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라떼'의 배신

네가 사랑한 라떼가 네게 무슨 짓을 하는지 알아?

by Rana



"장이 안 좋은 거 아니야? 냄새가 너무 심한데?"


생각밖의 지독한 냄새에 당황해서 좀 있다가 들어가라고 말할 시간도 없이 급하게 들어가던 뒤에 사람이 하는 말이다. 당황스럽고 부끄러웠다. 그리고 잠시 후 볼일 마치고 나오면서 하는 말이 '대변에서 냄새가 심하게 나면 건강에 문제가 있는 거니까 빨리 병원에 가봐'라고 한다.


이 일은 2022년 8월, 내가 첫 보디빌딩 대회에 출전했던 그날 다음 달에 생겼던 이야기다.





2022년 7월, 첫 보디빌딩 대회에서 마스터즈 1위, 오픈 2위를 하다


2021년 2월 웨이트를 시작해서 넉 달 뒤인 6월 25일 생애 첫 바디프로필을 찍었고 떡 본 김에 제사 지낸다는 말도 있듯이 나를 지켜보던 센터 대표님의 권유로 2022년 7월 웨이트를 시작한 지 1년 만에 바디빌딩 비키니 종목에 참여를 했고 좋은 성적도 거두었다. 그러나 문제는 대회가 마친후에 생겼다.


근육이 선명하게 드러나야 하는 보디빌딩 비키니 종목에서 무대에서 우락부락하게 보이는 선수들의 근육은 근육을 키워서이기 때문이 아니다. 근육은 단시간에 절대 크게 성장할 수 없기 때문에 선수들은 체지방을 극한까지 커팅한다. 그리고 포징과 골격으로 뼈에 남아있는 근육을 밀어붙이는 것이다. 그러면 조명아래에서 세심한 근육의 입체감이 드러나게 된다.




와~ 독하네 독해


175cm, 58kg, 9%의 체지방으로 첫 대회에 출전하였다. 58kg은 내가 이십 대 후반에나 가능했던 몸무게인데 52세에 다시 보는 일이 생기다니 참 스스로도 믿기지가 않는다.


내가 의지가 강하거나 무슨 일을 할 때 독하게 매달리는 사람이 아니다. 그러나 이 일 이후로 사람들은 나를 보면 독하다는 말을 하기 시작했다.


살면서 처음으로 독하다는 말을 들으면서 살을 빼고 극단의 다이어트를 하고 만든 몸은 대회가 끝난 후 바로 그동안 못 먹었던 달콤하고 기름진 음식을 마구 때려 넣어서는 안 된다.


완만하게 커팅에 들어가듯이 회복을 위한 음식 섭취도 완만하게 들어가야 한다. 그러나 그때는 몰랐다. 아무도 알려주지 않았고 심지어 나를 담당했던 트레이너조차 대회 이후 음식섭취 등 일상으로 복위를 위한 주의사항에 대하여 한마디 말도 없었다.


무지했던 나는 평소 못 먹던 달달한 크림빵부터 시작해서 피자, 버거에 기름진 삼겹살까지 양껏 먹었다. 행복한 돼지가 된 느낌이었지만 그동안 못했던 것에 대한 보상이라고 생각했다.






풍선처럼 부풀러 오른 몸


곧 몸에 이상신호가 왔다. 온몸이 붓더니 특히 하반신이 코끼리 다리처럼 되었다. 그리고 화장실에 갔을 때에는 지독한 냄새로 인해서 뭔가 잘못되고 있다는 느낌이 들었다. 그러나 대회 이후 워크숍 일정 때문에 병원도 못 가고 바로 경주에서 열리는 워크숍 현장에서 내가 남긴 독한 냄새 때문에 이런 당황스러운 일이 생긴 것이다. 행사를 마치자마자 급하게 병원을 가야 했다.


