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쩌다보니 엔지니어만 가득한 곳에 들어왔다.
순수엔지니어 스타트업 1년차 회고 - (1)턴어라운드
작년 3월 회사 매각 후 모회사에서 잔소리꾼 영역만 하면서 쉬려다가 순수 엔지니어만 있어서 여러가지 경영상 문제가 생긴 스타트업이 안타갑고 답답해서 입사한 오지라퍼인 나.
이제 6월30일부로 1년차가 된다.
꽤나 드라마틱하고 실질적인 초기단계 기업의 턴어라운드를 만들어냈기 때문에 사례를 공유해 본다.
고태영 대표님께서 도움이 필요할 것 같다고 2020년 10월쯤에 연결해주셨는데 정말 문제가 많았다.(회사 자체는 본래 알고 있었음)
- 자본잠식
- 아는 사람에게 비공식적으로 맡겨서 처리 중인 기장과 세무처리
- 높은 부채비율
- 낮은 대표신용등급
- SI 같아서 회의감이 생긴 개발리드
- 지켜지지 않는 급여일
- 개인장비로 이루어지는 회사일
- 정리되지 않은 견적과 계약 근거 서류들
- 전체 비용과 이익을 추정할 수조차 없는 통장기록들
그 중에서도 제일 큰 문제는 지원사업과제에서 서류와 회계를 제대로 관리하지 못해 1.8억이 회수될 수 있는 상황이라는 점과 그렇게 되면 1억 정도의 기술보증 대출도 회수되어 회사가 엎어질 수 있다는 것이었다.
특히 2의 내용은 파운더들은 파악도 못하고 있던 리스크.
일단 급한대로 우리 회사 직원 1분과 함께 해당 내역 해결하기 시작했다.
전체를 파악해서 我專爲一(아전위일)을 전략으로 삼았다.
즉, 강점을 살리고 약점은 오픈하며 버렸다.
살릴 수 있는 금액과 포기해야 하는 금액(반납할 금액)을 분류하고 거기에 맞춰서 사유서를 작성하고 근거자료들을 찾아내고, 성과 측면에서 최우수로 평가할 수 있도록 실제 공급 현장을 보여주고 인터뷰가 가능하게 해주었다.
결과는 6천만원만 반납, 1.2억 보전, 최우수 평가 획득.
그리고 그 사이에 다음과 같은 문제들을 해결했다.
중간에 하다가 99%는 포기한다는 정석적으로.
- 자본잠식 : 비율을 줄이고 자본잠식이지만 순익 상태로 재무제표 마감
- 아는 사람에게 비공식적으로 맡겨서 처리 중인 기장과 세무처리 : 내 회사에서 총무 가능한 직원 파견/ 믿음직한 회계법인 연결 및 기장, 세무처리 진행/회계사와 자문계약
- 높은 부채비율 : 대표 가수금을 통한 자본금 증대
- 낮은 대표신용등급 : 대출 내역 요청 및 정리 방안 제시
- SI 같아서 회의감이 생긴 개발리드 : SI로 도출된 마스터코드를 제품화하는 방향으로 정리
- 지켜지지 않는 급여일 : 급여일 전후 프로세스 정리
- 개인장비로 이루어지는 회사일 : 문제를 창업자들에게 전달 및 투자유치에 대한 의견 전달
- 정리되지 않은 견적과 계약 근거 서류들 : 해당 사업건과 2019-2020년까지의 자료들을 디지털화
- 전체 비용과 이익을 추정할 수조차 없는 통장기록들 : 통장 쪼개기로 목적별 관리
그리고 2021년 2월, 나는 대상포진으로 몸이 안좋아져 손이 많이 가거나 진행여부가 불투명한 클리이언트들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그 중 한 곳에서 마침 인력확보를 위한 인수를 제안했다.
2021년 3월에 시작한 인수는 5월에 마무리 되었고.
우리회사에서 이 순수한 기술 스타트업에 파견 보낸 총무역할을 하던 직원분은 그 스타트업에서 정규직으로 입사한 상태였다.
난 이때만해도 재밌는 일 살살하면서 쉴 생각이었는데, 그 재밌을 것 같은 일도 내 몸과 정신이 버텨내지 못해서 그냥 포기하고 1년을 쉬겠다며 세종에 칩거를 시작했다.
2편) 입사 후 시드투자, 팁스, 유니콘하우스
3편) pre-A투자 과정과 종결, 투자암흑기와 경영시스템 1.0만들기
- 도움될까 싶어서 저도 회고차 적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