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점이 적은 선수가 이긴다

피터 드러커 자기경영은 '강점을 더 강하게', 보디빌딩은 '단점을 적게'

by Rana



1. 강점을 부각하지 말고 단점을 없애라.


현대 경영학의 구루 피터 드러커는 "단점을 보완해서 평범해지지 말고 강점을 극대화해서 비범해져라"고 조언한다. 30년 넘게 공직자로서 원칙과 매뉴얼을 준수하며 살면서, 오십 넘어서는 글을 쓰고 드럼도 치는 예술가적 삶을 지향하며 병행해 온 나에게 이 말은 어쩌면 맞지 않다.


나는 오히려 멀티 플레이어가 되어가고 있고 호기심많고 도전정신있는 나의 성격에도 두루두루가 어울린다. 하지만 6월, 내가 오를 비키니(Bikini) 무대는 단점을 보이지 않게 해야 이기는 게임이다.


비키니 종목의 핵심은 'X-라인'이다.


넓은 어깨와 꽉 찬 힙이 이루는 완벽한 조화. 하지만 이 무대는 과장된 강점보다는 '단점이 가장 적은 선수가 이긴다'는 뺄셈의 논리가 지배한다. 나의 경우에는 타고난 강점인 어깨가 지나치게 발달하면 전체적인 비례를 깨뜨려 감점 요인이 된다. 작년의 내가 바로 그러했다.





2. 아침, 공복 유산소를 놓친 자의 부채감


오늘 아침, 눈을 떴을 때 창밖으로 비치는 햇살은 평소보다 지나치게 밝았다. 알람 소리를 놓친 것일까, 아니면 몸이 보낸 휴식의 신호였을까. 매일 아침 루틴처럼 행하던 공복 유산소를 건너뛰었다는 사실을 깨닫는 순간, 가슴 한구석에 묵직한 돌덩이가 내려앉았다.


체중계 위의 숫자는 냉정했다. 62.5kg. 어제 62.1kg의 숫자에 기뻐하며 오늘은 61kg대에 진입하리라 생각하고 운동후 백미를 150g이 아닌 100g만 먹었는데 400g이 늘어난 이유가 무엇인지를 모르겠다.


조금 불어난 그 숫자는 마치 "회원님, 숫자에 너무 연연하지 마세요. 제 눈에는 마르고 있는게 보입니다'라며 위로하는 이상민 프로와 "오늘 너는 게을렀다"고 질책하는 심사위원의 낮은 음성이 연이어 들렸다. 글감이 떠오르지 않아 브런치 스토리를 오랫동안 비워두는 날들과는 차원이 다른 공포다.


근육은 1g을 올리기도 힘든데, 지방은 찰나의 방심을 틈타 스며든다. 이 불안을 잠재우기 위해 나는 알파리포산 한 알을 입에 털어 넣었다. 그리고 다짐한다. 아직 끝난게 아니라고.





3. 약한 곳은 언제나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법이다.


어제저녁, 가슴 운동을 하면서 마지막 세트를 마칠 때마다 거울 앞으로가 나의 근육들을 체크한다. 펌핑되어 솟아오른 근육은 지친 나에게 한번 더 를 외치게 하는 원동력이다.


사이드 레터럴 레이즈와 프런트 레이즈로 예열을 마친 뒤, 10kg 바벨을 잡고 팔꿈치를 사이드로 굽혀 쇄골까지 끌어올리는 '업라이트 로우(Upright Row)'를 하였다. 바벨이 올라올 때마다 가슴 상부 근육이 쫙쫙 찢어지며 선명한 결을 드러내는 순간, 온몸을 관통하는 지독한 쾌감이 몰려왔다.


나는 이 강렬한 상체 운동을 사랑한다. 남다른 어깨와 가슴 라인은 그동안의 나의 노력의 증거물이자 나의 자부심이다. 하지만 거울 속의 멋진 상체 너머로 냉정한 현실이 보였다.


비키니 무대에서 승리하기 위해선 강점이 아니라 약점을 더 훈련해야 한다는 사실이다, 그러나 약한 곳은 언제나 더 힘들고 고통스러운 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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4. 제1원칙, 화려한 장점보다 단점을 없애라


심사위원의 채점표는 '덧셈'이 아니라 '뺄셈'의 논리로 작동한다. 아무리 어깨 근육이 화려하고 복근이 선명해도, 어느 한 곳에 수분이 차 있거나 탄력이 떨어진다면 중앙(Center)의 자리는 허락되지 않는다.


"단점이 가장 적은 선수가 이긴다"가 보디빌딩계 정석이다.


내가 매일 아침 몸무게에 일희일비하지 않고 공복 유산소를 하는 이유, 그리고 운동하기 30분전 아르기닌과 카르니킨을 삼키며 혈액 흐름을 원활하게 해서 가장 혈액이 적게 흐른다는 둔부 아래를 커팅하고자 하는 것은 바로 이 '단점 지우기'의 일환이다.


