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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randahlia Jul 27. 2021

'21 KBO 후반기, 바뀌는 것들

각 구단은 어떻게 접근해야 하며, 어떤 부분을 더 지켜봐야 하는가?

2021 후반기, 한시적 규정 변경


  KBO는 2021시즌 후반기에 한해 한시적 규정 변경을 시행한다. 

준플레이오프와 플레이오프 3전 2선승제 변경

정규시즌 후반기 연장전 폐지(9회말 까지 진행후 무승부)

월요일 경기 진행, 단 최대 9연전으로 경기수 제한 

8월 25일 이후 더블헤더 편성

우천취소시 추후편성 -> 더블헤더 또는 특별 서스펜디드 / 월요일 경기 편성

이 중에서, 오늘 주목해 보려고 하는 부분은 '연장전 폐지'이며, 이에 더해 '월요일 경기'에 대해서도 조금 다루고자 한다. 



'9이닝 무승부'가 가져올 효과 


KBO는 승률 우선

  KBO 리그의 순위 결정 방식은 가장 먼저 '승률'을 따른다. 그리고 KBO 리그에서는 승률 계산에 무승부를 포함하지 않는다. 그러니까 KT가 남은 경기를 전부 무승부로 끝낼 경우, 승률에서 2위 LG가 앞서지 않는 한 '승차가 음수'인 1위가 탄생하게 된다. 그러니까,

KT가 남은 69경기를 전부 '무승부'로 끝낼 경우,

LG는 44승 25패(승률 0.6376)를 기록해야 정규시즌 1위를 탈환할 수 있다. 

말이 쉽지, 승률 63%는 3연전 기준으로 모든 시리즈에서 위닝시리즈를 하는 것(승률 0.667)과 비슷한 정도의 성적을 거두어야 한다는 뜻이다. 그만큼 힘들다. 위닝시리즈로 시즌을 마치면, 96승 48패. 경이로운 성적 아닌가. 


"야 무승부가 말처럼 쉽냐!"

  맞다. 이제까지 무승부는 상당히 어려웠다. 정규이닝 보다 33% 많은 이닝을 소화하면서, 그 많은 답답한 과정을 이겨내야 얻을 수 있는 '승자도 패자도 없는 병신같은 상태'가 바로 지금까지의 무승부였다. 그래서 모든 구단이 가급적 이기기 위해 최선을 다해 왔으며, 실제로 끝내기가 많이 나왔다. 하지만 이제 그러지 않아도 된다. 무승부를 얻기 위해 희생해야 할 '3이닝'이 사라졌기 때문이다. 지금까지 무승부에 대한 인센티브가 적었던 이유는, 

더 많은 노력을 하고 얻은 것이 고작 무승부 

였기 때문이다. 하지만 이제 모든 경기는 9이닝으로 끝나게 되므로, 무승부에 대해 좀더 전략적인 접근을 할 때가 되었다고 생각한다. 


무승부에 대한 전략적인 접근

지지 않는다

라는 개념이, KBO리그에서 가지는 가치는 결코 적지 않다. 승률 계산에 무승부가 포함되지 않기 때문에, 최소한 아래로 추락하는 일은 방지할 수 있다. 위에 들었던 극단적인 예가 실제로 일어날 수도 있다. 지금까지는 경기 후반부에 2점차 정도로 지고 있는 상황이라면 승리조 기용이 비상식적 행위로 여겨져 왔다. 하지만 이제 다르다. 후반 3이닝 동안 점수를 극복할 방법이 있다면 '더이상의 실점을 막는' 용도로 승리조를 출전시킬 수 있다. 최소한 승률이 떨어지지 않는 데에 승리조가 쓰일 수 있다는 뜻이다. 인접한 순위의 다른 팀들이 어떤 결과를 낼지는 모르지만, 내가 제자리를 유지하는 것 만으로도 순위는 변할 수 있다. 


KBO 순위의 본질

  이 쯤에서, KBO 순위의 본질에 대해 한번 짚고 넘어가자. KBO 순위의 본질은 사실 아래 표현이 좀더 적절할 수 있다. 

우리 팀이 1위인 이유는 잘해서가 아니라, 우리보다 잘하는 팀이 없어서다


실제로, 그렇게 기대만큼 잘한 것 같지는 않은데 1위를 한다. 아직 모자란 부분이 많지만 1위를 하고 있다. 그 말은, 그 아래에 있는 팀들이 1위팀 보다 모자란게 많다는 반증이다. 완벽해야 1등을 하는 것이 아니라, 상대보다 아주 약간만 나은 점이 있다면 되는 것이 상대 평가의 특징이다. 개소리 같다면, 야구 커뮤니티에 가서 1위팀 팬들의 한탄을 한번 보기 바란다. 1위를 하고 있어도 절대 만족하는 법이 없다. 어딘가 모자라다고 생각한다. 그게 KBO리그 1위팀의 본질이다. 중견수는 홍창기고, 우익수는 이정후고, 토종 선발도 4명쯤 있으면 좋겠고, 마무리는 고우석이나 오승환에 포수는 양의지면 좋겠지. 그럴거면 감독한테 왜 수억의 연봉을 안겨줄까. 그정도 스쿼드면 감독자리가 공석이라도 1위를 해야 하는게 맞다고 생각한다. 


