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randahlia Nov 11. 2021

뇌이터로 보는 21 KS

객관적 데이터 없이 내 뇌에 쌓인 것들로 풀어내 보는 두산 vs kt 

2021년 KBO 프로야구도 이제 마지막 무대만을 남겨두고 있다. '최초의 팀'과 '최초를 잡고싶은 팀'이 맞붙는다.

두산은 와일드카드를 치루고 KS에 올라온 첫번째 팀이자, 7년 연속 KS 진출 팀.

kt는 구단 사상 최초 KS 우승, 그리고 최초 통합 우승을 노리는 팀.


두 팀은 지난해 PO에서 맞붙은 적이 있다. 시리즈 스코어 3대 1 두산의 승리. 당시 이강철 감독은 소형준을 1차전 선발로 내세우며 승리의 의지를 다졌다. (소형준은 잘못한 게 없지만) 결론은 kt의 3대 2 패배. 

유일한 승리는 쿠에바스가 챙겼었다. 8이닝 3피안타 1실점이라는 완벽한 투구내용으로. 


여튼 그 두팀이 다시 붙는다. 지칠대로 지친 팀과, 푹 쉬면서 먹이가 오기만을 기다린 팀이. 


김태형 감독의 도장깨기


KBO 포스트시즌은 원래 업셋(하위 팀이 상위 팀을 이기고 다음 라운드로 진출하는 일)이 어려운 구조다. 

와일드카드(최대 2) -> 준PO(최대 5*) -> PO(최대 5**) -> KS(최대 7)를 거치는 동안, 다음 라운드의 상대는 아래팀들이 시리즈를 오래 치르는 만큼 휴식을 취할 수 있다. 글의 제목에 썼듯, 데이터적 근거는 전혀 없지만, 선수들이 느끼는 포스트시즌의 중압감은 정규시즌의 10배 이상이 될 수도 있다. 그렇다 보니 와일드카드부터 차근차근 올라온 팀의 경우 피로의 정도가 극도로 심하다. 뭐 10배까지는 아니라고 하더라도, 보름 푹 쉰 사람이랑 그동안 계속 경기한 쪽 중 누가 팔팔할 지는 굳이 이야기 할 필요가 없을 것이다. 

(*, ** : COVID-19로 인해 2021시즌에는 모두 3경기로 축소됨)


그런데, 김태형 감독과 두산이 그걸 해냈다. 와일드카드 제도 이래 최초다. 총 7경기를 치르는 동안, 김태형 감독은 상대 팀을 손바닥에 올려놓고 노는 듯한 모습을 보여줬다. 사실 이부분이 김태형 감독의 가장 무서운 부분이라고 생각한다. 모든 시리즈의 마지막 경기는 (의도한 것이건 아니건 간에) 두산의 대승으로 끝났다. 김태형 감독이 두산에 있는 한, 상대방에게 이 기억들은 트라우마로 남는다. 반대로, 두산 선수들에게 김태형 감독은 '승리'라는 믿음을 주는 존재가 된다. 가을야구에서 잘 만날 일이 없지만, '지속 가능한 전력'을 구축한 팀일 경우 첫 포스트시즌 시리즈에서 두산과 만나 박살나면 이걸 극복하기가 쉽지 않다. 초보 감독을 욕하는 것이 아니다. 산전수전 다겪은 김경문 감독의 NC도 플레이오프와 한국시리즈에서 매번 김태형 감독 때문에 고배를 마셔야 했다. 뭔진 모르지만 뭔가 있다. 첫 단추를 잘 꿰어놓은 덕일 지도 모르겠다. 


경기때 두산 선수들을 보면, 그냥 '자신감'이라는 단어가 얼굴에서 보인다. 그렇게 선수 유출이 심했음에도 여전히 경험있는 선수들이 남아있고 딱히 말하지 않아도 항상 구심점이 딱 잡혀있는 느낌이다. 이번 포스트시즌 중에 이걸 이겨낸 것은 안우진 딱 한명이었던 것 같다. 칠테면 쳐보라는 듯이 던졌다. 마지막에 조금 흔들리는 면이 보였지만, 교체 타이밍도 나쁘지 않았다. 그래서 이겼다. 야수를 잡으러 가서, 눈빛싸움에서 지면 이미 잡아먹힌거다. 