마스터즈 1위를 하면서 받은 협찬병원의 상품권으로 진료를 한 달 동안 받았다. 먼저 장에 유해균이 많으니 항생제로 장에 있는 세균을 죽여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리고 유산균제를 복용해서 장 내 환경을 좋게 만들어야 한다고 했고 그렇게 치료는 시작되었다. 시간이 지나자 몸의 부기도 빠지고 체형이 정상으로 돌아왔지만 화장실 가는 일은 여전히 힘들었다.


당시 간호사인 아는 언니가 내가 항생제에 유산균 복용 중이라는 말을 듣고는 항생제를 함부로 쓰면 안 된다고 한다. 그러나 이미 복용한 걸 되돌릴 수는 없다. 하체부종과 장 치료를 받는 것과 함께 당시 변비로 고생하고 있었는데 병원치료를 받는 것만으로는 별 차도가 없었다. 다행히 장건강에 좋다는 효소 제품을 추천받아 3개월 동안 복용하면서 변비 문제도 해결이 되었다.







평안히 화장실을 다녀온다는 것


지독했던 냄새와 코끼리처럼 부풀어 올랐던 다리, 그리고 "어디 몸이 안 좋은 것 아니냐"는 타인의 걱정을 뒤로하고 나서야 나는 비로소 깨달았다. 잘 먹고 잘 내보내는 이 지극히 평범한 순환이 사실은 얼마나 감사한 일상이란 말인가. 정말 감사할 것 들은 평소에는 드러나지 않는 법이다.


이제 아침저녁으로 화장실을 간다는 것은 단순히 배설의 행위가 아니다. 그것은 잘 먹고, 잘 먹은 것을 잘 소화해서 영양분을 잘 섭취하고, 쓸모가 없는 것들은 내 몸의 '안녕(安寧)'을 위해서 잘 내보내는 일이다.





비움과 채움


비워내지 못한 채 쌓여가는 것들이 몸을 얼마나 망가뜨리는지 몸으로 체험했기에, 하루를 시작하는 아침 매끄럽게 화장실 문을 나서는 발걸음은 평안한 하루를 만드는 중요한 첫걸음이다.


몸의 배설이 생존의 기본이듯, 삶의 배설 또한 평온의 필수 조건이다. 내 몸에 쓸모없는 것들을 제때 덜어내지 못해 스스로를 망가뜨렸던 그 고통스러운 순간의 잔재들은, 내 마음과 일상에도 똑같이 적용된다.


어쩌면 우리는 채우는 법만 배웠지, 건강하게 비워내는 법은 잊고 사는 게 아닐까. 내보내지 못한 감정의 찌꺼기들, 버리지 못한 욕심의 허상들이 삶의 구석구석을 정체시키고 결국 나라는 사람을 무겁게 짓누른다.


비워야 비로소 흐르고, 흘러야 비로소 다시 채울 수 있다. 이 정직한 순환을 온몸으로 받아들이며 매일매일 비우고 다시 채우기를 반복하는 것. 그것이야말로 내 삶을 가장 아름답게 보살피며 살아가는, 어른다운 태도가 아닐까 생각한다.


하지만 단순히 '속이 편해졌다'는 안도감만으로 끝내기엔, 변비는 생각보다 훨씬 위험하다는 신호라는 사실을 뒤늦게 알게 되었다. 장(腸)은 '제2의 뇌'라고 불릴 만큼 뇌와 긴밀하게 연결되어 있다. 뇌보다 장이 먼저 생긴 만큼 뇌와 장은 서로 소통을 한다. 장에 쌓인 독소와 염증 물질이 배출되지 못하고 몸속을 떠돌 때, 그 화살은 결국 우리의 가장 소중한 곳인 '뇌'를 향하게 된다.


실제로 최근의 연구들은 경고하고 있다. 장 내 환경의 악화와 만성적인 변비가 단순히 소화기 문제를 넘어, 기억을 갉아먹는 무서운 질병인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말이다.






혹시 내가 '치매?'