컷팅하기 힘든 곳의 지방까지도 컷팅해서 근육의 선명도를 높이는 것, 그것이 프로와 아마추어를 가르는 한 끗 차이다.





5. 여성미의 본질은 직선이 아닌 '곡선'


삶은 직선이 아닌 구불구불한 곡선이라는 말이 있듯이 비키니도 그러하다. 이 종목에서 가장 경계해야 할 것은 '과한 하드함'이다. 근육의 결이 칼날처럼 갈라지는 데피니션보다는 부드러운 곡선의 볼륨감이 우선이다. 어깨와 광배, 그리고 둔근으로 이어지는 라인은 풍성한 곡선이어야 한다.


인생을 절반넘게 살아온 나에게는 단백질 합성이 젊은이 같지 않다. 그래서 류신(Leucine)을 섭취한다. 그것을 통해 mTOR 스위치를 켜고 근육을 속에서 부터 꽉 채워 무대 조명 아래에 서 있을때 그냥 마르기만 해 보이는 것이 아니라, 우아한 볼륨감을 유지하는 것이 목표이다.


볼륨감과 함께 탄력 있는 피부톤으로 작품을 완성해야 한다. 가죽만 남은 드라이한 몸은 감점 요인이다. 심사위원은 세포의 생명력이 느껴지는 '빛나는 피부 톤'에 높은 점수를 준다. 세놀리틱과 항산화제를 복용하여 미토콘드리아를 수리하는 이유가 바로 근육을 감싸고 있는 스킨까지 하나의 작품이기 때문이다.






6. 비키니 선수라면 하트모양의 둔부를 가지고 있어야지


비키니 종목은 상체와 하체의 균형이 잘잡힌 모래시계형 체형을 지향하기에 가장 중요하게 평가하는 것이 둔부의 상부 볼륨감과 글루트-햄 타이인(Glute-Ham Tie-in)이라 불리는 엉덩이와 허벅지의 경계 라인이다. 허리가 더 가늘어 보이게 하고 넓은 어깨라인에 맞춰 하단에서의 볼륨감과 너비로 전체적 비율이 완성되기 떄문이다.


먼저, 둔부(Glutes) 상부까지 꽉찬 입체적인 하트 모양과 볼륨을 가지고 있어야 한다. 측면에서 보았을 때나 뒤에서 보았을 때 모두 둥근 입체감(Roundness)이 살아있어야 하며, 꼬리뼈 부근부터 시작되는 상부 둔근의 발달이 강조되어 허리가 더 가늘어 보이는 착시 효과를 주는 것이 핵심이다.


허벅지(Hamstrings)는 매끄럽고 탄탄한 곡선을 그려야 한다. 피지크나 바디피트니스 종목처럼 근육이 낱낱이 분리되는 것 보다는, 체지방이 적절히 제거되어 셀룰라이트 없이 매끈하게 내려오는 라인을 만들어야 한다. 이때 허벅지 바깥쪽 라인(Sweep)이 적당히 살아있으면 상대적으로 무릎 쪽이 얇아 보여 전체적인 다리 라인이 길어 보이는 효과를 줄 수 있다.


엉덩이 하단과 햄스트링이 만나는 경계선(Tie-in)은 선명해야 한다. 이 부위에 불필요한 지방이 남지 않아야 엉덩이가 허벅지 위로 확실하게 '올라붙어' 있는 느낌을 준다. 경계선이 선명할수록 다리가 시작되는 지점이 높아 보여 비율이 좋아 보이고, 전체적으로 건강하고 기능적인 아름다움을 완성하게 되기 떄문이다





7. 알던 맛이 나를 유혹할 때면


모델 이소라는 다이어트 중에는 맛있는 음식이 유혹을 하더라도 "이미 내가 알고 있는 맛이다" 라며 그 순간을 넘어간다고 한다. 그러나 모르면 몰라서 넘어 갈 수 있으나 알던 맛의 유혹은 더 뿌리치기 어렵다.


이상민 프로는 매끼 단백질 150g을 엄수하라고 한다. 그래서 그것만이 유일한 정답이라 믿으며 그동안 교과서처럼 퍽퍽한 닭가슴살만을 고집해 왔다. 그러나 항상 유혹은 온다. 어느날이다. 제주도 친구가 귀한 거라며 보내준 90미터짜리 대(大)부시리에서 나온 윤기가 좌르르 흐르는 부시리 회에 손이 가는 것은 내 의지 너머의 일이다.


선홍빛 살점이 매혹적인 부시리 회를 마주하며 불안감에 휩싸인다. '이걸 먹어도 정말 괜찮을까? 초장을 찍지 않는다고 해서 지방이 쌓이지 않을까?'