김태형 감독은 계속해서 내일따위 없는 투수운용을 하고 있다. 그래서 아마 2022년은 없을 지도 모른다. 하지만 2021년은 있을 것 같다. 지금까지는 그렇다. 오늘만 사는 놈을 내일을 살 걱정하는 놈이 어떻게 이기는가. LG와 삼성의 투수운용은 김태형 감독과 비교할때 과감하지 못했고, '지금 왜 이 선수가 나오지?'싶은 운용이 다수 존재했다.(어디까지나 내 생각이다.) 정규시즌에는 '내일'이 있다. 하지만 가을야구에 내일같은건 없다. WTA(Winner Takes All)에서는 하루하루 계속 이기는 것 보다 중요한 목표는 없다. 


물론, 김태형 감독의 102134012304120개의 유니버스에서 '지금 까지는' 가장 좋은 결과들만 이어져 온 것일지도 모르겠다. 하지만 KS까지 왔으면 이것도 실력 아닐까 싶다. 

김태형 감독의 가장 큰 불안요소는, "쓸놈쓸"의 게이지가 얼마나 남아있느냐 하는 것이다. 김태형 감독의 입장에서 가장좋은 시나리오는 4대0, 지칠 겨를도 없이 우승해 버리는 것. 5경기 까지는 어느정도 버티겠지만, 그 이후로는 점점 불리해질 것 같다. 


이강철 감독, 이번엔 누구인가


이 분의 운용에 대해 내가 이해하는 부분이 많지는 않다. kt 불펜은 타팀의 저평가주를 영입해서 잘 키워냈다. 그렇게 좋은 불펜진을 구축했다. 그리고 매년 1~2명씩 바뀌긴 했지만, 최소한 1년은 정말 좋은 퍼포먼스들을 보여주었다. 올해는 박시영이 떴고, 김민수도 나쁘지 않다. 게다가 드디어 이대은이 이름값을 하기 시작했다. 

2020년 플레이오프는 이제 거의 기억에서 사라졌지만, 1차전 선발 소형준은 모두를 놀라게 한 기용이었다. 일단 올해 퍼포먼스를 기준으로 했을 때, KS 1차전 선발이 소형준일 것 같지는 않다. 아마도 쿠에바스와 데스파이네 중 한명이 아닐까. 쿠에바스의 투혼에 기댈지, 데스파이네의 운영능력에 기댈지는 이강철 감독의 선택이다. 장기전(6차전 이상)이 될 경우, 1차전 선발이 6차전 불펜 또는 7차전 선발로 나오게 되는 만큼 1차전 선발 기용은 시리즈 전반에 결정적인 요소가 될 수 있다. 전반적인 운영과 안정감이라는 면에서는 데스파이네의 손을 들어주고 싶으나, 1위 결정전에서 보여준 쿠에바스의 모습은 결정을 망설이게 할 만큼 압도적이었다. 의외의 선택으로 고영표를 낼 수도 있다. 그만큼 kt의 선발진은 풍부하다. 배제성과 소형준을 롱릴리프로 써도 될 정도로. 아마도 미란다가 1차전 선발이 될것 같은데, 그 압도적 위세를 이겨낼 카드가 필요하다. 

현재로선 투수력에서 kt가 압도적으로 유리하다고 밖에 볼 수 없다. 하지만, 삼성이 투수력이 약해서 두산에게 한경기도 잡지 못하고 진 것은 아님을 기억하자. 

KS 초짜팀에게 가장 중여한 것은 1경기다. 그것도 산전수전 다겪은 두산과 붙으면서 첫번째 경기를 내주면 끝이다. 진짜 1경기에서 선발이 무너진다 싶으면 2회에라도 바로 소형준, 배제성을 투입해서라도 막아내야 한다. 그 누구의 홈도 아닌 구장에서의 첫 경기는 서로 어색하다. 연습시간도 그리 많지 않다. 결국 처음 한두경기는 누가 더 빨리 퍼부어서 잘 막아내느냐의 싸움이 될 것이다. 그래서 '하던대로' 가 아닌 '오늘을 위한' 운용이 필요하다. 와일드카드, 준플레이오프, 플레이오프 모두 곱씹어보면 '하던대로' 운용한 팀은 모두 졌다. 리스크를 받아들일 수 있어야 리워드를 차지할 수 있다. KS에서의 리워드는 승리. 그것을 4개 적립하면 우승이다. 



