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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dahlia Jul 12. 2019

플라이볼 혁명, 그 기원을 찾아서(2)

Part 1-2 : 골프에서 찾은 플라이볼 혁명?

원문 링크 : Sporttechie.com


야구와 골프 


 야구에 관련된 이야기이긴 하나, 골프에 대한 설명 없이는 진행을 할 수가 없을듯 싶다. 


야구계 웨어러블 테크놀러지 중 가장 필수적인 것으로 자리잡은 두 가지 기술인 K-Motion과 Blast Motion은 모두 마이클 벤틀리의 손에서 탄생했다. PGA 프로골퍼의 아들로 태어나 본인 또한 1980년대 프로 골퍼로 활동한 벤틀리는, 항상 동료들에 비해 기술 친화적인 선수였다. 장비 개발의 시작은 한 광고에서 시작되었다. LA 센티넬라 병원의 프랭크 조브 박사 - 토미존 수술로 유명한 그 조브 박사가 맞다 - 는 1987년 고속카메라로 골프 스윙의 메커니즘을 연구하고 있다는 광고를 했었고, 벤틀리는 이를 보자마자 조브 박사를 찾아갔다. 


"골프 선수로서, 어떻게 하면 내 공의 궤적을 수정하고 성적을 더 끌어올릴 수 있을까"에 대해 생각했다. 


K-Motion조끼를 입은 마이클 벤틀리(2006)


조브 박사와 골프의 만남 


벤틀리는 경기용 오토바이 엔지니어인 할아버지 밑에서 공학을 배우며 자랐다. 이러한 성장 배경은 데이터 중심으로 생각하는 객관적 시각을 벤틀리에게 심어주었고, 조브 박사를 만난 이후 그가 광학 트래킹 기술에 대하여 조사하게끔 이끌었다. 하지만 당시의 장비들은 밖에 드러나게 착용할 수 없었다. 전자기 장비들이 더 뛰어났지만, 무선 시스템을 사용할 수 없었다. K-Motion은 그들의 간판 상품인 K-Vest(조끼에 6개의 센서를 부착한 동작분석 기기)를 통해 '무선 스윙 분석'의 시대를 열었다. 


K-Motion은 이제 MLB에서 가장 유명한 장비 중 하나이며, 적어도 12개 이상의 팀이 타자의 스윙 분석을 위해 이 장비를 사용하고 있다. 스윙시 발생하는 엉덩이와 상체의 움직임, 가속도 등을 측정하기 위해서 말이다. 더 나아가 시애틀 매리너스는 이 장비 분석만을 위한 전문가를 따로 채용했다. 


벤틀리는 여기에서 그치지 않고, 골프 샤프트 각도, 꼬임, 클럽 헤드의 다양한 수치를 측정하는 3차원 모션캡처 장비인 Enso의 개발에 도움을 주기도 했다.(현재 벤틀리는 Paradigm Performance Group에서 코치들에게 바이오메카닉 기술의 사용법을 훈련하는 일을 하고 있다.) 이러한 장비들이 생산하는 데이터들은 스윙 영상이(역자 주 : 블루투스 동기화된 태블릿이나 스마트폰으로 영상 촬영을 하고 있다면, 실제로 센서가 스윙 타이밍을 인식해 스윙별로 클립을 알아서 편집해주고 클라우드에 저장해준다. - 실제 사용기) 자동으로 데이터들과 동기화되고, 자동으로 스윙 하나 단위로 잘라 지면서 새로운 단계를 맞이했다. 


"골프와 F1은 다른 스포츠들에 비해 기술 발전의 속도가 몇 단계는 더 빠른 상태입니다." - 그렉 로즈, Titleist Performance Institute



작게 만들고, 기능을 합치고


이러한 벤틀리의 실험들은 Blast Motion 이라는, MLB의 공식 배트 센서로 결실을 맺었다. 벤틀리는 Blast Motion에 대해서 이렇게 말했다. "Blast도 같은 작업이었습니다. K-Vest와 ENSO 모션캡쳐 장비를 소형화 시키면서 기능을 합쳐나가는 과정이었죠."


