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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 1956

The man who knew too much

by Rana

요즘 월요일 저녁마다 내게 재미있는 놀이가 생겼다. 무료하고 반복된 직장생활과 일상에서 잠시 벗어나 영화라는 매체를 통해 언어적 유희를 즐길수 있는 공간, 고다르 클럽이 그것이다. 작년 하반기부터 시작한 글쓰기로 인해 시간을 내지 못해 벼르고 벼르다 원고 초고작업이 마무리가 되어가는 지금에야 드디어 고다르에 갈 수 있는 여유를 만들 수 있었다.


금년 1월부터 시작한 고다르대구 클럽은 이번이 세번째 시간으로 해체 분석을 기다리는 영화는 알프레드 히치콕 감독이 그의 작품중에서 유일하게 리메이크한 영화인 “나는 비밀을 알고 있다(The man who knew too much)”이다. 피살당한 영국 정보원 루이스 버나드가 죽음의 마지막 순간에 남자주인공에게 남긴 몇몇 수수께끼같은 단서로 인해 그의 가족이 국제적 암살사건의 휩쓸리게 되고 납치된 아들의 목숨이 위태롭게 되면서 이야기가 긴박하게 돌아가기 시작한다. 1956년 리메이크 영화 포스터에는 A little knowledge can be a dangerous thing 이라고 부연 설명되어 있는데 평소 The man who knew too much한 남자인 미국인 의사 벤자민 맥케나(James Stewart)가 피살된 정보원 버나드에게서 듣게 되는 A little knowledge로 인해 평범한 가정이 뚯하지 않은 위기에 직면하고 어떻게 헤쳐나가는지를 보여준다. 납치된 아들을 구하기 위한 나서는 맥케나는 아내 조 맥케나(Doris Day)의 능력을 처음에는 과소평가하나 영화는 후반부에서 총리의 목숨을 구하고 아들을 찾게 되는 결정적인 역할을 하게 한다.


포스터 좌측 상단에 ‘A little knowledge can be a dangerous thing’ 이라고 부연설명이 있다.




알프레드 히치콕은 와인과 여행을 즐기는 사람이었다고 한다. 그는 영화를 찍으면서 관광을 같이 즐겼는데 1934년 오리지널 작품은 스위스를 배경으로 하고 있고 리메이크한 1956년 버전은 이국적인 모로코 마라케시를 배경으로 하여 있었다. 영화 초반에는 마라케시의 대표적인 관광지인 La Mamournina 호텔, Koutoubia Mosque, 3000개 이상의 난전이 미로처럼 펼쳐진 전통시장 Souk 등을 보여주면서 시청자들로 하여금 서스펜스 영화를 보고 있다는 사실을 잊게 만든다. 한창 영화감독으로 승승장구하던 시절인 1950년대 서구사회에는 아랍인과 문화에 대한 편견을 만연했다고 한다. 장사꾼, 사기꾼 아니면 무기거래상으로 주로 영화에서 등장하는데 이 영화는 그러한 편견을 완전히 배제하고 마라케시로 이동하는 차량안에서 아랍여성의 얼굴을 가린 베일을 아들 행크가 실수로 벗겼을때 그들 문화에 대한 설명과 저녁을 하는 전통식당에서 맨손으로 빵을 뜯는 그들 음식문화에 대한 소개 등을 통해 그들 문화에 대한 존중을 전달하고자 하였다.


Alfredo Hichcock은 자신이 찍는 모든 영화에 한번씩은 Cameo로 출연하는데 이 영화가 가장 그를 찾기 힘든 영화라고 한다. 위 사진에서 그를 찾아보자




그는 또한 와인에 정통한 사람이었다. 훌륭한 와인들을 자신의 셀러에 보관하면서 영화 촬영할때면 소장하고 있던 와인들을 배우들과 스텝들과 같이 즐겼다고 한다. 히치콕이 가장 좋아했던 와인은 무엇이었을까? 그의 외동딸인 파트리시아의 회상에 따르면 보르도 메독의 무똥 로칠드(Mouton Rothschild), 생떼밀리옹의 슈발 블랑(Cheval Blanc), 그리고 부르고뉴의 몽라셰(Montrachet) 라고 한다. 그래서인지 그는 부르고뉴 와인에 공헌한 사람에게 부여하는 ‘타이트뱅’ 기사 작위도 받았다.

Alfredo Hichcock 이 개인 소장한 Vineyard



그는 시나리오 작가와 영화 감독들에게 여러 팁을 주었는데 하나씩 살펴보면

1. 폭탄이론으로 서스펜스를 창출하라. - 그는 테이블에 설치된 폭탄을 관객들에게 미리 보여주고 캐릭터들이 일상적인 대사를 하고 있을때 관객으로 부터 더 영화에 참여하고 몰입할수 있도록 하였다

2.관객들에게 비명을 지르고 울게 만들어라. 그러면 그들은 극장을 나갈때 낄낄거리면서 나갈 것이다.

