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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a Oct 16. 2023

저는 77세 청년입니다.

누가 청년을 정의하는가? 꿈꾸는 한 우리 모두는 청년이다

"77세 청년 칼 안"


노스 캐롤라이나에 사는 미미를 만나기 위해 뉴욕으로 향하는 인천공항발 비행기에 앉아서 이륙을 기다리는 중이었다. 이어서 들어온 흰머리 가득한 노년의 신사가 내 왼편으로 자리를 잡으셨다. 13시간을 날아가야 하는 긴 여정에서 좋은 말벗이 옆에 앉았으면 좋겠다는 생각을 하던 차라 왼쪽분과는 이야기 나누기 힘들겠구나 하고 있었고 내 오른편에 젊은 분이 앉기를 희망하며 어떤 분이 앉으려나 하는 궁금함이 가득하던 차였다. 잠시 후 걷기가 불편한 분들이 짚고 다니는 지팡이가 먼저 눈에 들어와 고개를 들어보니 거기에는 그냥 봐도 70 후반 80 초반으로 보이는 머리도 거의 없는 할아버지가 서 있었다. '에고~, 이번 여행은 비행기 안에서 재미있는 에피소드가 생기지 않겠구나' 하는 실망감과 함께 잠이나 자야겠다 하고 팔짱을 끼고 머리를 삐딱하게 오른쪽 어깨 위로 두려는 순간 접이형 테이블 위에 놓여 있는 원고 같은 A4 묶음이 있었고 그 아래 부분에 77세 청년 칼 안 이라고 적혀있었다.


잠시 오른편 노신사가 자리를 비운 사이 인터넷 검색을 해보니 유튜브도 운영하고 출판사도 운영하고 있는 분이셨다. '오~ 흥미로운 분이신데? 오시면 이야기를 나눠봐야겠다'하고 생각에 그분이 돌아왔을 때 나를 소개하였다.  베스트프렌즈를 만나기 위해 미국으로 가는 이야기, 그리고 '2021년 공무원 라나언니'라는 책을 발간했던 이야기를 하니 출판사를 운영하는 대표답게 나한테 흥미를 보이기 시작한다. 나를 재밌다는 듯이 보시더니  '어떤 책이에요?" 하고 물는다. 나이 오십을 맞으면서 주변의 기대에 맞춰 살아왔던 지난날에서 벗어나 계속적인 성장과 변화를 통해 후반전 인생을 주인공로 살기 위해서 나 돌아보기와 관련된 책이라고 말씀드렸다. 그랬더니 내 책이 너무 읽고 싶다고 한다. 한국으로 귀국하면 알려준 주소로 책을 보내달라고 한다. 그러면서 가방에서 자신의 책 한 권을 나에게 주셨다. 칼의 '반려견 존과 함께 떠난 6개월간의 알래스카 여행기'였다. 수려한 자연경관 사진과 함께 존과 여행의 동반자였던 반려견 칼이 책 커버에 있다. 건네시면서 이야기를 하신다. 장기 여행을 하고 싶어 친구들과 주변을 통해 동행을 찾았으나 아무도 찾을 수 없었다고 한다. 그래서 한 번은 그만둘까라고 생각도 했는데 그러면 후회만 남을 것 같았단다. 그래서 그의 반려견 존과 여행을 하게 되었고 해당 책은 2023년 올해의 우수도서로 선정되기도 하였다.


칼의 이야기 속에 나의 미래 모습이 오버랩되었다. 혼자 여행을 떠났던 칼의 모습은 그만의 모습이 아닌 미래의 나의 모습이라는 생각이 들었다. 하고 싶은 것을 혼자서 해야 했던 그는 얼마나 외로웠을까. 아니 자유로운 것일까. 나는 아직도 혼자 여행을 하는 것이 편하지 않다. 미국에 미미와 코코, 수지 등이 있으니 덜 힘들게 혼자 여행을 하는 거지 혼자 한다는 것은 언제나 어렵다. 그렇다고 포기할 수는 없다. 그래서 혼자 하기 연습을 수년째 해오고 있다. 혼자 토스트마스터에 들어가서 활동하고 혼자 재즈싱어즈에 가서 낯선 이들과 합창 연습을 하는 등 혼자 하기 도전 중이다.


