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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별바다 Dec 19. 2020

나를 표현하는 것에 관하여

《신경 끄기의 기술》을 읽고


 나에게는 치명적인 병이라 해야 할지, 약점이라 해야 할지 하는 것 몇 가지 있는데, 그것깊이 파고들어가 보면 그 중심에 자리 잡고 있는 것이 한 가지 있다. 바로 만나는 사람들이 되도록이면 다 나를 좋아해 주길 바라며, 그의 호감을 지나치게 얻고 싶어 한다는 것이다. 추가로 나는 누군가의 비웃음을 사는 것 죽기보다 싫어했다. 누군가 나를 안 좋게 보는 것을 정말이지 못 견뎌했다.


 그래서 상대방이 나를 싫어하거나,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원하는 것을 크게 주장하거나 내세우지 않았다. 싫은 것도 상대방이 원하는 듯해 보이면 싫다고 말하지 않았다. 상대방의 말에 동의하지 않을 때도, 동의하는 척하기도 했다. 뭔가를 원할 때도, 내 의견이 부정당하거나, 공감받지 못하거나, 거절당할까 두려워 자연히 누구에게도, 무엇도 요구하지 않게 되었다. 요구했다가 돌아오는 거절을 감당하는 것이 너무 고통스러웠기에.


 사람들은 나를 착하다고 했다. 나도 나의 그런 성향을 '상대 편하게 해주는 것을 좋아하는 사람이라서'라고만 생각해왔다. 물론 그런 도 분명히 있다. 그런데 나는 그렇게까지 하지 않아도 되는 부분에 있어서도 지나치게 양보를 했고, 내 주장을 하지 못했다. 곰이 생각해 보니, 그것은 상대방의 거절을 감당하지 못하는 나 자신을 감추지 못함으로 인해 상대방이 겪을 곤란함을 마주해야 하는 상황을 회피하는 비겁함 때문이었는 걸 깨달았다. 이 책을 읽고 말이다.


 또 나는 왜 삶의 모든 순간이 행복할 수 없는 건지 늘 의문을 품었고, 날 행복지 못하게 하는 순간들을 맞닥뜨릴 때마다 불만, 불평을 일삼았다. 그것은 모든 상황에서 언제나 기분이 좋고 편안하고 싶다는 내 위주, 내 중심적인 생각이었으며, 또 나는 그렇게 될 수 있을 거라오만이었고 허세다.


 모든 사람들이 나를 좋아하길 바라고, 나의 모든 순간들이 즐겁고 행복하고 편안하길 바랐다. 어리석은 생각이었다. 어쩌면 그것은 단 한 사람에게도, 단 한순간도 거절당하고 싶지 않다는 응석이었고, 나약함이었을지 모르겠다. 어쩌면 나는 스스로 착하다고 굳게 믿는 약해 빠진 멍청이에, 사랑받고 싶고 호감 받고 싶어서, 단 한순간도 거부당하기 싫어서 착한 척하는 비겁한 겁쟁이였을지도 모르겠다. 원하면 원한다, 싫으면 싫다 제대로 말도 못 하고 속 끓인 건, 지나치게 나 자신보다도 상대를 우선하고 상대에게만 맞춘 것은, 그냥 단순히 착하다는 이유 때문만이 아니라, 거절이 두려워 미리부터 거부당하는 상황을 봉쇄했던 것일지 모르겠단 생각을 책을 읽고 하게 되었다. 나의 선호를, 나의 생각을 드러내지 않고, 무엇이든 그냥 양보해버리는 내 오랜 습관은 상대를 사랑해서도 있지만 더 깊이 들어가면 상대방이 나를 좋아하지 않을까 봐, 내게 등 돌릴까 봐 두려워서였던 거구나. 나는 정말 약하고 약한 사람이었다.


