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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a Jan 30. 2021

희비가 교차하는 인사시즌

상반기 정기인사 마무리 즈음에 다들 자리 고수는 잘하셨는지,,,,

공직사회는 해마다 상, 하반기로 나누어 정기인사를 실시한다. 매년 4월 말과 10월 말 기준으로 지난 반년 기간 동안의 개인별 업무실적을 작성하고 과별, 국별, 기관별 근무성적을 평가하고 직급별로 직렬별로 근무평정 순위를 매긴다. 업무 성과라는 누구나 당연하다고 생각하게 만드는 있어 보이는 말 뒤로 실제로는 객관적으로 증명할 수 없는 성과를 뒷받침하기 위하여 주무니까, 주무팀장이니까, 현 부서에 먼저 들어왔으니까, 지금 기관장이 관심을 갖고 있는 사업을 들고 있으니까 등등의 이제는 보편화되어 버린 객관적이지 않는 논거를 여기에도 붙이고 저기에도 붙이며 줄 세우기를 한다. 그렇게 줄을 세우면 적게는 1~2년, 급수가 높을수록 그 이상의 차이가 나기도 하는데 베이비붐 은퇴와 겹치면서 한 직급 올라가는데 민간보다 몇 배가 걸리는 공직사회의 특성상 오랫동안 승진에 목말라 왔던 공직자들의 승진에 대한 욕망은 다음 직위에서 남들보다 더 유리한 위치를 선점하기 위해 치열한 경쟁이 붙는다.  지난 3~4년간 대폭 인사가 가능했던 베이비붐 특수도 곧 끝이 날 것이다. 그러니 전에는 같은 국 내에서는 전체 근무평정의 순위를 흔들지 않는 범위 내에서 그나마 운신의 폭이 있었으나 지금은 같은 국 내에서 다른 과 간의 전보도 해당 과의 다음 번호의 방어로 인해 움직이기 힘들다. 인사는 그렇게 더욱 폐쇄적으로 변하고 업무를 잘할 수 있는 사람이 아닌 인사상 계산법에 따라 모든 것이 움직인다.



이번 기관 전체 인사를 하고 국 인사를 하는 과정에서 작가는 사람들이 같이 일하고 싶지 않은 사람이 된 듯하다. 그간 일만 우직한 소처럼 했던 것은 다 어디로 가고 다음번에 같이 노력합시다 라는 말 대신 평소에 어떻게 관리를 했길래 옮기려는 해당 부서 팀원과 과장님한테 인정을 못 받고 있는데 라는 말을 들으니 허탈하고 내가 계속 이 조직을 다녀야 하는 건가 하는 회의감이 생긴다. 민간 조직처럼 주인이 있는 곳에서 평가나 소문이 잘 못나면 사표를 쓸 것을 강요 당하겠지만 내가 몸담고 있는 공직사회는 주인은 없고 조직 내 경쟁을 부추기다 보니 공직자로서 가져야 할 사명감은 점점 약화되고 승진만이 최대 최고의 과제가 되어 조직 내 이기심이 넘쳐난다. 뒷담화를 하는 건 양반이고 시간이 지나 앞담화까지 듣게 된다면 웬만한 정신력과 자기애가 아니고서는 고개를 들고 일을 하기가 어려울 것이다. 이번에 00과에서 주무팀장 한다고 소문이 났던데 왜 못 옮겼대?, 전보를 위해 노력했는데 거기서 안 받아 줬다네 하고 소문이 돌면 저 사람도 별 볼 일 없는 사람이구나 하고 허점이 포착이 되고 가건 다른 이에게 기회가 될 것이다. 한번 조직체계가 완성되면 변화에 저항이 생긴다. 특히 관료조직에서의 저항은 더욱 강하게 나타나고 기존 시스템을 고수하려는 경향은 더욱 공고해진다. 계란으로 바위 치기이다. 의지가 굳건하고 행동하는 한 사람이 변화의 불을 피운다는 말은 시간이 흐를수록 불가능하게 들린다.



공직의 꽃이라는 사무관을 달고 중견리더 교육을 받을 때 모 강사가 말했다. 그동안 고생 많았고 이제는 남이 아닌 나한테 집중하고 인생 후반기를 준비하야 할 때이라고. 그러나 승진하자마자 다시 동급 동료들 간의 경쟁이다. 50대 초반이면 아직 젊다고 할 수 있다. 열심히 나를 버리고 일하면 한 칸 더 올라갈 수 있을 것이다. 그런 후 퇴직해야 할 시기가 오면 지금의 고령시대를 지나 초고령사회가 되어 있을 텐데 남은 인생을 어떻게 살아가야 할지 걱정과 두려움이 밀려온다, 나만 이렇게 느끼는 것은 아닐 건데 우리 조직의 미친 듯 앞만 보고 달리는 사람을 보니 가슴이 답답하다. 인생 이막은 오십부터 준비해야 한다. 그게 마지노선이고 빠르면 빠를수록 좋다. 요즘 유행하는 부캐, N잡러가 어쩌면 이런 우리 시대의 미래를 지금 준비하고 있는 모습일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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