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회가 필요로 하는 정형화된 틀 안에 우리를 맞추는 학교에 대한 생각
경쟁과 서열 중심의 입시교육과 사회문화 속에서 자기 성찰과 인격체가 형성되기 전에 어른이 되어버린 우리
우리 사회가 소수 엘리트에게 주는 특권은 어마어마하다. 그리고 엘리트의 판단 기준은 어느 학교를 졸업했느냐에 있다. 그러기에 우리는 한글도 떼기 전에 영어를 배우고 초등학교 입학할 때 한글을 배워간다. 선행학습과 기계적 반복학습은 성적 하위자라도 당연히 쫓아가야 하는 의례적인 것이 되어 버렸다. 그런 교육 속에서 성장한 나를 비롯한 지금의 우리 아이들에게 인간으로서의 존엄과 자유의지는 어디에 있는가.
부모세대로 일컬어지는 1940~1954년 사이에 태어난 산업화 세대와 한국전쟁 이후인 1955~1963년 사이에 태어난 베이비붐 세대가 있다. 그들은 당시 고도의 경제성장으로 인해 공업고등학교 또는 상업고등학교를 나와 회사나 은행에 취업을 하고 남부럽지 않은 부도 축적할 수 있었다. 당시 낮은 국민들의 교육 수준과 고도의 경제성장과 더불어 대학은 경제적, 사회적 성공을 위한 로또였고 고액과외의 고소득층에서 학원비 마련을 위해 부업을 뛰어야 하는 중산층 이하 가정에 이르기까지 과외가 보편화되어있다. 어떠한 이의 제기가 있을 수 없는 정답을 위해서는 내 생각은 없고 선생님이 가르치는 대로 토씨 하나 틀리지 않게 적고 암기해야 한다. 반복과 선행학습을 위해 대한민국 교육에서 사설학원은 커다란 비중을 차지하게 되었고 학교는 한정된 자원의 쟁탈과 신분을 공고히 하기 위한 수단이 되면서 계층이동의 사다리 기능을 잃었다.
얼마 전 중앙대 김누리 교수 강연에서였다.
‘이런 야만적인 행위가 어딨어요. 어떻게 인간을 자원이라고 불러요. 천연자원에 빗대어 인간을 휴먼 리소스라고 부르다니 그럼 산업을 위한 볼트 너트로 키우겠다는 건가요. 도대체 인간의 존엄은 어디에 있나요.”
얼마 전까지만 해도 미래인재 양성을 위한 인적자원 개발 전략이라는 말을 무심하게 써왔던 나다. 김 교수의 외침에 내가 무엇을 했는가 생각하게 되고 을 위한 미래인재 육성을 위 계획성 인적자원 양성이라는 표현을 을 써왔던 나이다. 미처 거기까지 생각지 못했다는 것에 부끄러웠다.
일제 식민시대 조선인의 황국신민화를 위한 학교의 기능에서부터 산업화 시대 산업역군들을 공장형으로 빠르게 생산하기 위해 중요 기능을 했던 시절을 거쳐 지금 21세기에 학교는 얼마나 나아졌는가. 여전히 우리 아이들은 새벽부터 저녁 늦게까지 학교 수업 후 학원을 뱅뱅이 돌며 기계처럼 화석화된 지식을 암기하고 있다. 작가가 초등학교 중학교를 다니던 40여 년 전과 별반 차이가 없다.
인생 초반을 입시에만 올인해서 명문대에 들어간 상위권 성적의 학생들은 그간 고생에 대한 보답인 양 인정투쟁을 벌리고 우리 사회는 그들의 권리를 인정한다. 말인즉 입시라는 인생 단 한 번인 절체절명의 기회를 잘 활용해야만 남은 인생을 보장받을 수 있다. 기회는 한 번이기에 그만큼 절박하다. 실패하면 패배의식에 휩싸인다. 모든 것은 준비를 제대로 못한 자신 탓이지 우리 사회는 누구에게 공평하게 그 한 번의 기회를 주었다고 한다. 개인 간에 유전적으로 타고난 능력, 주변 환경과 재정여건이 다른데 그런 차이는 고려치 않고 그 한 번의 기회를 준 것 그 자체가 차별을 인정하고 들어가는 것은 아닌지.
잘난 사람일수록 타인의 고통과 불운에 대하여 무관심하고 공감능력이 떨어지며 자기애적인 나르시시즘에 빠져있다.
사무실에서 일하다 보면 종종 듣는 소리가 있다. 역시 고시 출신이야. 어떻게 저렇게 금방 핵심을 파악하지. 이 말에 공직을 그만두고 지금은 미국 한 대학에서 교수로 있는 쟈스민이 한 말이 생각난다. ‘내가 고시를 안쳐서 주사인 거지 공부했으면 지금쯤 사무관 아니 서기관이었을 수도 있어’ 그렇다. 그녀는 자신의 능력을 한정치 않았고 스스로 운명을 개척해서 미국 상류층 안으로 들어갔다.
인간을 인간답게 만들고 다른 동물과 구분 짓게 하는데 전전두엽이 중요한 역할을 하고 있다. 우리의 모든 행위를 최종적으로 명령하며 자발적 의지나 창조성, 유연한 사고, 문제 해결 능력 등과 연결되어 있는 뇌 부분이다. 이런 중요한 기능을 가진 전전두엽은 사춘기 전후의 경험과 체험에 의해서 발달된다고 한다. 기능이 떨어지게 되면 판단력과 집중력이 떨어지고 특히, 다른 사람의 감정상태에 교감하지 못하게 된다고 한다.
십 대 시절 다양한 경험을 하지 못하고 책으로 모든 것을 배운 우리가 어른이 되면서 사회가 메말라져 가는 건 어쩌면 당연한 결과 일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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