 책에서는 그 원인을 가치관의 방향 설정이 잘못되어서라고 풀어주었다.  자기가 가치를 두는 기준이 '다른 사람의 호감'이라던가 '인기'에 두면 곤고해지게 돼있단다. 맞는 듯했다. 내가 통제할 수 없는 사람들의 마음에 내 행복의 잣대를 두면, 노력한 만큼 얻는 것도 아니고, 노력한다 해서 다 얻는 것도 아니기에, 결국 내 마음대로 할 수 없는 데서 느끼는 무력감과 허무함으로 불행해질 수밖에 없게 된단다.


 나는 사람들의 호감과 좋은 평판, 사랑을 얻고 싶어 했다. 특히 나쁜 평가를 극적으로 듣기 싫어했다. 모든 사람들에게서, 모든 순간들 속에서 거절받기 싫었고 거부당하기 싫었다. 부정당하기 싫었다. 항상 웃고 편안하고 인정받고만 싶었다. 그러나 아닌 것을 아니라고 지적받지 않고서는, 거부당하고, 수치스럽고 모욕을 당하거나 정신적 고통이 없고서는 발전이 없다. 머무르고 도태된다. 더 나아가지 못한다. 사람이란 존재가 그렇다. 물이 고이면 썩게 되듯이. 사람도 그렇다. 그러니 견뎌야 한다. 나를 드러내고, 모욕도 당하고, 아니라고 부정도 당하고, 그러면서 깎고 다듬어 더 나은 모습으로 거듭나야 한다.


 내가 원하는 것들 대한 잘못된 방향 설정 모든 순간, 모든 사람들로부터 행복감을 얻고 싶다는, 얻을 수 있다는 오판, 거절당하고 싶지 않다는 비겁함과 나약함이 만나, 나는 어떤 것도 요구하지 않고, 내게는 무엇이든 양보해버리는 잘못된 습관이 생겼고, 심지어 내 것도 내 것이라고 똑바로 주장하지 못하는 경우도 허다했다. 상대가 무안해하거나 불편해할까 봐, 상대방이 나를 별로라고 생각할까 봐, 내 생각이 맞는 것이더라도 말하지 않기도 했다.


 그런 습관들이나 생각들로 인해 포기했던 것 중 하나가 바로 글쓰기다. 나의 글을, 그 속에 담긴 나의 생각을, 평가받고 판단받는 것이 끔찍하게도 싫었다. 두려웠다. 수치스럽기까지 했다. 실제로 어떤 일이 일어난 것도 아니 단지 상상한 것만으로도 말이다.


 그러나 이제 먼 길을 돌고 돌아, 나의 문제를 알고, 직면하게 됐고, 답도 찾은 듯하다. 앞으로 살면서 또 생각이 변할 수도 있겠지만 현재로서는 말이다.


 나의 답은 이것이다.

 나는 나를 표현하고 싶어.

 나의 글로, 나의 말로, 나의 그림으로,

 나의 표정, 몸짓으로.

 그 모든 걸로.

 나라는 사람을,

 내 안의 생각을, 느낌을 표현하고 싶어.

 드러내고 싶어.


 그리고 그것으로 만족하기로 했다.

 나를 드러내고, 표현한 것으로.

 결과물이나, 성과, 사람들의 생각에 연연하지 않고.


 누군가에게 나를 보이고, 표현하게 되면, 평가나 판단은 피할 수 없다. 어떤 사람은 날더러 비합리적이고 멍청하다고 말할 수도 있고, 또 어떤 사람은 어리고 한심하다고 비웃을 수도 있다. 날 별로라고 여길 수도 있고, 싫어할 수도 있고, 어쩌면 살면서 들어본 적도 없는 심한 말을 듣게 될지도 모른다. 물론 대부분의 사람은 관심도 없겠지만.