그래서 무승부가 뭐

  다시 돌아와서, 핵심은 지지만 않으면 얼마든지 가능성이 열려있다는 것이다. 지금까지 경기 후반 접전시의 흐름은 아래와 같은 대표적 패턴들이 존재했다.

이기고 있는 팀의 승리조 기용, 이어진 공격에서 추가점수. 무난한 종료

승리조의 방화사태. 역전 -> 역전승/패

후반 병림픽 : 방화에 방화를 거듭하며 모두가 슬픈 경기가 계속됨 

이 글에서 1번의 상황은 다룰 이유가 없다. 사실 모두가 행복한 경기 흐름이다. 하지만 2,3번 유형의 빈도가 결코 적지 않다는 것이 핵심이다. 2020시즌 부터 지금까지 약 1.5시즌 동안, 경기의 리드가 후반부에 바뀐 경기가 약 300경기 이상 존재했다.(7회초~9회말까지를 계산에 넣었으며, 연장은 제외하였음. 물론 '접전시'라는 부분이 이 계산에서 포함되지 않았으므로 이 부분에 대한 고려는 해 주길 바란다.) 약 1,000경기 정도가 치뤄지는 동안 적지 않은 경기들이 2,3번 케이스의 표본이 되어 주었던 셈이다. 누군가 지고, 누군가는 이긴 경기들이 '최소한 지지 않기 위한' 경기로 바뀔 경우 어떤 일이 일어나게 될까. 


선수단에 미치게 될 효과


역설적으로 모두가 최선을 다하는 경기

  9이닝 동안 무승부를 만들기만 해도 위로 올라갈 수 있다. 그리고 9이닝은 항상 예상되는 플레잉 타임이므로 모두가 최선을 다해 '지지 않는'경기를 만들수 있을 지도 모른다. 특히나 이 '무승부의 동기부여'는 순위가 높은 팀일 수록 강하게 작용할 것이다. 지금까지는 어느정도 버릴 경기를 버리고 갔지만, 초반에 6점차 이상으로 벌어지는 경기가 아니라면 9이닝 무승부 정도는 해볼만 한 도박이 될 수도 있다. 


불펜자원의 중요도 증가

  결국 지고 있어도 승리조가 나와야 하므로, 불펜의 쓸놈쓸 현상이 더욱 강해질 수 있다. 또는 불펜이 막강한 팀이 많은 이득을 챙길 수 있는 양상으로 변할 수 있다. 불펜이 강하거나, 불펜이 양적으로 풍부하여 물량공세를 매일매일 퍼부을 수 있는 팀이 후반기의 키를 쥐고 있을 수도 있다. 물론 둘 다라면 좋겠지만. 


선발자원의 중요도는 더욱 더 증가

  불펜을 많이 쓴다면, 결국 선발이 불펜의 이닝을 최소화 해 줄 수 있어야 한다. 매일매일 불펜이 나오다 보면 결국 다른 구단보다 일찍 지치게 되고, 이는 순위 하락으로 이어진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선발이 긴 이닝을 소화해주는 빈도가 높은 팀일수록 후반기에 더욱 강한 모습을 보이며 치고 올라올 수 있다. 불펜은 연투에 취약하다. 그리고 그 연투가 누적되면 빠르게 무너진다. 


작전야구의 증가

  한점을 짜내기 위해서는 결국 후반부 스몰볼이 중요하다. 작전능력이 좋은 선수, 그리고 주루능력. 이런 부분들이 키가 될 수 있다. 여전히 한방은 강력하지만, 역사상 가장 위대했던 홈런타자도 2경기에 1개 이상의 비율로 홈런을 쳐내지는 못했다. 한점을 만들어 내기 위한 확실한 방법을 찾아내고, 또 이를 막아내기 위한 감독들의 지략 대결이 펼쳐지게 될 수 있다. 



이 이야기는 어디까지나 내가 바라보는 '바뀐 규정에 대한 생각'이므로, 리그의 양상은 이와 아주 많이 다를 수 있다. 남자답지 않게 무슨 무승부 타령이냐 할 수도 있다. 하지만 야구단의 목적은 우승, 그리고 가을야구다. 이를 위해 구단은 규정이 허용하는 범위 내에서 그 어떤 행동도 할 수 있어야 한다. 그러한 맥락에서 이런 글을 써 보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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