애독해주신 분들 반갑습니다. 그리고 고맙습니다.
먼저 인사를 드려야 할 것 같네요. 안녕하세요. 저는 랑세님의 아들입니다. 이렇게 랑세님이 정성스레 가꿔온 공간에서 인사 드리게 되어 반갑습니다.
랑세님의 브런치를 애독해주신 분들께 슬픈 소식을 전하게 되었습니다. 글을 적고 있는 지금도 마음이 너무 아픕니다. 얼마전 랑세님이 하나님의 부름을 받아 소천하셨습니다. 부디 이제 좋은 곳에서 고통없이 편히 쉬시길 기도드립니다.
제 부친은 우리네 아버지들의 모습과 별반 다를 바 없으셨습니다. 찾아뵐 때마다 제가 어머니와 나누는 대화에 귀를 기울이실 뿐 많은 말씀을 하지 않으시는 과묵한 분이셨죠. 아버지가 독서와 글쓰기를 좋아하시는 건 잘 알고 있었어요. 또 제가 아주 어릴 때부터 집에 컴퓨터를 장만하실 만큼 각종 IT 기기에 관심이 많으신 얼리 어답터셨죠. 그런 아버지가 온라인에 정기적으로 글을 쓰고 계실 거라는 생각을 왜 여태껏 한 번도 해보질 않았을까요? 항상 당연히 그 자리에 계셨기 때문에 정작 관심을 기울이지 못했던 제가 너무 한스럽습니다.
아버지가 위중하다는 소식을 듣고 병원으로 달려가 중환자실에 기력없이 누워계신 아버지를 눈물로 마주한 뒤 부모님댁으로 돌아와 아버지 핸드폰과 컴퓨터를 켠 뒤 이것저것 살펴봤습니다. 제가 여행기록을 긁적이는 블로그를 쓰고 있다는 건 아버지께 말씀드렸으면서도 정작 ‘아버지는 뭐 쓰고 계신거 없으세요?’라고 한 번 여쭤보질 못했네요.
그렇게 아버지가 네이버 블로그를 쓰고 계셨고, 최근에는 브런치에 키워드 글쓰기에 도전하고 계실 만큼 정성을 쏟고 있었다는 걸 알았습니다. 아직 모든 글을 다 읽어보지는 못했어요. 아버지가 생각날 때마다 하나씩 열어보며 추억으로 곱씹어보고 싶습니다. 물론 몇몇 눈에 띄는 제목은 궁금증을 참지 못해 클릭해봤고, 지난해 제가 모시고 갔던 크루즈 여행에 대해 쓰신 글은 여행 내내 별말 없으셨던 분이 이렇게나 좋아하셨구나라는 생각에 또 눈물을 왈칵 쏟았습니다.
저 또한 글쓰기를 업으로 삼고 있는 전문 작가는 아니지만 글을 쓰는 행위와 관련된 직업을 갖고 있어서 이렇게 한 줄 두 줄 적는게 부담스럽지는 않습니다. 그래서 결심했어요. 아버지의 100가지 키워드 글쓰기를 제가 이어 나가서 꼭 완성시켜드리겠다고.
아버지의 필력에는 한참 미치지 못하지만 평소 사랑한다 표현도 제대로 못했던 아들이 아버지를 떠나 보내는 마지막 선물이라고 생각하고 열심히 써보려고 합니다. 랑세님의 글을 읽어주셨던 분들께도 미리 양해의 말씀을 구합니다.
딱딱하고 건조한 내러티브에 갇혀 살다가 이렇게 사랑하는 사람을 위하는 마음으로 단어와 문장을 고민하는 글을 쓸 생각을 하니 따뜻한 긴장감이 느껴집니다. 랑세님에게 누가 되지 않도록 한 글자 한 글자 적어보도록 할께요. 이 글을 읽으며 전해 주셨을 따뜻한 위로에 감사드립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