이제 조금은 예전보다 덜 두려워졌지만 여전히 혼자 하기는 쉽지 않다. 함께 경험을 나누고 감정을 공유할 수 있는 얘기가 잘 통하는 벗이 있었으면 좋겠다라고 생각하고 있다. 낯선 것을 시도할 때의 혼자서 고민하고 혼자서 두려움을 감당하고 그중 제일 아쉬운 것은 좋았던 경험을 공유하지 못하고 혼자만 가지게 된다는 것이다. 나와 같은 영혼의 친구를 만날 수 있었으면 얼마나 좋을까 하는 오랜 바람이 이루어진 것이 미미였다. 모든 것을 함께 했던 미미가 이제는 미국에 있다. 다시 나는 혼자가 되었다. 그녀가 한국을 떠나게 되자 다시 혼자 무엇을 한다는 것에 대한 두려움이 올라왔다. 외로움에 울기도 하였다. 그러나 언제나 그랬던 것처럼 혼자라도 두렵더라도 나는 계속 더 많은 경험을 위해 변화를 시도할 것이다. 그렇게 나이를 먹어 내 나이 70이 넘으면 지금 내 옆의 칼과 같은 모습일 것이다.        


아침에 유튜브에서 송길영 대표의 '나이마다 지켜야 할 국률이 있다'라는 강의를 시청하였다.  강의하는 도중 청중들에게 요즘 가장 고민되는 것이 무엇이냐고 물으니 객석에 있던 한 연예인은 '나이가 이제 오십이 되니 앞으로 어떻게 살아야 잘 살 수 있을까 하는 생각을 많이 한다'라고 대답을 했고 다른 사람은 '나이가 마흔인데 부동산 등 경제적인 것에 관심이 많다'라고 대답하였다. 이를 들으면서 송대표는 우리나라 사람들의 대답에서 일괄적으로 적용되는 패턴이 있다고 한다. 다들 나이가 몇이 되니~로 시작한다는 것이다. 이는 우리나라 사람들에게 나이마다 지켜야 할 국률이 있어 그 나이에 해야 할 기준이 되어 있다는 것이다. 그러나 요즘 사람들은 신체적으로 정신적으로 이전 사람들보다 많이 젊어졌고 스스로도 그렇게 느끼고 있어서 실제 나이에 0.8을 곱해야 각자가 자신들에게 느끼는 체감나이가 된다고 한다.     


칼과 같이 신체적 나이에 대하여 사회문화적으로 요구되는 기준에 맞지 않게 사는 사람을 15년 전에도 보았다. 당시는 6급으로 승진하면 바로 유학 가기 위해서 영어공부를 한창 하던 때였고 그녀를 YBM 토요일 핫토픽 반에서 만났다. 그때 내 나이 38이었고 그녀는 고3 수험생을 둔 엄마였기에 지금의 나보다 젊은 사십 대 후반이었을 것이라 생각이 된다. 핫토픽 반에는 10명 이하의 수강생들이 있었는데 그중 그녀가 가장 나이가 많았다. 패션감각도 대단한 그녀는 우리랑 대화하면서 말했다. 자기 나이의 아줌마들과 이야기하는 것이 재미있지 않다고. 관심사가 달라서 같이 있으면 이질감을 느끼면서 이야기 속에 들어가지 못해서 결국은 이렇게 별도로 자기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산다는 거였다. 이렇게 말하는 그녀를 보면서 그때도 나는 나의 미래 모습을 그녀 얼굴에 오버레이 하였었다.  