3. 관객들에게 설명(정보)를 제공할때는 그게 설명이 아니라 뭔가 다른것처럼 보여야 한다. 예를 들어 싸움이나 유혹하는 장면을 넣어서 제공하라는 것

4.배우를 감독하지 말고 관객을 감독하라. 와인잔에 독이 들었다는 것을 캐릭터는 모르지만 마시려다 ‘그런데 말이야’하고 잔을 내려놓고 하기를 반복하는것을 피하기 위해 마지막 순간까지 캐릭터가 와인잔을 손도 안 댄 채로 두었다. 하지만 관객들은 독이 있다는 것을 알고 있다. 따라서 관객들은 계속해서 언제 캐릭터가 그 와인잔을 집어들것인지에 집중하도록 하였다.

5. 관객의 감정을 일으키는 데 가장 중요한 것은 관객이 등장인물과 자신을 얼마나 동일시하는 지의 정도에 달려있다. 우연히 당신이 길에서 교통사고 당한 불쌍한 사람을 쳐다보았는데 그가 바로 당신의 친형이라면 그 감정의 크기는 남이였을때와는 다를것이다.

6. 영화 내용이 무엇이든 간에, 관객의 감정적 반응을 이끌어내는 것에 가장 많은 노력을 기울여라. 그가 말한다 나는 솔직히 영화 내용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다.내가 관심있는 것은 관객에게 감정을 불러 일으키기 위해 소재들을 어떻게 다르느냐이다.

7. 미스터리는 지적인 과정인 반면에 서스펜스는 감정적인 과정이다. 그는 관객들과 감정게임을 하면서 즐거움을 느낀거 아닌가 싶다.

8. 말하지 않고 보여주기 위해, 쿨레쇼프 효과에 대해 알아라. 쿨레쇼프 효과가 생겨난 이유는 관객이 자신의 경험과 눈앞의 화면을 통해 연상을 일으켰기 때문이라고 말한다. 경제학의 기본전제는 사람들이 합리적으로 행동한다는 것이다. 그러나 심리학에서 사람은 본래 이성적이지 않고 수많은 감정요인이 사람의 인지 결과에 영향을 미친다고 말한다. 결국 우리가 보는 세상은 자기 자신의 내면에 있는 심리가 투영된 것이다.

9. 당신의 이야기는 단지 한두 개의 문장으로부터 시작한다. 지금은 로그라인이 보편화되었지만 상업영화에서는 더더욱 로그라인의 중요함을 그는 이미 알고있었다.

10. 당신이 가장 창조적일 때 행복이 찾아온다. 증오는 에너지 낭비일 뿐 전혀 생산적인 게 아니다. 그가 계속 창조적으로 살아야 하는 이유를 나에게 알려준다. 역시나 한 분야에서 최고의 위치에 다달으면 결국은 다 통한다고 하더니 그 또한 보편적인 진리를 자기 영역에서 찾은듯 하다.


이 영화의 주제곡인 케세라세라(que Sera Sera)는 아카데미상 주제가상을 받으면서 밀리언셀러를 기록한 노래로 영어로는 Whatever will be, will be로 번역되었으며 몇몇 사람들에게 될때로 되라는 자포자기적인 뜻으로 잘못 알려져 있기도 한데 실제로는 ‘이루어질 일은 이루어진다’ 라는 인생에 대한 믿음을 말하고 있다. 앞일은 신께 맡기고 우리는 오늘 하루 하루를 열심히 살아가야 한다는 긍적적인 의미로 해석하는 것이 맞다.


Doris Day가 La Mamournina 호텔에서 아들과 함께 케세라세라를 부르는 모습


마지막으로 히치콕의 영화에서 원형이 많이 등장한다. 무력한 사각을 이기는 그런 사각을 품을 수 있는 원형에 대한 그의 생각과 그리고 영화 싸이코에서의 에로티시즘적 원형 등이 있다. 특히 싸이코의 샤워신에서는 눈동자의 에로티시즘과 10개의 원형이 나오는데 샤워신을 훔쳐보는 구멍에서 부터 샤워기, 검은 새도우로만 보이는 살인자의 둥근 머리는 남근의 폭력성을 상징하고 있으며 피해자의 커다랗게 벌린 입, 피가 흘러서 빠져나가는 둥근 배수구, 복부에 꽂힌 칼은 또다른 남근의 표상인데 이와 함께 나오는 동그란 배꼽, 쓰러지면서 잡아당긴 샤워커튼 걸이의 둥근 링, 죽어가는 주인공의 크로즈업된 커다란 눈동자, 그와 함께 보이는 콧구멍, 귓구멍 등이다. 섹스신 없이도 원형의 적절한 사용만으로도 에로티시즘을 표현할수 있는 그의 능력이 놀랍다.



남근의 폭력성에 대해서 말하고 있는 장면


고다르와 함께 지적유희를 즐기기 위한 다음 영화는 ‘내 어머니의 모든것’ 이다. 이번 주말 나는 너랑 함께 하겠구나. 훗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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