박세혁, 그리고 가을 DNA


양의지를 미련없이 보내도 될 만큼 좋은 포수. 그게 박세혁이다. 실제로 완벽하진 않아도 다른 팀이 부러워하기엔 충분할 정도의 성적을 내고 있다. 장성우 또한 트레이드로 kt에 와서 꾸준한 모습을 보여준다. 포수가 너무나도 부족한 KBO에서 장성우 급의 포수라도 있으면 라인업을 꾸릴 정도는 된다. 내 기준의 포수 능력치를 말해보자면, '박세혁 > 장성우'다. 경기를 계속 보다 보면, 이 배터리가 다음 공으로 뭘 배합할 지에 대해 예상해보게 되는데, 박세혁은 항상 1-2-3의 콤비네이션 조합에서 변주를 넣는 때가 있다. 예를 들자면 미란다가 직구, 포크볼, 체인지업으로 볼배합을 이룬다고 했을때, 포크볼의 셋업으로 하이패스트볼을 던지는 것이 정석이다. 그래서 하이패스트볼 이후에는 높은 확률로 포크볼이 들어온다. 이건 '같은 눈높이에서 들어오는 낙차가 다른 공을 던지는' 피칭 디자인의 개념을 경험적으로 체화한 포수들이 하는 볼 배합이라고 생각한다. 그런데 여기서 박세혁은 우타자 바깥쪽 체인지업을 던진다거나, 좌타자 바깥쪽으로 직구 하나를 찔러넣는다. 가위바위보 싸움을 하는데 한번씩 의외의 피칭이 나오고, 이게 계획대로 잘 들어가면 대부분 루킹 삼진 또는 스트라이크를 하나 더 얻는 방향으로 흘러간다. 사실 이건 박세혁의 능력보다도, 박세혁이 리드하는 대로 공을 찔러넣는 두산 투수들의 능력 덕분이라고 할 수도 있다. 그런데 그게 되는 투수가 여러명이라는 것은, 큰 경기의 위기 상황을 타개하는 과정에서 아주 높은 확률로 '두산의 저력'으로 발현된다. 뭐랄까, 그 유명한 '가을 DNA'? 


장성우


장성우는 수비보다는 공격에 초점을 맞추는 포수다. 그렇다고 공격이 그리 뛰어난 것은 아니다. 그래도 포수 중에는 봐줄만한 장타력을 가졌다는 정도다. 그래서 5번 또는 6번에 배치되는 경우가 많고, 팀 타선의 키가 되는 편이기도 하다. kt타선은 이름값에 비해 장타력이 많이 떨어진다. 그래서 장성우의 '한방'이 더욱 절실하다. 박세혁은 1점을 내기 보다는 1점을 지켜주는 역할을 하는 포수이지만, 장성우는 1점을 주더라도 2점을 내는 역할을 해 줘야 kt의 승리 확률이 올라간다.   


돌아오는 미란다


시즌 아웃이라는 말이 돌다가 갑자기 돌아온다. 도대체 어느정도인지 모르겠다. 하지만 '미란다는 KS에 나와요'라는 김태형감독의 그 한마디로 플레이오프 시작 전에 이미 두산의 한국시리즈 진출이 결정된 것 처럼 보일 정도로 미란다의 존재감은 크다. 구조적 문제가 아닌 단순 피로누적에 의한 부상판정 이었다면, 미란다는 충분히 제 역할을 해 줄 것이다. 그리고 그래야만 한다. 이성훈 기자님의 블로그(https://blog.naver.com/chepedroia/222563478185)를 참고하자면, 2019년 이후 파크팩터에서 고척은 잠실 다음으로 홈런이 나오지 않는 구장이다. 좋은 수비력을 가졌으며, 공이 떠도 잘 넘어가지 않는 고척이라면 미란다의 훌륭한 놀이터가 될 수 있다. 게다가 kt는 확실한 한방능력을 가진 타자가 거의 없다.(20홈런 타자 0명 / 두산 2명) 


그래서 결론은


시간은 kt의 편이 될거다. 첫 경기에서 두 팀이 준비한 것들의 면면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한다. 누가 더 길게 보고 있는지. 하지만 첫 경기를 반드시 가져가야 한다. 미란다를 1경기에 내고, 두산이 승리한다면 나는 두산의 우승 가능성이 더욱 높다고 생각한다. 사실 내가 가장 주목하는 것도 미란다이며, 그 다음이 쿠에바스. 


매거진의 이전글 '21 KBO 후반기, 바뀌는 것들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