밤에 우리 영혼은(Our souls at night)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by Rana


어느 날 밤, 옆집에 사는 미망인 에디(제인 폰다)가 루이스(로버트 레드포드) 집 문을 두드린다. 그리고 말한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 생각이 있는지 궁금해요"

"..."

"... 섹스는 아니에요. 그런 생각은 아니고요. 난 외롭거든요. 당신도 그럴 것 같았어요. 나야 성욕을 잃은 지도 한참여요. 밤을 견뎌내는 걸, 누군가와 함께 따뜻한 침대에 누워있는 걸 말하는 거예요. 나란히 누워 밤을 보내는 거요. 밤이 가장 힘들잖아요. 그렇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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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날 어떤 내용을 담고 있는지도 모르고 보게 된 영화 '밤에 우리 영혼은'을 시작하는 도입부이다. 나이들어 혼자 생의 마지막 순간을 보내는 노년의 나를 생각하면서 그때 내가 느낄 외로움과 쓸쓸함 때문에 홀로서기를 오랫동안 망설였었는데 지독한 외로움을 못 이겨 옆집 혼자 사는 남자한테 가서 같이 자자고 하는 그녀의 용감한 행동이 내 후두부를 세차게 치고 간다.


다음날 저녁 루이스는 샤워를 하고 에디가 사는 집 뒷마당으로 문을 두드린다. 에디가 나온다

"왜 뒤에서 이러고 있어요?" 에디가 말했다.

"사람들 눈에 덜 띌 것 같아서요"

그러자 에디는

"나는 그런 건 신경 안 써요. 어차피 다 알게 될 거고요. 누군가 보겠죠. 앞쪽 보도를 걸어 앞문으로 오세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그렇게 둘은 같이 침대에 나란히 누워서 첫날밤을 보내게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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첫날밤의 어색함도 만남이 지속될수록 자연스러워지고 많은 이야기를 나누게 된다. 둘은 번화가로 나가서 쇼핑도 하고 근사한 레스토랑에서 식사도 하고 캠핑도 가고 그러다 밤이 되면 다시 루이스는 에디의 침실로 와서 그녀 옆에 누워 밤새 이야기를 나누다가 잠이 든다. 그러다가 이웃들이 알게 되고 자식의 반대에 맞닫뜨려 지는 상황이 온다. 그러나 에디는 답한다.


"고마워요. 하지만 그 사람들로 인해 나는 상처받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함께 하는 밤을 즐길 거예요.
그것들이 지속되는 한."






혼자가 된 후 외롭다는 것을 절실히 느끼고 있다. 혼자 잠들어야 하는 밤에는 더욱 허전했다. 머리만 대면 5초 내로 깊은 잠에 빠져버리는 나이지만 한참을 뒤적거려야 했다. 옆에 놓인 책을 펼쳐보지만 글이 눈에 보이기만 할 뿐 머릿속으로 들어가지 않는다. 그러다가 유튜브를 생각 없이 틀었다. 가볍게 시간을 보내기 위해 영상을 몇 편 보다가 어느덧 잠이 빠져버리는 반복된 의미 없는 밤을 보내던 때에 알게 된 영화였다.


혼자라는 공감대와 함께 소통의 채널이 막혀버린 상황과 일치해서인지 영화를 보는 내내 가슴 한편이 시렸다. 나도 저렇게 노년을 보내게 된다면 에디처럼 외로움을 참다못해 루이스 같은 사람을 찾아서 주변의 눈치를 보지 않고 용기 내어 제안할 수 있을까. 아니면 그때의 나는 하루하루를 어떻게 생존하며 살아가고 있을까.


일흔이 넘은 시니어들이 갖게 되는 공통적 문제점인 깊은 외로움, 대화할 상대의 부존, 그리고 주변과의 정서적 교류를 하지 못하는 것에 대하여 사회적 관심이 필요함을 영화는 보여주고 있다.

"우리 나이에 이런 게 아직 남아 있으리라는 걸 아무도 예상하지 못했을 거예요. 아무 변화도 흥분도 없이 모든 게 막을 내려버린 게 아니었다는, 몸도 영혼도 말라비틀어져 버린 게 아니었다는 것을 말이에요."






사람들은 원래 자신의 문제만을 문제로 본다. 다른 사람의 문제는 그냥 이해할 뿐이다. 하물며 황혼의 노인들에게 어떤 것들이 필요한지 사회적으로 이슈가 되지 못하는 경우가 많다. '밤에 우리의 영혼은'과 같은 영화에서도 노인의 성에 대해서는 보여주지 않고 두 사람이 이야기를 하면서 밤을 보내는 것만 나온다. 개인주의적 공동체 문화가 형성되어 있고 우리나라보다는 성에서도 개방적이라고 생각했던 서구사회이지만 여전히 노인의 성에 대한 영역은 다른 세대에 비해 자유롭지 않은 것으로 묘사되어서 꼭 우리나라를 보는 듯했다.


한때 우리나라도 노인의 성에 대한 이야기한 영화 '죽어도 좋아'가 나와 논란을 일으킨 적이 2002년에 있었다. 이 영화는 실화를 극화한 것이라고 하는데 일흔을 넘긴 두 노인이 주인공이다. 각자의 배우자와 사별을 한 두 사람이 죽음보다 외롭게 고독과 친구 하며 하루하루를 연명하고 있던 중 운명처럼 두 사람이 만나게 되고 한시가 안타까운 두 사람은 마음 가는 대로 사랑을 하게 되고 섹스까지도 하게 된다는 것이다. 애정장면을 찍을 때 감독은 두 노인 앞에 카메라를 세워 두고 '두 분이 섹스를 하든 말든 알아서 하시고, 찍기 싫다면 문 닫고 나가도 좋다'라고 말하고 카메라를 두 사람 앞에 켜놓은 채 집으로 갔다고 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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노인의 성과 죽음을 함께 다룬 작품도 있는데 '죽여주는 여자'가 그것이다. 서울 종로 일대에서 박카스할머니로 불리며 노인들 상대하는 소영(윤여정)을 통해 노인의 성 문제와 함께 노인의 자살문제까지 다루었던 영화이다. 그녀는 노인의 성욕도 해결해 주지만 죽음도 해결해준다. 스스로 생을 마감할 힘이 없는 노인을 대신해서 자살을 돕는 행위를 하고 있으며 가족도 정부도 그들의 고충을 덜어주지 못하는 현실을 말하고 있다.


노인들도 꽃다운 어린 시절과 혈기왕성한 젊은 시절이 있었다. 화려했던 인생의 꽃잎들이 나이가 들면서 모두 떨어지고 앙상한 나뭇가지만 남은 시기를 맞아 늙고 죽는 인생의 마지막 문 앞에서 우리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라는 무거운 질문을 던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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왜 인간들은 다른 사람들이 행복을 찾은 방식대로 살도록 내버려 두지 않는가!






다시 한번 영화 속의 인상 깊은 문장을 되새겨 보면서 모두가 자신만의 행복한 방식을 찾고 그 방식대로 자유롭게 살 수 있는 사회가 되기를 바라본다.



"가끔 나하고 자러 우리 집에 올래요?"


"말했잖아요. 외로움 때문이라고요. 밤에 누군가와 대화를 하고 싶었다고요"


"오늘밤에는 무슨 이야기를 하고 싶어요?"


"사람들이 어떻게 생각하는지 관심 갖지 않기로 결심했으니까요. 너무 오래, 평생을 그렇게 살았어요."


"하지만 그 사람들로 인해 나는 상처받지 않아요.

나는 우리가 함께하는 밤을 즐길 거예요. 그것들이 지속되는 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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