 어든 나는 선택을 했고, 그 선택에 따라오는 고통을 감내하기로 했다. 정말이지 몰랐다. 이제야 알았다. 모든 선택에는 책임과 고통이 따른다는 것을. 책임과 고통이 따르지 않는 선택은 존재하지 않는다는 것을. 인생행복택하는 이 아니라, 문제와 문제 에서 어떤 문제를 선택할지를 고민하고, 덜 고통스러운 을 택하는 이라는 것을. 더 빨리 알았다면 좋았을 텐데. 그랬다면 토록 많은 것들로부터 이렇게 오랜 시간 동안 비겁하게 도망치지 않았을 이다.


 나는 선택했다. 나를 표현하기로. 사람들이 나를 어떻게 평가하고, 어떤 사람이라고 판단하더라도. 그래서 그것이 나를 죽을 만큼 억울하게 한다 하더라도.


 나라는 사람을 표현하는 데에 의의를 두기로 했다. 물론 나는 여전히 사람들을 좋아하고, 그들이 나와 함께하는 시간 동안 편안하길 원한다. 그러나 누군가의 공감 호감을 얻는 것이나 나를 좋게 여기고 있는지에 대해서 지나치게 마음을 쓰지 않기로 했다. 그런 것들은 얻으면 좋긴 하지만, 그것들에 집착하는 순간, 그것들이 주가 되는 순간, 바로 불행해지기 때문이다.


 그러나 나를 표현한다 하더라도, 내가 감당할 수 있을 만큼 나를 표현하기로 했다. 일단 피상적인 생각에서부터, 하나씩. 그보다 더 감당할 수 있게 되면 더 깊이. 타인의 생각에 흔들리지 않는 나만의 기준을 갖, 단단한 기반을 닦되, 내가 알고 있는 것이 틀리다면 과감히 고치는 사람이 되고 싶다.


 나는 사람들을 참 사랑하고, 좋아한다. 그래서 사람들의 말에 완전히 흔들리지 않을 수는 없을 것다. 그렇지만 내가 옳다고 믿는 것, 좋아하는 것, 정직, 신뢰, 솔직, 배려, 사랑, 관용 등의 가치나 기준들 누가 뭐래도 버리고 싶지 않다. 그 외의 내 마음이 사랑하는 기준들도. 아무리 세상이 '꿈꾸네, 아직 순수하네, 뭘 모르네, 멍청하네' 하며 비웃어도. 그리고 나는 여전히 내가 만나는 사람들이 나와 함께 할 때 편안하고 기분 좋았으면 좋겠어. 그들에게 좋은 기운과 여운을 남기는 사람이 되고 싶다. 그래서 아마 고치기 힘들겠지만 점차 고쳐나갈 수 있을 거야. 내가 맞다고 생각하는 것으로 나아가기 위해, 나와 상대방의 발전을 위해, 건강한 관계를 위해, 아닌 건 아니라고 말하기도 하고, 거절하는 연습, 또 거절당하는 연습도 해나가는 거야.


 나는 오늘 여러 번 나를 표현했다. 내 생각과 주장을 여러 사람들에게 말했다. 물론 아직은 서툴다. 많이 안 해본 거니까. 그래서 상대방의 비웃음을 샀을 수 있고, 비호감을 샀을 수도 있다.


 그래도 나를 표현했어. 내가 원하는 것을, 합리적이라고 생각하는 것을, 맞다고 생각하는 것을. 다른 사람의 마음을 얻기 위해 눈치 보지 않고, 감추지 않고. 나의 생각을 존중하는 만큼, 상대방의 거절도, 상대방의 생각과 상황도 존중하고 헤아릴 줄 아는 내가 돼야지. 그 선택들이 분명 나 자신도 그리고 내가 만나는 상대 덜 불행하고, 덜 고통스러운 길로 인도해줄 이다.


 뼈 아픈 책이었다. 정곡이 찔리는 책이었다. 바늘로 볼을 콕콕 쑤시는 느낌이 드는 순간이 많은 책이었다. 그래도 내 안의 문제 하나를 한 단계 높여 풀어낼 수 있었다. 문제도, 답도 알았으니, 실천해보자. 살아가면서. 잘 안돼도, 계속!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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