이런 걱정이 유난스럽게 보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10년 넘게 알츠하이머와 사투를 벌이다 파킨슨까지 겹치면서 작년 7월에 돌아가신 아버지, 그전에는 할아버지가 떠나신 후 1년 만에 치매로 돌아가신 할머니, 여기에 급성 뇌졸중 후유증으로 평생 실어증을 안고 살아가게 전 남자친구까지 곁에서 지켜보았었다.


중년을 지나 운동과 음식을 통해 건강을 꾸준히 관리해 오던 나였고, 최근 장 건강 문제로 변비를 심하게 거쳤던 나로서는 내 몸이 보내는 사소한 신호 하나하나 모두 중요했다. 특히나 변비가 단순히 속이 더부룩한 문제에 그치지 않고 치매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은 큰 충격이었다.


혹시 내가 할머니처럼, 아버지처럼 나이가 조금 더 들면 치매? 라는 두려움과 함께 특히나 내가 즐겨 마시던 '라떼'가 그 주범 중 하나였다는 사실을 알았을 때, 그 진실을 파고들어야 할 이유는 충분했다.







‘라떼’의 배신


직장인들의 생존 음료인 라떼, 하지만 뇌 건강과 부종 관리를 생각한다면 다시 봐야 한다. 우유(Latte)는 생각보다 치밀하게 우리 몸을 붓게 만들고, 이는 곧 순환의 저하를 의미하기 때문이다.


우유 속 유당(Lactose)이 문제이다. 유당은 인슐린을 급증시키고 인슐린은 단순히 혈당만 조절하는 게 아니라, 콩팥에서 나트륨 배출을 막아 체내에 수분을 저장(Retention)하게 만든다.


우유 속 카제인 단백질은 염증을 유발해 혈관 투과성을 높이고 수분이 조직 사이에 고이면서 전신 붓기를 유발한다. 이렇듯 우유 자체의 나트륨과 인슐린이 만나면 우리 몸은 그야말로 '수분 정체 모드'가 된다.


또한 커피에 있는 카페인은 이뇨 작용을 촉진하지만, 우유는 수분을 저장하라는 신호를 보냅니다. 상충하는 메시지 속에 몸은 혼란에 빠지게 되고 결국 부종을 유지하게 된다.


유당 소화가 안 되면 장 내 가스가 발생하고 장 투과성이 증가한다. 이러한 장 상태가 복부 팽만을 넘어 전신 부종으로 이어지는 것이고 내가 2022년 7월 대회를 마치고 먹었던 생크림 가득한 빵, 우유크림 롤케이크, 슬라이스나 피자에 사용되는 가공치즈 등이 내 몸을 붓게 만들고 장내 음식을 부패시키고 더 방치했다면 기억력 저하, 집중력 감소, 만성피로 등의 브레인 포그(Brain Fog) 현상까지 가져오게 했을 것들이었다.






뇌의 병은 ‘장’에서 시작된다


1. 파킨슨병은 도파민 감소가 원인이지만, 그 과정은 장에서 시작된다.


빵, 밀가루, 콩, 견과류, 야채, 과일, 우유 등에 많은 렉틴과 제초제, 화학물질이 장으로 흡수되면 미주신경을 타고 뇌로 이동한다. 이것은 우리의 뇌와 장에서 생성되는 도파민 분비를 떨어뜨리고, 결과적으로 위장 운동 기능 저하시켜 변비를 유발하고 팔다리 운동 기능 저하를 불러온다.


파킨슨 환자들이 본격적인 발병 수년 전부터 변비와 후각 상실을 겪는 이유가 이렇듯 장의 스위치가 뇌보다 먼저 꺼지기 때문이다.


2. 치매(알츠하이머)는 뇌세포 손상과 함께 아세틸콜린이 감소하는 질환입니다.

