백화점도 서비스플랫폼인데 ...

by 랜덤초이

백화점에 한 번도 가보지 않은 분이 있을까요?

서비스 플랫폼을 얘기한다면서 왜 갑자기 백화점 얘기부터 하는 걸까 싶은 분도 계시겠죠?

흔히 서점가에서 서비스 플랫폼 그리고 플랫폼 비즈니스에 대해 관심이 높아진 건 애플의 앱스토어 성공사례나 카카오톡의 성공을 계기로 이야기되어 왔습니다.

하지만 백화점에 대한 얘기로 이 글을 시작하는 건, 백화점이야 말로 어려운 플랫폼 비즈니스를 쉽고 현실적으로 이해할 수 있는 가장 익숙한 공간이기 때문입니다.


플랫폼의 사전적 의미는 열차를 타기 위한 승강장이란 정의가 대표적입니다. 이러한 의미에서 파생되어 다양한 상황에서 쓰이는 전문적 의미를 갖고 있지만, 따져보면 애초의 정의에서 그 성격을 정확히 이해할 수 있는 단초를 찾을 수 있습니다.

열차는 미리 계획하여 설치된 노선에 따라 시간을 맞춰 운행하며, 정해진 위치에 정차하여 사람과 화물을 태우고 내립니다. 그러니까 사람들은 누구나 기차역의 위치와 시간표만 알면 열차를 이용할 수 있습니다. 이렇게 사전에 제시된 규칙을 준수한다는 것은 플랫폼을 제공하는 측이나 이용하는 측 모두에게 분명한 이점이 있습니다. 플랫폼 제공자 측에서는 모든 이용자의 니즈를 개별적으로 고려하여 준비하지 않고 스스로 정한 기준에 따라 플랫폼을 설계하니까 투자 부담을 줄일 수 있고, 이용자 역시 반드시 지켜야 할 기준이 사전에 제시되니 이용 방법이 간단명료해집니다. 즉 흔히 생각하는 표준화를 플랫폼 제공자가 책임지고 제시하는 셈이 되는 것입니다.

물론 플랫폼이 제시한 운영정책은 때로는 이용자와 상호작용하여 개선되고 변경되기도 하지만 결국 플랫폼 제공자가 준비하여 제공한다는 점은 분명합니다. 이용자가 플랫폼의 운영정책에 동의하지 못한다면 그들은 플랫폼 제공자에게 의견을 낼 수는 있지만 그럼에도 그들의 요구가 받아지지 않는다면 그냥 이용하지 않는 이상 다른 플랫폼을 선택하는 수밖에 없습니다.


이처럼 제가 경험을 통해 터득한 서비스 플랫폼의 정의는 아마 "다양한 사용자가 효용을 가질 수 있는 공통의 기능 등을 룰에 따라 제공하고, 이용자가 룰에 따라 그 기능을 활용하는 것"

이라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돌아가서 백화점을 통해 이런 성격을 고민해본다면 백화점의 플랫폼적인 성격을 찾아볼 수 있습니다.

우선 백화점은 상품과 서비스를 공급하는 사람들에게는 고객을 만날 수 있는 기회를 제공합니다. 반대로 구매자의 입장에선 백화점이 있으니까 발품 팔아 찾아야 할 다양한 상품과 서비스를 한곳에서 만나볼 수 있습니다.

즉, 백화점이란 플랫폼을 판매의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이든 구매의 장소로 이용하는 사람이든 명확한 효용을 제공받고 있는 셈이죠.

그리고 백화점의 운영에는 분명한 룰이 작동됩니다.

지하에는 식당가, 1층에는 잡화, 2층에는 여성상품, 3층에는 남성상품, 4층에는 스포츠용품 등... 전체 백화점을 운영하는 측에서 정의한 규칙과 기준이 존재합니다. 4층의 스포츠용품 코너 앞에서 스포츠음료를 팔고 싶다고 해서 각 판매자가 임의로 매장의 배치를 주도할 수는 없으며, 이용자의 경우에도 정해진 이용시간과 구매방법에 따라 백화점을 이용해야 합니다. 이용자가 편리하려고 퇴근 후에 밤 11시에 찾아갈 수는 없는 거죠.


