히 이야기해 주셨다. 나에게 아무것도 묻지 않고, 혹은 당사자의 일이 아니라 말을 아낄줄 알았는데, 오히려 담담하고 차분하게 말해주셨다.

나는 집에 돌아가는 내내 머리가 멍하고 답답했다. 김 과장에게 미안한 마음도 들기도 했고, 알수 없는 기분과 감정에 사로잡혔다. 김 과장의 아내분은 임신과 출산을 기점으로 심각한 우울증을 겪고 있었다. 김 과장은 그런 아내에게 무슨 일이 생기지 않을까 늘 노심초사하며 힘겹게 직장생활을 이어나갔다. 형편이 좋지 않은 김 과장은 당장 회사를 그만둘 수도 없었다. 하루 몇 시간만 아이돌봄 도우미의 도움을 받으며 아내의 상태가 호전되기를 바라면서 생활비를 벌어야했고, 퇴근 후에는 밀린 집안일과 돌도 안 된 아이를 돌보며 불안한 상태를 그저 본인의 노력으로 유지해나가고 있었다. 집에서 자는 시간이 하루 3-4시간이 채 되지 않자, 김 과장은 외근 중 눈에 띄는 모텔에 들어가 쪽잠을 자고 나오며 삶을 이어 나갔다고 한다. 이 사실을 알게 된 한 이사는 본인도 늦은 나이에 아이를 낳고 회사를 다니며 겪었던 감정들을 이해하기에, 김 과장의 아내분의 상태를 걱정하며 본인의 지인 중 정신과 상담의를 김 과장의 아내에게 소개해 주었다. 또한 아이의 옷이며 장난감 등을 직접 챙겨 김 과장에게 주곤 했다. 그리고 오늘은 김 과장 아내의 생일인 것을 알고, 케이크를 김 과장에게 건네며 아내에게 태어나줘서 고맙다고 말하고 꼭 안아주고, 아이과 행복한 시간을 보내라고 말씀해주시고, 김 과장을 택시태워 보내주신 것이다.

집으로 돌아가는 길, 나는 김 과장이 겪었던 그 삶을 생각하며 복잡한 감정이 들었다. 겉으로 보이는 것만으로 사람을 판단했던 내 자신이 부끄러웠고, 동시에 세상에 얼마나 많은 숨겨진 이야기가 있을까 하는 생각이 스쳤다. 어쩌면, 우리는 모두 각자의 삶의 무게를 짊어지고 살아가는 것이 아닐까. 나는 김 과장의 따뜻한 미소를 떠올리며, 다음 월요 미팅에서 그를 바라보는 내 시선이 달라질 것이라는 것을 깨달았다.

작가의 이전글내가 사는 진짜 세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