야구 스윙과 골프 스윙은 파워를 생성해내는 과정이 비슷하다. 이미 수많은 MLB구단과 함께 일해왔으며, TPI(Titleist Performance Institute)의 설립자이기도 한 그렉 로즈는, Onbase University(데이터 기반의 코칭을 위한 코치/트레이너 교육시설)를 통해 수많은 코치, 트레이너들에게 그의 방식을 전달하고자 한다. OnBaseU의 히팅/피칭 세미나는 히팅이나 피칭 훈련을 전체적인 관점에서 볼 수있도록 만들고자 고안되어 있다. OnBaseU는 선수들이 한 명의 코치에게서 모든 것을 해결해야 한다고 생각하지 않는다. 그 대신 의료, 피트니스, 코칭스탭이 모두 협업하여 선수 개개인의 육성 방향을 결정해 나가야 한다고 주장한다. 

OnBaseU의 Hitting Seminar 프로그램 상세 일정

로즈 박사는 "골프와 F1은 스포츠들 중에서도 가장 기술 발전이 빠르다"고 한다. "왜냐하면 이 스포츠들은 제조사들에 의해 운영되고 있으며, 제조사들이 연구개발에 돈을 쏟아붓고 있기 때문입니다. 하지만 야구는 달라요. 프로야구는 구단주가 소유하고 있고, 구단주는 선수에게 돈을 씁니다."


TALKBACK:


이러한 수많은 발전들에 힘입어, 우리는 4할 타자를 다시 볼수 있게 될까? 이와 비슷한 일을 피칭 메카니즘 쪽에서 해온 이가 있다. 바로 글렌 프레이직 박사로, ASMI(America Sports Medicine Institute) 소속으로 '부상 예방'에 초점을 둔 투수 메커니즘 연구를 진행해 왔다. 
1991년부터 2년간 글렌 박사와 함께 일했던 크리스 웰치는, 연구소 내에서 골프 스윙 패턴에 따른 힘의 전달성 연구를 진행했다. 이후 Biomotion Foundation의 프랭크 쿡 박사를 만나 메이저리그 팀 타자들의 스윙 메커니즘에 대한 연구을 하기 시작했으며, 특히 엑스포츠 타자들에 연구가 집중되었다. 1995년 11월, 웰치와 쿡은 그들의 혁신적인 3차원 동작분석 기계를 통해 스윙 동작의 각 단계를 분석하여, 야구계에서는 처음으로 운동역학적 분석 결과를 발표하기에 이르렀다. 연구 결과 최상급 선수들은 비슷한 방법으로 공에 힘을 전달하고 있었으며, '적절한 스윙 타이밍은 연속적으로 더 높은 회전 속도를 촉진한다'는 결론을 낼 수 있었다. 



"아이들은요, 말로 하면 20%를 이해하고, 보여주면 50%를 이해합니다. 하지만 실제 어떤 것인지 느끼게 해주고 경험하게 해주면 70%를 이해해요" - Don Slaught 


로즈는 "이제 여기(Zenolink)에서는 제가 항상 말해오던 물리학과 생리학의 조합을 경험할 수 있어요" 라고 말한다. 95년에 이미 Human Performance Technologies라는 회사를 설립해 타자의 메커니즘을 연구해 보려고 했었던 로즈. 당시 웰치와 로즈는 피트 드라오비치라는 유명한 테라피스트 덕에 함께할 수 있었다.(피트 드라오비치는 그렉 노먼의 테라피스트로 알려져 있었다) 둘은 골퍼들의 스윙 교정을 위한 기술적 도구들을 연구했다.(당시 버몬트주 러들로우에서는 벤틀리라는 이가 비디오를 통해 프로 골퍼들에게 도움을 주고 있었다.)

