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도 모르게 주입되어 있는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없는지요
시대가 발전했다지만 결국 갈등의 해결은 파워게임을 기반으로 하고 있고 물리력이 들어가야 한다. 갈등의 해결도, 전쟁도, 범죄자를 진압하는 것도 다 물리적인 힘에 의해 정리가 된다. 그런 면에서 여자는 약자일 수밖에 없다. 결국은 폭력과 강압 앞에 뒤로 물러서거나 양보를 해야 한다. 그러나 부당한 일을 겪을수록 여자는 강해진다. 슈퍼우먼이 등장한다. 직장 내에서도 성과를 내기 위해 더 치열히 경쟁하지만 좋은 엄마, 좋은 아내도 포기할 수 없다. 아니 사회가 직장을 통해 자기실현을 하는 여성들에게 만능이 될 것을 요구한다.
감정이 억눌러진 여자들은 그들이 본받고 따르고 싶은 여성 롤모델이 필요하다. 박근혜 대통령 탄핵 이후 정치 사회적으로 여성리더의 필요성에 대한 의문이 아직 사라지지 않았지만 더 이상 여자들은 침묵을 지키는 것을 거부하고 있다. 죄송합니다 대신 당당하게 자신을 대변할 수 있는 강인한 여성이 젊은 여성들을 중심으로 열광적인 인기를 끌기 시작했고 요즘 걸 크러쉬를 일으키는 센 언니 캐릭터가 인기 있는 이유다.
여성 래퍼 중심으로 시작된 센 언니 캐릭터는 여자 연예인을 넘어 확산 중이다. 할리데이비슨을 타는 올해 58세의 배재대학교 신계숙 교수는 갱년기를 극복하기 위해 오토바이를 배우기 시작했다고 한다. 뼈 부러지면 붙지도 않는 나이에 무슨 오토바이냐라고 주변에서 하는 걱정에 오히려 지금이 아니면 앞으로 못하는 일이 더 많아지겠구나 싶어 그 길로 나가 오토바이를 샀다고 한다. 하루에도 몇 번씩 멋있다 라는 소리는 듣는 그녀의 좌우명은 “하고 싶은 일은 오늘 당장 한다”라고.
또한 1980년, 90년대 온 가족을 텔레비전 앞으로 모이게 했던 미스코리아는 이제 텔레비전 정규방송으로 보기 어렵다. 오히려 남성 못지않은 근육을 장착한 여성 머슬 마니아들이 보디빌딩, 피지크, 피규어 등에서 구릿빛 건강미를 뽐내며 스포츠와 엔터테인먼트 분야를 모두 휩쓸며 관객들의 시선을 사로잡고 있다. 걸 크러쉬와 센 언니 인기의 영향으로 최근 영화에도 여성을 킬러, 특수요원 등으로 등장시키고 있으며 얼마 전 인기몰이를 했던 넥플릭스의 어떤 드라마에서 여주인공 역할을 한 이시영은 체지방 8%로 만들어 낸 뚜렷한 기립근 때문에 CG 논란을 빚어내기도 했다.
그러나 여성이 직장 내에서 사회에서 인정을 받을수록 남자들은 박탈감과 위기감을 느낀다. 종종 남성대 여성으로 갈라져 의견 충돌이 격렬히 일어나기도 하고 이런 과열현상은 여성의 권리 신장에 저항하며 나타나는 백래시(Backlash 반발) 현상으로 전문가들은 보고 있다. 작년에 있었던 성별 대립 양상을 보였던 개그우먼 박나래의 헤이 나래 사건에 대해서 생각해 보자. 2021. 3월 론칭한 15금의 유튜브 채널 방송 중에 박나래가 남자 인형을 옷을 갈아입히는 과정에서 수위 높은 장난을 쳐서 남성에게 불쾌함을 줬다는 이유로 자필 사과 편지를 공개하고, 출연 중인 프로그램에서의 공개 사과를 하고, 경찰 조사까지 마쳤다. 이에 똑같이 죗값을 받아야 할 남성 연예인을 찾자며 맞불을 켜는 여성 누리꾼까지 등장하면서 사건의 기세가 한동안 수그러들지 않았었다.
과거에도 성을 유머 코드로 한 개그맨들이 있었다. 신동엽은 지상파였다면 지상렬의 경우는 유튜브를 활용해서 내 기준으로는 33금의 ‘노모쇼’라는 수위 높은 많은 방송을 했었다. 문제가 생긴 적은 없었고 다들 웃고 넘겼다. 여자로는 안영미가 가슴춤과 Y존 댄스를 추었고 앞서 말한 박나래는 넷플릭스에서 19금 스탠딩 코미디인 ‘농염 주의보’를 통해 한국의 여성 코미디언으로는 불가능한 영역이었던 성인 개그쇼를 성공적으로 론칭하였다. 그러나 여성에게 성을 개그 코드로 할 수 있도록 허용할 수 있었던 것은 그들이 자신의 신체나 개인적 성적 경험을 개그 소재화 했을 경우이지 그 범위가 타인 즉, 남성의 영역으로까지 확대되는 것은 아직 언터처블한 영역이다. 그러나 남자들을 보자. 그들은 여성을 소재로 사람들을 웃기고 노모쇼에서 지상렬은 야한 역할을 도맡아 하는 여성들에게 묻혀가고 있다. 결국 여자든 남자든 여자를 성적 개그 소재로 삼고 있다는 것이다.
우리 사회가 그동안 성 역할에 대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은 남성의 경우 대범한, 이성적인, 진취적, 활동적인, 무뚝뚝한 등이, 여성에 대해서는 가정적인, 요리와 살림 잘하는, 수동적인, 상냥한, 감정적인 등으로 나온다. 이러한 성에 대한 고정관념은 개인의 능력이나 성과보다는 성별이 개인능력 평가에 영향을 준다는 것을 의미한다.
모병제부터 여성 군사훈련의 필요성까지 요즘 들어 우리 사회에서 보이는 남성, 여성에 대한 기존 역할에 대한 의문과 논란 제기들은 그동안 대면하기 꺼리며 탁상 밑에 숨겨놓았던 문제를 밖으로 노출함으로써 사회적 논쟁과 합의가 이루어지는 과정이 될 것이라 믿는다. 이를 통해 양성에 대하여 다시 한번 생각하게 되고 각자의 역할에 대한 발전을 가져올 것이라고 믿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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