청년. 요즘 방송이나 미디어에서 그리고 정치권에서 청년이라는 말을 자주 듣는다. 정부정책에도 청년을 대상으로 한 많은 사업들이 만들어졌다. 사전적으로 청년을 정의할 때 신체적, 정신적으로 한창 성장하거나 무르익은 시기에 있는 사람이라 말하고 있으나 청년기본법에서 말하는 "청년"이란 19세 이상 34세 이하인 사람으로 정의하고 있다. 그러나 최근 들어 인구는 줄어들고 지방소멸, 저출산 등으로 고령화가 가속화되자 지자체별로 청년 나이를 39세로 올리기 시작하였다. 경남 창녕군 등의 일부 지자체에서는 청년 나이를 만 49세까지 올렸다. 시대적, 사회적 필요성도 인정되지만 좀 과장해서는 청년들이 정치적 목적으로 활용되고 있다는 느낌도 받는다. 이렇게 법과 조례가 다르다 보니 지역별로 정책별로 대상인 청년의 범위가 들쑥 날쑥이다. 예를 들어 대구시의 경우 청년수당과 청년희망적금 적용대상은 청년기본법에서 정의한 대로 나이가 34세까지로 제한되어 있으나 청년저축은 대구시 조례의 규정에 의거 대상을 39세까지로 정해져 있다. 여기서 나는 법이 사전적 의미보다 소극적으로 청년을 해석하고 있다는 생각하게 되었다. 그러나 백세 시대, 아니 백이십세 이상의 삶이 내다보이는 지금 청년이라는 말은 다시 정의를 내려야 하지 않을까.   


지난달 서울컬렉션을 다녀왔다. 지역의 대표 디자이너이자 대구의 패션부흥을 이끌었던 1세대 패션 디자이너 최복호 디자이너의 패션쇼에 참관하기 위해서였다. 행사장인 DDP는 입구부터 패션피플들과 패션관계자들로 북적거리고 있었고 350여 명이 참관할 수 있는 패션쇼 홀을 BOKO 패션쇼를 보기 위한 사람들로 가득 차 있었다. 그중 놀라운 것은 그 많은 시니어 패피들이다. 그들은 전문 모델과 같은 마른 몸매에 과감하고 화려한 의상을 입고 나타나 패션 행사장의 분위기를 띄우고 한층 띄우고 있었다. 175센티미터의 키에 오십 대인 나도 어디 가면 관리 잘했다고 칭찬을 받는데 여기 쇼를 보러 온 시니어 패피들은 나보다도 더 많은 나이지만 더 열심히 자신을 가꾸고 유행의 흐름도 놓치지 않는 패션 리더들이었다. 이분들이 정말 우리가 말하는 액티브 시니어들이구나 라는 생각하게 되었다. 자녀들이 독립해서 시간과 금전적 여유가 있으면서 자신을 가꾸는데 아낌없이 투자하며 사는 건강과 유행에 민감한 액티브 시니어. 그들은 나이가 육십이라서 칠십이라서 젊게 살 수 없다는 핑계나 새로운 도전을 할 수 없다는 것을 인정하지 않을 것이다. 이런 인구들이 늘어나고 있는데 숫자로 기준을 세워 누구는 되고 누구는 안 되는 물리적 분리는 더 이상 적합하지 않다는 생각이다.          


나는 휴일이 좋다. 정장을 입지 않아도 되고 화장을 하지 않을 수 있어서 좋다. 노메이크업에 후드티와 반바지를 입고 선글라스를 쓰면 스무 살 부럽지 않다. 기분이 업 되면서 살아있다는 느낌이 든다. 그보다 더 중요한 것은 아직도 내가 꿈을 꾸고 있다는 사실이다. 어쩌면 스무 살 서른 살 때 여러 가지 경험을 할 수 없었던 상황이 지금 나이에도 계속적으로 변화와 성장을 갈망하도록 했을지도 모른다. 새로운 것을 도전할 때면 가슴이 설렌다. 열정과 에너지가 식은 자는 스무 살이라도 청년이라 부를 수 없을 것이다. 그렇다면 아직도 열정이 살아있는 나는 청년인 것이다. 백세시대를 넘어 백이십세 이상을 살아야 할 우리는 이제 두 개의 인생이 아닌 멀티플 인생을 준비해야 한다. 인생에 있어 너무 늦은 나이란 이제 정말 없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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