아세틸콜린은 근육 수축 명령을 내리고, 부교감신경을 가동해 '휴식과 소화(Rest & Digest)'를 담당하며, 기억력과 학습 능력을 관장한다. 뇌세포가 손상이 되면 인지 기능에 핵심적인 역할을 하는 신경전달물질인 아세틸콜린의 급격한 감소로 인해 치매가 촉발되는 것이다.




장의 시동을 거는 ‘대사적 스위치’ 버터, 그리고 아세틸콜린의 원료 '콜린'


1. 멈춰버린 장을 스스로 움직이게 하는 최고의 방법은 바로 버터이다. 음식을 먹으면 몸은 위산 분비와 담즙 생성을 통해 소화준비를 하는데, 이때 버터의 지방산인 부티르산(Butyrate)이 핵심 역할을 하기 때문이다.


버터는 장내 세포에 직접 에너지를 공급해 장 운동성을 촉하고, 장내 염증을 감소시키고 대장의 수분 흡수를 정상화하며, 장누수 증후군을 개선하는 등 건강한 장 환경을 만든다.


그러나 아이러니하게도 우리가 '슈퍼푸드'라 믿었던 브로콜리와 양배추가 때로는 우리의 장을 가스실로 만들기도 한다. 인간의 소화효소로는 도저히 감당할 수 없는 복합당들이 장내 미생물을 만나 요란한 잔치를 벌이기 때문이다. 비워내지 못한 장 안에서 이들이 뿜어내는 가스는 단순히 배를 부풀리는 것을 넘어, 내 몸과 뇌를 괴롭히는 나쁜 신호가 된다.


아예 안 먹는 것이 좋겠지만 그럴 수 없다면 익혀먹거나 서서히 양을 늘려 장내 미생물이 적응할 시간을 주거나 아니면 버터에 볶아 먹는다면 소화를 돕고 장벽을 보호하여 가스 발생을 다소 줄일 수 있다.



2. 아세틸콜린을 만드는 원료 '콜린'을 섭취해서 뇌와 장을 보호하자. 콜린이 풍부한 음식으로는 계란 노른자가 가장 훌륭한 공급원이다. 계란 한 알에는 약 140ml 정도의 콜린이 들어 있는데 하루 두 알만 먹어도 성인의 일일권장량을 맞출 수 있다. 그 외 식품으로는 소간, 또는 닭간과 같은 동물의 간이다.


뇌의 안개를 걷어내고 기억의 통신망을 복구하기 위해 우리가 당장 할 수 있는 일은 소박하지만 확실하다. 아침 식탁 위에 반숙 계란 노른자를 올리고, 점심에는 싱싱한 생선 요리를 즐기고. 거창한 약보다 내 몸에 필요한 '콜린'을 음식을 통해 직접 채워주는 사소한 습관이 결국 우리 뇌의 미래를 결정짓는 열쇠가 된다.







현명하게 먹고, 스마트하게 관리하자


치매가 유전이라는 말은 가족력이 있는 나에게 절망적이었지만 이는 남들보다 더 세심하게 나를 돌보라는 '지침'이 되었다. 뇌 건강을 위해 해야 할 일은 명확하다 혈당 안정, 염증 억제, 충분한 수면, 근력 운동, 그리고 담즙과 지방 대사를 정상화하는 것이다.


무심코 마시는 라떼 한 잔 대신 내 몸이 편안한 선택을 하고, 장의 시동을 거는 버터와 뇌를 깨우는 콜린을 챙기는 작은 습관들. 아픈 가족사를 가슴에 품고, 이제는 두려움 대신 지혜로운 관리로 나의 뇌의 안녕을 지키려 한다.


"현명하게 먹고, 내 몸을 스마트하게 관리하자."


오늘 여러분의 화장실은, 그리고 여러분의 뇌는 안녕하셨나요? 내일은 오늘보다 더 가볍고 총명한 하루가 되시길 바랍니다.



오늘도 건강하고 행복하게, 내일은 더 건강하고 더 행복하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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