백화점이라는 오프라인의 쇼핑 플랫폼을 제공하는 기업은 초기에 막대한 투자를 필요로 합니다. 우선 사람들이 잘 모일 수 있는 부지를 확보하고, 근사한 공간을 설계하여 건물을 올려야 하고, 사람들이 모여 올 수 있는 집객 요소로서의 플랫폼 간 연계도 필요합니다. 대형 백화점에 영화관이 입점해있다던가 대형 서점 체인이 입점하는 것 역시 각자가 가진 집객 파워를 상호 간에 활용하고자 하는 노력입니다. 백화점은 이렇게 투자된 비용을 입점한 판매자의 매출에 대해 일정한 수수료를 받는 등의 방식으로 수익화를 하고 있습니다.


우리가 흔히 생각하는 서비스 플랫폼인 애플의 앱스토어도 다르지 않습니다.

앱 개발자는 앱 개발을 위해 정해진 SDK와 API를 이용함으로써 아이폰이 가진 기능을 최대한 공유해 활용함으로써 개발의 용이성과 효율적 리소스 활용이 가능하고, 그렇게 개발되어 등록된 앱을 이용자는 앱스토어라는 하나의 윈도에서 쉽게 검색하여 구매하고 설치하여 이용할 수 있습니다.


최근 인앱 결제 방식 강제 적용에 대한 사회적 논란도 백화점과 비교해 이해하면 그 분쟁의 본질을 쉽게 이해할 수 있습니다.

백화점에서 구매를 경험한 분들이라면 아마도 각 입점 상점에서 동일한 결제기를 사용하여 구매가 이뤄지는 것을 보셨을 겁니다. 백화점 측에서는 판매자의 매출에 대해 일정 비율의 판매수수료를 받는 것이 핵심 사업방식인데 그러려면 도대체 판매자가 얼마나 판매하고 있는 지를 정확히 알아야만 정확한 수수료 청구가 가능해집니다. 그러니까 거래 금액을 명확히 파악하기 위해 결제 수단인
POS 기기를 제공하여 이를 모니터링하는 것입니다.

온라인에서 쇼핑 거래를 중계하는 오픈 쇼핑몰에서 "판매자가 직접 연락하여 입금을 요구하는 경우 고객센터로 신고해주시기 바랍니다."라는 문구를 보신 적이 있다면, 이 역시 같은 이유인 경우가 많습니다. 중개 플랫폼을 제공하는 사업자는 수수료에 의존해 사업이 이뤄지는데 판매자가 규칙을 어기고 매출을 속인다면 그 플랫폼이 장기적으로 발전하는 건 한계가 있습니다.


저는 판매자에게 요구되는 플랫폼 사업자의 과도한 수수료 요구가 부담이 되는 수준이라는 점에 대해선 동의하는 편입니다. 그러나 그렇다고 외부의 세력이 개입하여 플랫폼 운영정책을 급격히 변경시키려 든다면 초기 투자를 부담해야 하는 플랫폼 사업자는 계획된 규모의 효과를 얻기 힘들어져서 결국 사업이 어려워지게 될 수도 있습니다.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생각은 특히 해당 플랫폼이 양면시장적 성격인 경우라면, 플랫폼 제공자인가 공급자인가 이용자인가 각각의 편에서 생각할 경우 똑같은 이해관계를 가지기 어렵습니다. 하지만 해당 플랫폼이 제대로 발전하여 성장해가려면 어느 일방에 대해 무리한 손해를 감수하게 하는 방식은 지속 가능하지 않을 겁니다.

플랫폼에 참여한 이익집단 중 누가 자빠져도 그 결과는 결국 플랫폼 전체의 공멸로 이어질 수밖에 없기 때문입니다.

서비스 플랫폼에 대한 짧은 소견과 함께 모쪼록 최근의 이슈들이 합리적인 해법을 찾아가길 기대해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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