닭가슴살이라는 안전장치를 벗어던진다는 불안감에 구글 제미나이에게 먹어도 괜찮은지 질문을 한다. 인공지능이 대사 전문의 입장에서 대답한다. 부시리의 양질의 지방이 오히려 나의 미토콘드리아를 깨우고, 내일 아침의 숫자를 바꿔놓을 것이라고.


나는 이제 불안을 믿음으로 바꾸며, 닭가슴살 대신 부시리 회 200g을 약간의 쌈장과 참기름을 넣어 비벼 한움큼 입에 넣었다. 순간 엔돌핀이 솟구쳐 오르는 것이 느껴진다.


뭐 어쩌겠어, 먹고 더 하드하게 운동해야지. 별 다른 수가 없잖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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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 10초의 프레젠테이션: 심리적 안정감이 만드는 컨디셔닝


무대 위에서 허용된 시간은 단 10초. 그 짧은 순간에 모든 서사를 보여줘야 한다. 심사위원은 선수의 눈빛에서 풍겨 나오는 '자신감'을 읽는다. 그런데 이 자신감은 어디서 오는가? 바로 평소의 '지표 관리'에서 온다.


불안은 우리 몸의 코르티솔 수치를 높이고, 이는 즉각적인 복부 부종으로 이어진다.


오늘 아침 숫자가 예상보다 높다고 해서 흔들린다면, 그 불안은 무대 위 눈빛에 고스란히 담길 것이다. 스트레스가 만병의 적이라고 하듯이 근육을 만들기 위해서 나는 매일 밤 뇌를 진정시키고 깊은 잠에 들기 위해 노력한다.


잘 자는것도 과학이다. 수면의 질을 높이는 것, 그것이야말로 시합 당일의 피부 컨디션을 결정짓는 가장 중요한 요인중 하나이다.






9. 포징의 중요성과 바이오리듬


대회 준비에 참고하기 위해 시청중인 영상에서 "허리를 너무 꺾지 마라"고 조언한다. 힙을 강조하려는 과한 욕심이 오히려 둔근의 볼륨을 죽이고 라인을 망친다고 한다. 이는 어디에서도 마찬가지다. 과한 기교는 본질을 흐리기 때문이다.


컨디셔닝이 훌륭하다 하더라도 시합 당일 선수의 바이오리듬 상태는 아무리 강조해도 지나치지 않다. 그동안의 수고와 땀을 보여줘야 할 마지막 순간에서 신체 리듬, 감성 리듬, 그리고 일주기 리듬이 관리되지 못하면 무대위에서 프레즌테이션을 하는 10초내를 못버티고 선수의 멘탈은 무너지고 만다.


평소 포징 연습을 통해 자신감있는 워킹과 포징을 마무리하고, 평소 수면의 질이 떨어지지 않게 하여야 한다. 시합전 충분한 휴식기를 두어 근육의 피로를 풀어주어야 하고, 스트레스 관리를 통해 코르티솔 호르몬을 자극하지 않도록 한다.






10. 단점이 없는 몸이 가장 완벽한 조각품이 된다


직선보다 아름다운 곡선을 위해, 그리고 찰나의 10초를 위해 나는 오늘도 '어떻게 저렇게까지 하나?' 하는 생각이 들 정도의 단순하고 지루한 루틴을 통해 정직한 결과를 가져간다. 사실, 정형화된 아름다움이 있다라고 생각하지는 않는다. 우리 모두는 특별한 존재이고 자신만의 유티크함을 가지고 있기에 존재만으로도 아름답다. 들판에 핀 꽃들은 어떤 색이든, 어떤 모양이든 상관없이 서로 어울어져 아름답지 않은가.


그럼에도 내가 이렇게 웨이트를 하는 이유는 그 결과의 정직함이 좋아서이다. 내가 노력한 결과가 그대로 내 몸으로 나타나기 때문이다.


노력했다는 것은 무형이라 증명할 길이 없다. 공무원 조직을 보면 하나같이 열심히 했다라고 한다. 그러나 그들이 말하는 노력은 상대적으로 측정할 수가 없다. 그래서 나온 근무평정이나 승진 심사 결과를 보면 이해가 되지 않는 부분이 너무 많다. 따질수도 없다. 그 기준은 귀에 걸렸다 코에 걸렸다 하기 때문이다.


이성적으로 평가했다고 하지만 이성을 움직이는 것은 결국 감성이다. 그래서 나는 누구도 인정하지 않을수 없는 정직한 아웃풋이 나오는, 내 몸을 객관화하는 과정이 때론 냉정하고 아픔에도 불구하고, 이 게임을 즐기고 있는 것이다.



이제 단점을 조금씩 지워가면서, 가장 완벽한 밸런스를 찾아가는 지루한 여정을 통해 무대를 준비할 것이다. 6월의 무대 위에서 나의 지표는 거짓말을 하지 않을 것이며, 그곳에서 나는 빛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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