로즈에게 왜 야구가 아니라 골프였는지에 대해서 물었을 때, 그는 이렇게 말했다. 

 "내 생각에 야구는 준비가 되어 있지 않았어요"



말 한마디가 만든 3할 타자 


토니 그윈(동상, 좌)과 웨이드 보그스(우)는 그들의 스윙 궤적과 동작 때문에 '타격 천재'라 불리웠다. 이미지 : 게티이미지


영상 분석이 일반화 되기 전에, 선수들은 서로의 팁을 공유하며 발전을 이어 나갔다. 그중 1989년 돈 슬로트와 돈 매팅리 사이의 일화를 옮겨본다. 당시 슬로트는 슬럼프를 겪고 있었고, 팀의 올스타 1루수 매팅리에게 도움을 청했다. 

매팅리 : "너 안쪽 직구를 밀어쳐서 우중간으로 보낼 수 있어?"
슬로트 : "아니. 그건 당겨치는 거잖아"
매팅리 : "아니지. 토니 그윈이랑 웨이드 보그스를 봐. 그 선수들이 직구을 어디로 치던? 변화구는?"

슬로트는 다른 많은 선수들처럼, 공을 깎아치라고 교육받았다. 그렇게 하려면, 아래로 떨어지는 공에 스윙을 할 경우 대부분 헛스윙이거나 빗맞는 타구가 많았다. 슬로트는 대신에 왼팔 팔꿈치(우타자임)를 손보다 높은 위치에 두고, 배트를 든 손은 배트 중심보다 높게 오도록 만들어 공과 스윙 궤적이 같아질 수 있도록 했다. 이러한 변화는 타자로 하여금 공을 맞출 수 있는 시간을 벌어주었으며 필드의 모든 방향으로 공을 보낼 수 있게끔 만들어 주었다. 슬로트는 그때를 "변화점"이라 회상한다. 실제로 그전까지 통산타율 0.269에 머물었던 그가, 매팅리의 한마디로 이후 8시즌 동안 0.303의 타율을 기록했다. 


X레이에서 MRI로, 기술의 발전


슬로트는 1997년 은퇴 후 캘리포니아의 모교 코치를 맡았다. 유투브도 없던 시절에, 슬로트는 학생들에게 보여줄 만한 타격 시퀀스 사진을 구해서 예시로 삼았다. 그리고 이 시도는 훗날 RightView Pro(이하 RVP)라는 영상분석 플랫폼의 시초가 된다. 슬로트는 교육용으로 몇몇 올스타 선수들의 타격 장면을 여러 각도에서 찍어 보여주곤 했다. 


RVP는 현재 400개가 넘는 야구 팀이 사용중이며, 그중에는 보스턴 레드삭스, 시카고 화이트삭스, 캔자스시티 로열스 등 빅리그 구단들도 있다. 디트로이트 타이거즈 또한 슬로트가 타격 코치로 있던 2006년 RVP를 도입하였고, 그해 AL챔피언을 거머쥐었다.


RVP의 탄생에 대해, 슬로트는 아래와 같은 말을 했다. 

"코치 생활을 3년정도 해보니, 말보다는 보여주고, 경험시켜 주는것이 훨씬 더 이해도가 높다는 것을 깨달았어요." 

요즘같은 시대에 비디오는 100%라 하기는 힘들다. 하지만 여전히 분석의 많은 부분을 차지한다. 영상을 보며, 웨어러블 기기들이 뿜어내는 숫자를 같이 볼때야 말로, 비로소 분석이 선수들의 눈길을 사로잡고 설득력을 가지기 시작한다. 기술과 영상에 대한 슬로트의 비유를 남기며, 이번 편을 마무리할까 한다.


"스윙 분석에 있어서, 영상이 X레이라면, 지금 쓰이는 기술장비들은 MRI같은 거에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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